여성스러움을 포기해야만 여자로서의 권리를 되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긴 머리의 여성이든 짧은 머리의 여성이든 머리카락의 길이는 상관없다. 사회의 미적 기준에 부합하도록 예쁘게 꾸민 여성이든 그렇지 않은 여성이든 모두 상관없다. 여성이 왜 예뻐야 하는지는 차치하더라도, ‘인간이기 때문에 누구나 가지는 권리’와 대우는 누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든지 간에 누구나 가져야 할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다. 그런데 여성들은 당연한 것을 되찾기 위해 머리를 짧게 자른다. ⓒpixabay ...
미세먼지, 질병, 생태계 파괴…. 우리 모두가 통감하는 환경적 문제가 더 이상 외면할 수 없게 된 현실이다.이에 주변에서는 환경을 걱정하지 않는 사람을 찾기가 더 어려운 모습이다. 환경보호를 위한 목소리는 언제나 있어 왔지만 최근 각성효과를 주는 이들은 사회를 ‘움직일’ 위치에 있는 세대가 아니다. 교복을 입은 청소년들부터 출퇴근에 치이는 직장인들까지, 오히려 물질적 부족함을 크게 느끼지 못하며 살아온 세대들이 직접 나서 가장 큰 변화를 이끌어내기 시작했다.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환경을 안고 미래를 살아...
없던 새로운 것이 만들어지는 발명이 이뤄지면 세상에 변화가 일어나게 마련이다. 바퀴가 발명되자 수레와 전차가 발명돼 전쟁의 양상을 바꿨다. 중국 사람이 종이를 발명하고 독일 사람이 인쇄기를 발명하자 사람들은 어디서든 공부하고 금세 세상 소식을 알게 됐다. 증기기관을 만들자 큰 기계와 공장이 만들어졌고, 자동차와 비행기, 인터넷 등의 발명으로 우리는 무척 빨리 이동하고 전 세계의 사람들과 연결되게 됐다. 문제는 발명이 늘 바람직한 변화만을 일으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구가 너무 뜨거워져 사람들은 물론 생명들이 살기 ...
'아버지는 성공한 인생이란 지금 무엇을 원하는지, 지금 얼마나 멀리 뛰었는지 혹은 얼마나 높이 올라갔는지에 상관없이, 마지막에 자신이 가진 것을 좋아하는지에 달려 있다고 하셨다. 목표는 마지막 순간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하는 것이다. 성공적으로 내려오는 것이 인생의 마지막 시험이다. 메뚜기는 동의할 것 같다. 지금부터 50년 후 내 손자들이 오래전에 하늘나라로 간 할아버지에 대해 이렇게 말했으면 한다. “할아버지는 높이 올라갔고 멀리 뛰었고 잘 내려오셨지.”' ⓒ픽사베이 평...
건강한 스무 살 청년이 어느 날 설사를 하기 시작한다. 괜찮아지겠지 하고 크게 신경 쓰지 않았는데 출혈이 시작된다. 무서운 병명을 알고 싶지 않아 병원에 가길 망설이는 사이 점점 체중이 줄고 통증이 이어진다. 고열과 복통에 괴로워하다 병원에 갔을 때 비로소 희귀질환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병을 진단받은 그날부터, 건강한 사람에서 희귀질환 당사자로 정체성이 완전히 뒤바뀐다. 아무거나 먹지 못하고, 아무 데서나 싸버릴까 두려워하고, 아무한테서나 병이 옮을까 걱정하는 삶을 살아가며 13년 동안 입원과 퇴원을 반복한다. ...
“나는 스물셋이 되어 여섯 살 이후로 처음 맞지 않은 해를 보냈다. 나는 무엇보다 나보다 어린 동생들을 살려내고 싶었다. 아빠가 나와 동생들의 목을 죄어올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동생이 다시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육교 난간에 서지 않게 하려면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당장 바뀌는 것이 없더라도 그날그날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잊지 않고 꼭 하려고 노력했다. 실어증 걸린 것마냥 말을 잃어버렸는데 던져진 질문들을 천천히 고민하고 그것에 대답해가며 아주 천천히 내 언어를 찾아갔다.” ‘어떻게 해야 이 고통의 근원에 다가설 ...
"현재의 유럽 인류학 박물관은 공공의 공간인 동시에 현재도 진행 중인 식민역사의 지표다. 박물관은 이 사실을 염두에 두고 두 가지 시급한 과제에 집중해야 한다. 그 두 가지는 바로 대영제국에 대한 잘못된 서사를 바로잡는 것, 그리고 남반구의 다양한 공동체를 지원하여 완전히 새로운 모델의 박물관을 만드는 것이다. 죽음과 상실의 역사를 연구하는 것이야말로 기존의 ‘얽힘’ 이론과 ‘사물의 생애사’ 이론에 저항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책과함께 1897년 1월, 1...
"'모든 것이 무너져내린다. 중심이 지탱하지 못하니, ...어떤 계시가 임박한 것이 분명하다.'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가 이 시를 쓴 시기는 제1차 세계대전의 참화에 뒤이어 1918-1919년 사이에 대유행한 스페인 독감에 걸려 임신한 아내가 몸져누웠을 무렵이었다. 그리고 2016년, '모든 것이 무너져내린다'는 이 구절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자주 인용되었다." 코로나 팬데믹은 우리 사회가 품고 있던 균열을 가시화하며 기존의 세계를 유지해온 구성원 간의 합의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드러냈다. 저소득층과 저기술 노동자,...
“위대한 일들이 저기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저 콩들과 깻잎과 동글동글 유난히 예쁜 땅콩들이 내 입으로도 들어올 겁니다. 저 노동과 환대와 우정을 먹고 제 몸이 차차 나아지고 있습니다. 초저녁 바람에 밭 위에도 구름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위대한 일들이 지나가고 있습니다(한티재)는 김해자 시인의 세 번째 산문집이다. 농촌에서 15년째 초보 농사꾼으로 살면서 같이 밭 매고 같이 밥 먹는 이웃들의 이야기와 세상과 시에 대한 사유를 담고 있다. 시인이 언니라고도 부르고 마음속으로 엄마라고도 부르는 허리 굽은 할매들과의 사소하지만...
나는, 휴먼(주디스 휴먼·크리스틴 조이너 지음, 사계절 펴냄)은 세계 장애 운동의 리더, 주디스 휴먼의 삶을 담은 이야기다. 장애가 친구들과 노는 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던 어린 시절의 이야기부터 사회의 암묵적 배제가 자신의 새로운 일상임을 깨달았을 때의 충격, 삶의 매 단계마다 만난 거대한 '댐' 같은 구조적 차별을 넘어선 이야기까지 생생히 담겨있다. ⓒ사계절 1947년 뉴욕 브루클린에서 태어난 주디스 휴먼은 소아마비 후유증으로 사지마비 장애를 얻었지만, 가족과 이웃...
소심한 성격에 사시와 안짱다리라는 신체적 결함을 지닌 월터는 못된 아이들의 먹잇감이 되는 데 익숙하다. 유일한 친구이자 우상이었던 형이 세상을 떠난 이후 월터는 깊은 상실감에 빠져 헤어나질 못한다. 어느 날 그런 월터 곁에 기다리고 기다리던 동지가 운명처럼 나타난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남다른 외모를 가졌지만 당돌하고 거침없는 소녀 포지와 열기구 대회를 준비하다가 하늘에서 떨어진 괴상한 아저씨 밴조를 만나며 월터의 일상은 완전히 바뀌게 된다. 불의의 사고로 애지중지하는 열기구를 잃어버린 밴조는 두 아이에게 도움을 청하고, ...
‘마음대로 돌아다닌다는 것’은 몸을 가진 생명체로서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기본적인 자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킥보드와 자전거에서 오토바이,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이동성을 높여주는 기계를 통해 이 자유를 강화해왔다. 반면 우리는 이런 이동수단들이 리모컨의 조종을 받지 않을 때 자유로울 수 있다. 어쩌면 더 많은 질서가 부여되고 원격으로 관리되는 이동 체제는 안전성과 효율성을 강화한다는 약속과 맞바꿀 만한 가치가 있는 거래인지도 모른다. 우 운전하는 철학자(매슈 크로퍼드, 시공사)는 운전, 즉 운전석에 앉아 핸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