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머니의 밥상은 풍요의 식탁이었다. 단칸방에 사셨던 할머니 의 부엌에선 언제나 들판에서 온 상냥한 풍요가 상을 채웠다. 들에 서 캐와 말린 나물들 4~5가지가 들기름 향을 풍기며 옹기종기 놓였 고, 도토리를 따서 집에서 쑨 묵, 소쿠리 하나 가득 만들어서 손으로 집어먹던 쑥버무리, 깨강정, 식혜....... 할머니는 음식으로 축제를 만 드는 사람이었다. 자연이 주는 것들로 손끝에서 풍요를 지으며 살아 가는 할머니는 삶의 기쁨을 만들어주는 선물 같은 존재였고, 할머니 를 통해 매일 선물 받는 복된 시간을 누렸다. 엄...
[편집자의 페미노트] 처음 엄마가 된 현미 씨 눈앞에는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 아이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을 보여 주고 즐거움을 선사했다. ‘아이와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잠든 아이를 내려다보고 있을 때 “아아 좋아”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돌봐줘야 하고, 사랑하고, 일평생 지근거리에 두고 지낼 존재를 만나면서 내면의 즐거움이 커졌다. 살아가야 하는 이유가 더욱 단단해졌다. 그러나 반대편에는 또 다른 세상이 있었다. 어느 날부터 현미 씨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도 늘 자신이 부족하게 느껴졌다. 아이와 함께 있다가 잠깐...
[편집자의 페미노트] 우리 사회 못지않게 ‘남성우위’의 사회로 평가되는 일본에서 출간된 남자문제의 시대는 내용상 문장 속에서 ‘일본’이라는 단어를 ‘한국’으로 바꿔 읽어도 될 만큼 여러 면에서 우리에게도 합당한 시사점과 논점을 던진다. 우리나라에서도 학업, 취업, 결혼, 군대문제 등에서 남자가 ‘불리’하며 여자가 많은 혜택을 받고 있다는 식으로 남자의 괴로움을 강조하는 주장들이 힘을 얻곤 한다. 그렇다면 정말 ‘여성우위의 시대’가 도래한 것일까. 남자는 피해를 보고 있기에, 지원이 필요한 대상일까. 여성이 남성...
[편집자의 페미노트] 우리가 늘 누군가를 피해자로서 발견하고 거기에 자신의 경험을 투영하여 동일화한다면 우리 자신이 가해자일 경우에도 그 가해성을 은폐하게 된다. 또한 자의적으로 투영한 목소리를 진실로 믿어버림으로써 실제 그들의 다양한 외침을 묵살해버릴 위험성도 있다. 말을 빼앗긴 사람들의 소리 없는 목소리를 전달하는 것은 말을 가진 자의 사명이지만, 그러기 전에 스스로 물어야 한다. 내가 듣고 싶은 것만 듣고,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그녀의 진정한 이름은 무엇인가는 서양 페미니즘의 뒷면에 숨...
[편집자의 페미노트] 보통 사람들은 페미니즘 하면 남자처럼 되고 싶은 한 무리의 성난 여자들을 떠올린다. 그들은 페미니즘이 권리에 관한 것이라고, 다시 말해 여자들도 동등한 권리를 누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운동이라고는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다. 내가 아는 페미니즘에 대해 조곤조곤 이야기해주면 그들은 기꺼이 내 말에 귀를 기울인다. 그러나 이야기를 마칠 즈음 곧장 이런 반응을 보인다. 당신은 남성을 혐오하고 늘 화가 나 있는 ‘진짜’ 페미니스트 같지 않다고, 당신은 다른 것 같다고 말이다. 이에 나는 나야말로 누구보다 진...
[편집자의 페미노트] 페미니즘은 단순히 여성의 권리 신장만을 목표로 한다는 편견을 깨고 적녹보라 패러다임에 따라 노동, 환경 문제와 연계된다. 페미니즘은 수천 년간 남성 중심적으로 쌓아올려진 세계를 의심하는 데서 출발한다. 여성이 참정권을 얻고 법리상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갖게 된 것은 역사가 쓰여진 시대 전체를 놓고 볼 때 굉장히 짧은 기간에 지나지 않는다. 때문에 페미니즘은 늘 급진적일 수밖에 없다. 이미 공고하게 이뤄진 체제에 균열을 내는 것이기에 논란을 빚어낼 수밖에 없다. 때문에 모두를 불편하게 만든다. 그...
"가까운 미래까지는 소비자들이 아마존을 통제할지 모르지만, 사실 아마존은 모든 소비자 구매를 기어코 독점할 것이다. 아마존은 모든 영역의 소비자 지출을 장악해서 다른 모든 소매업체가 망하면 자체적인 거래 조건만 설정할 것이다. 다른 선택지들이 남지 않으면 소비자들은 아마존의 거래 조건을 무조건 따라야 한다." [지데일리]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이 풍부한 자금, 인재, 야심으로 무장하고 전 세계의 주도권을 장악하며 소비자의 신뢰를 흡수하고 있다. 저명한 미래학자로서 권위 있는 글로벌 싱크탱크를 이끌고 있는 저자 루시 그...
[편집자의 페미노트] 자기계발서 전문가들은 남녀가 심리적, 감정적, 성적으로 엄청나게 다른 세계에 살고 있으며, 남녀 관계 문제들은 서로의 성 특이적인 욕구, 강점, 속성, 혼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생긴다는 신념을 고수해왔다. 남녀를 떠나 개개인이 겪은 경험치의 차이, 유년기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한 개인이 자라면서 내면에 축적된 성장의 역사 등은 진화심리학자들이 주장하는 이론에서 철저히 배제됐다. 그들은 오직 ‘남녀’라는 성만이 관계 문제의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거의 모든 남성과 여성을 두 개의 틀 안에 나누어...
[지데일리] 우리는 ‘재미’라는 말을 너무 당연하게 여기고, 아무런 의도 없이 사용할 때가 많다. 무엇을 ‘재미있다’라고 얘기할 때 남들이 그 말의 의미를 당연히 알고 있을 거라 간주해버린다. 어떤 때에는 아무런 의구심조차 가지 않고 상대말의 의미를 자신이 느끼는 의미가 같다고 착각하기도 한다. ⓒ픽사베이 우리는 때때로 재미가 있거나 재미가 없다는 것을 빼고는 재미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 때문에 ‘재미’라는 단어는 너무나 뻔한 말이지만, 정말 애매한 말이기도 하다....
[편집자의 페미노트] 역사에서 남자와 똑같이 대단한 일을 해냈음에도 남자의 이름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한 여성들이 많이 있다. 최초로 우주 비행에 성공한 사람이 유리 가가린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지만, 최초의 ‘여성’ 우주인 발렌티나 테레시코바를 기억하는 사람은 드물다. 남성에 의해, 남성 중심적으로 서술된 역사책에서는 이처럼 여성의 업적이나 능력이 기록되지 않은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누군가(남자)의 어머니, 아내, 딸로 기록되어 이름조차 실리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비잔틴제국의 황제 유스티니아누스 1세는...
[지데일리] 제자 번지가 공자에게 물었다. “인(仁)이란 무엇입니까?” 공자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라 했다. 번지가 또 물었다. “지혜로운 것이란 무엇입니까?” 공자는 ‘사람을 알아보는 것’이라 했다. 번지가 그 뜻을 알아듣지 못하자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곧은 사람을 등용하여 굽은 사람들 위에 놓으면 못된 사람들도 곧게 만들 수 있느니라.” ⓒ픽사베이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시대는 기술이 발전하는 속도를 대부분 기업이 따라가지 못한다. 디지털 혁명이 빠르게 전개되며...
[로맨스, 코미디를 만나다] 1내 남자친구의 결혼식 영화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My Best Friend's Wedding·1997)은 유쾌하면서 슬픈 로맨틱 코미디 영화다. 언제까지나 자기만 바라볼 줄 알았던 친구가 자신의 사랑을 찾아 떠나려하자 뒤늦게 사랑을 깨닫고 오랜 사랑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여주인공을 통해, 사랑이 찾아왔을 때 꼭 붙잡아야 한다는 교훈과 함께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우리가 얼마나 저급한 행동까지 할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9년 전 대학시절, 줄리앤 포터(줄리아 로버츠)와 마이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