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의 페미노트] 아빠들에게 날리는 엄마들의 한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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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의 페미노트] 아빠들에게 날리는 엄마들의 한 방

'미투'(#MeToo·나도 피해자다)로 촉발된 페미니즘 열풍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페미니즘을 둘러싼 논쟁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페미니즘의 정확한 의미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페미니즘은 '여성의 특질을 갖추고 있는 것'이라는 뜻을 지닌 라틴어 '페미나(femina)'에서 파생한 말이다. 성 차별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시각 때문에 여성이 억압받는 현실에 저항하는 여성해방 이데올로기를 의미한다. 알들 모를듯 세계적인 이슈로 부상한 페미니즘은 무엇일까. 분명한 것은 페미니즘은 하나의 총체적인 사상의 형식과 체계로 묶을 수 있을 만큼 구체적인 실체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다. 페미니즘을 달고 어느 순간부터 책들이 쏟아지고 있는 지금, 지데일리는 페미니즘의 이해를 돕는 책을 소개한다.

우리에게 ‘아내’ ‘엄마’ ‘며느리’는 무엇을 의미할까.

한국사회에서 결혼은 해피 ‘엔딩’이 아니라 전혀 새로운 삶의 ‘시작’이라고 한다. 여성은 결혼, 출산, 육아를 경험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성차별을 실감한다. 엄마니까, 아내니까, 며느리니까, 여자니까 감당하고 참아야 하는 일들이 일상적으로 일어난다. 

화목한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여성이 침묵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한 사람으로서의 ‘나’는 서서히 사라지고, 수많은 육체적, 감정적 노동은 가려진다.

그렇게 결혼한 여자는 ‘취집녀’, ‘경단녀’, ‘아줌마’, 도로 위의 폭탄 ‘김여사’, 남편이 고생해서 번 돈으로 커피를 마시고 아이 교육에나 목매는 ‘맘충’이 된다. <페미니스트도 결혼하나요?>는 이런 부당함과 괴로움에 더 이상 침묵하지 않기로 결심한 열 명의 기혼여성들이 모여 쓴 책이다.

고립육아를 하며 답답함을 느끼는 엄마, 시가에 대해 할 말 많은 며느리, 남편보다 더 많이 벌면서 가사와 육아까지 도맡은 직장인, 육아휴직 중인 전업주부, 아이를 키우며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결국 회사를 차린 창업가 등 다양한 사람들이다. 

연령, 소득 수준, 가치관은 제각각이지만, 결혼하고 출산한 여성으로 살면서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느껴본 공통의 경험을 갖고 있었다. 그들은 반년 동안 함께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실천하며 일상의 투쟁을 가감없이 기록했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견고한 가부장제에 아주 작은 균열이라도 내보려 애쓴다. 가부장제의 ‘고인 물’이 되지 않기 위해, 아이들에게 잘못된 삶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저항의 목소리를 낸다.

결혼하고 애 낳은 여성으로서, 가부장제 사회를 살아가는 여성으로서 ‘나 자신’으로 남기 위해 치열하게 이야기를 이어간다.

남편과 업무분담각서를 쓰는 방법에서부터 주 양육자 바꾸기, 시어머니와의 연대, 애 낳은 엄마의 ‘엄마기’ 선언, 집안에 나만의 공간 만들기, 결혼방학과 결혼졸업, 주부를 위한 월차 제도와 주 5일 근무제까지. 가부장제의 최전선에서 자신의 곁을 조금씩 변화시켜 나가는 생기 넘치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결혼한 여성들이 자기 목소리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겪는 혼란, 갈등, 아픔, 그리고 작지만 단단한 기쁨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