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지만 놀랄만큼 닮은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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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다르지만 놀랄만큼 닮은 나라

[질문하는 책]
이헌모 '도쿄 30년, 일본 정치를 꿰뚫다'

지난해 9월 20일 현 일본 총리 아베 신조(安倍晋三)는 3회 연속 자민당 총재로 당선됐다. 부인 아키에(昭恵)까지 연루된 ‘사학 스캔들’이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아베는 선거에서 압승을 거뒀다.


국제사회의 거센 비판에도 시대를 거스르는 군국주의로 회귀해 “아름다운 일본을 되찾는다(美しい日本を取り戻す)”는 야망을 키우는 아베 총리와 그의 든든한 버팀목인 자민당을 일본이 다시 선택한 이유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일본의 보수화와 우경화의 뿌리를 추적하기 위해서는 아베와 자민당을 깊숙이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 그리고 큰 이변이 없는 한 아베의 독주가 계속될 전망이다. 


일본 내에서도 60여 년간 일당 독재 체제를 유지한 자민당에 대해 비판이 없었던 것이 아니다. 또 역대 최장수 총리로 이름을 올리기에는 총리로서 아베의 자질이 그리 후한 점수를 받고 있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정체돼 있는 일본 정치의 원인을 아베 총리 개인이나 일본의 국민 정서뿐만 아니라,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일본만의 정치 구조와 정치 문화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의 정치 제도는 대통령제지만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 정치 시스템이 우리와 근본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 


일본에 대해 마냥 호의적일 수만은 없는 역사적 과거 때문에 우리는 일본에 대해 극단적인 태도를 취하는 게 사실이다. 나아가 우리는가 일본에서 우경화가 얼마나,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일본의 우경화 정책은 일본인이 어떤 일을 도모할 때 추구하는 ‘나시쿠즈시(済し崩し, 정식 절차를 밟지 않고 기정사실을 조금씩 쌓아감으로써 목적을 달성하는 것)’의 전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어느새 일본의 교육에서 애국심은 ‘평가’의 대상이 되고 법에서 규정한 대로 ‘달성’해야 하는 덕목이 된 것이다. 


평화헌법 개정, 무력행사가 가능한 군대를 목표로 강화되고 있는 자위대, 평화 교육에서 애국 교육으로의 전환, 우경화의 강력한 배후 세력으로 지목되는 일본회의(日本会議)….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대로, 일본의 우경화는 장기 계획을 가지고 일본 국민의 의식에 알게 모르게 스미도록 점진적이고 치밀한 기획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한마디로 일본의 우경화 정책은 일본인이 어떤 일을 도모할 때 추구하는 ‘나시쿠즈시(済し崩し, 정식 절차를 밟지 않고 기정사실을 조금씩 쌓아감으로써 목적을 달성하는 것)’의 전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어느새 일본의 교육에서 애국심은 ‘평가’의 대상이 되고 법에서 규정한 대로 ‘달성’해야 하는 덕목이 된 것이 그 예다. 


주목해야할 점은 하나부터 열까지 다른 것처럼 보여도 ‘정치’라는 측면에서 한국과 일본의 정치는 놀랄 만큼 닮아 있다는 것이다. 정치란 결국 누군가에게 권력을 행사해 특정한 목표를 향해 움직이게 하는, 결국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이뤄지는 힘의 줄다리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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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모 '도쿄 30년, 일본 정치를 꿰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