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왜 그리도 미사일을 팡팡 쏘아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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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왜 그리도 미사일을 팡팡 쏘아대나

[질문하는 책]
리처드 맥그레거 '미국, 새로운 동아시아 질서를 꿈꾸는가'

  • 이은진 gdaily4u@gmail.com
  • 등록 2019.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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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0년간 동아시아는 미국, 중국, 일본 등 세 나라가 펼치는 패권 경쟁의 장이다었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랜 시간 미국은 일본을 내세워 중국을 견제하고 동아시아를 ‘팍스 아메리카나’의 자장 안에 두어왔으나 미중 수교로 인해 그 구도는 깨져버렸다. 이후 중국과 일본도 대화의 물꼬를 트고 일시적으로 가까워지는 듯했으나 잊을 만하면 역사 문제가 불거져 관계는 악화되고 회복되기를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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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베이

 

역사 문제에 대한 중일 간의 인식 차, 과거사를 지우고 다시 우경화의 길을 걸으려 하는 일본, 그런 일본을 비난하는 동시에 폭발적인 경제성장으로 아시아의 1인자로 우뚝 선 중국, 그리고 이들 양국에 대한 전략을 수정해가면서 동아시아를 여전히 자신들의 영향력 아래 두려는 미국.


오늘날 동아시아의 불안정한 상황은 갑자기 벌어진 것이 아니라 오랜 역사적 배경으로 인한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 수교하며 세계를 놀라게 했을 즈음, 오랜 시간 서로를 냉랭하게 대했던 중국과 일본도 새로운 관계를 모색했다.


지금과 달리 당초에는 오히려 일본이 적극적으로 과거사를 사과하려 했으나 상대적으로 국력이 약했던 중국은 과거사를 문제 삼지 않고 일본의 경제적 원조를 끌어내려 했다. 세월이 흘러 중국의 경제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일본을 추월할 조짐을 보이면서 관계가 역전이 됐다. 


이후 중국은 기회가 될 때마다 난징대학살을 비롯한 전쟁 피해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했으나 일본은 태도를 바꿔 과거사를 지우고 자신들이 전쟁의 피해자로 비춰지길 바랐다.


일본 총리들이 ‘종전 기념일’을 전후해 전범들이 안치된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강행하거나 태평양전쟁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날조한 역사 교과서 문제가 잊을 만하면 불거지는 것처럼 중국과 일본이 관계를 원만히 하려 노력할 때마다 결국 역사 문제가 늘 발목을 잡았다. 이것이 바로 양국 관계의 핵심이다. 


일본은 여전히 이러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으며, 현재 한국과 위안부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것 또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처럼 역사에 대한 일본의 태도가 언제, 어떻게 형성되고, 변화했는지를 아는 것은 오늘날 한일 갈등의 원인과 기원을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것이다.


또한 일본의 역사관 못지않게 미국이 중국과 일본을 대하는 방식과 입장의 변화는 동아시아 전체의 판도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었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오랜 시간 일본이라는 방어선을 내세워 동아시아를 팍스 아메리카나 질서 아래 두고 통제해왔다. 그러나 닉슨과 키신저가 중국을 방문함으로써 이 체제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이후 미국이 두 나라 사이에서 어떻게 입장을 바꿔왔는지, 이를 통해 동아시아의 판도를 어떻게 바꾸어왔는지를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현재 아시아가 직면하고 있는 세력의 전환기적 불확실성은 오랜 역사적 배경에서 기인한 것이다. 즉 지난 70년 동안의 사건들로 인해 지금 벌어지고 있는 미중 간 치열한 무역전쟁과 한일 경제전쟁 및 역사전쟁의 기원 등 동아시아의 불안 요소가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그 근거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특히 동아시아 패권의 ‘키 플레이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이 팍스 아메리카나를 유지하기 위해 미국과 일본을 어떻게 다뤄왔는지가 중요하다.


저자 리처드 맥그레거는 오랜 시간 베이징, 상하이 등에서 특파원으로 근무한 아시아 전문가이며 현재는 <파이낸셜타임스> 워싱턴지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미중일의 정치인 및 관료, 학자와 인터뷰하는 동시에 정부 문서를 비롯한 다양한 자료와 접촉할 수 있었던 그는 지금껏 관계를 맺어온 정보원들과의 인터뷰와 1·2차 사료, 관련 문서 등을 통해 미중일 3국을 중심으로 동아시아 패권 구도가 형성된 과정을 세세하게 서술한다. 


그는 북한 핵 문제와 남북한의 군사 분쟁,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한일 간의 역사 갈등이 일부 언급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한반도가 미중일 3국의 종속변수 정도로 다룬다. 


그렇지만 국제정치 전문가 연세대 문정인 명예교수는 갈등이 국제 관계의 본질이라는 명제와 정치 지도자들의 신념, 선호, 개인적 배경과 이들 간의 갈등이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를 결정짓는 중요 변수라는 ‘지도자 중심론’을 핵심적으로 다루고 있다고 분석한다. 


미중일의 전략, 태도, 노선 변화가 동아시아 정세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를 파악한다면 그 안에서 앞으로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유추하고, 생존 전략의 실마리 또한 얻을 수 있다는 의미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우리가 지금 어떤 체제 위에서 살아가고 있는지를 깨닫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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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맥그레거 '미국, 새로운 동아시아 질서를 꿈꾸는가'(메디치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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