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EEK in BOOK] 그렇게 디자인하니 하루가 꽤 괜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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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EEK in BOOK] 그렇게 디자인하니 하루가 꽤 괜찮아졌다

마쓰무라 나오히로 '행동을 디자인하다'

표적 스티커를 붙인 소변기, 무빙워크의 발자국, 농구 골대를 단 쓰레기통, 피아노 모양의 계단, 이어지는 선을 그린 파일 박스, 차량의 속도를 보여주는 스피드 카메라, 무빙워크에 그려진 발자국....

 

티 내지 않고 사람을 움직이는 작고 똑똑한 아이디어, 행동디자인이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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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베이

 


데이터 마이닝을 연구하던 인공지능 연구자인 마쓰무라 나오히로는 지난 2005년 어느 날 불현듯 너무도 당연한 사실을 깨달았다. 바로 ‘세상은 데이터로 이뤄진 것이 아니다’라는 것이었다. 

 

수치나 데이터에만 집중해선 현실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우연히 아이와 함께 간 동물원에서 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조그만 대나무 원통 하나를 발견했다. 

 

그는 자연스럽게 들여다보는 행동을 유도하는 이 심플한 장치에서 영감을 얻었다. 이후 사람의 행동을 유도하는 장치의 메커니즘을 분석하는 ‘행동디자인학’ 연구를 시작했다

 

‘행동디자인’은 강제 없이 행동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2017년 경제학자 리처드 세일러에게 노벨경제학상을 안겨준 ‘넛지’와 일맥상통한다. 

 

부드러운 간섭 혹은 개입을 뜻하는 ‘넛지’가 자유주의적인 개입주의라는 ‘개념’이라면, ‘행동디자인’은 물성에 집중한 ‘행동 유도의 방법론’이다. 마쓰무라 나오히로는 “넛지를 통해서는 무심코 선택하게 되는 일상적인 행동(초기 설정 선택지)의 설계 방법을, 행동디자인학을 통해서는 문득 선택하고 싶어지는 또 다른 행동(대체 선택지)의 설계 방법을 배울 수 있다”고 말한다.


누구나 한번쯤 본 적이 있는 단순한 장치들이지만 ‘행동디자인’이라는 시점에서 바라보면 그 아이디어의 정교함에 주목하게 된다. 세상에는 문제 해결을 위한 다종다양한 장치가 있지만, 세 가지 조건(FAD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것을 ‘행동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조건은 공평성(Fairness), 즉 아무도 불이익을 당하지 않고, 유도성(Attractiveness), 자연스럽게 행동을 유도하며, 목적의 이중성(Duality of purpose), 행동디자인을 설정한 쪽과 그 설정에 따라 움직이는 쪽의 목적이 다르다는 것이다.

 

행동디자인이 규제나 권유 없이도 사람의 행동을 자연스럽게 바꿀 수 있는 것은 위의 조건을 충족하기 때문이다.


당겨야 열리는 문에는 손잡이를 달고, 밀어야 열리는 문에는 누름판을 단다. 아주 당연하고 간단해 보이지만, 이 행동디자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람의 행동을 유도하는 방아쇠, ‘트리거’가 잘 조합돼 있다. 트리거에 행동디자인의 열쇠가 있다. 

 

행동디자인은 사람이 지각할 수 있는 물리적 특징인 ‘물리적 트리거’와 그로부터 사람 내면에 유발되는 심리적 움직임인 ‘심리적 트리거’로 구성돼 있는데, 이 트리거를 조합하는 방식에 따라 행동디자인의 특징과 효과가 달라진다. 

 

물리적 트리거는 피드백과 피드포워드로 나뉘는데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아날로지, 어포던스라는 세부 항목이 있고, 심리적 트리거는 개인적 차원과 사회적 차원으로 나뉘며 도전, 불협화음, 부정적인 기대, 긍정적인 기대, 보상, 자기 승인, 감시받는 느낌, 사회 규범, 사회적 증명이 있다. 

 

문손잡이는 이 트리거 가운데 사물의 기능을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어포던스’를 활용한 행동디자인이다. 하나하나의 트리거와 그 사례를 아는 것만으로도 행동디자인의 작동 방식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되며,이 트리거들을 응용하고 조합하는 행동디자인의 발상법과 함께 행동디자인의 눈으로 세상을을 볼 수 있다. 


미국과 러시아가 우주 개발 경쟁을 하던 시기,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무중력 공간에서는 볼펜으로 글씨를 쓸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10년 동안 120억 달러를 들여 우주에서도 쓸 수 있는 볼펜을 개발했다. 

 

러시아는 어떻게 했을까. 우주에서 그냥 연필로 글씨를 썼다. 그리고 ‘연필로 글씨를 썼다’는 게 바로 행동디자인적인 접근법이다. 

 

사용자의 행동을 바꾸는 법을 고민하면 소변기에 표적을 붙인다는 간단하고도 효율적인 해결 방법이 나오지만, 자동 세정 장치를 설치하는 식으로 ‘기술’로 해결하려 하면 설치와 관리 비용이 생겨난다. 

 

사람의 행동을 바꿔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면 행동을 바꾸는 방법을 우선 고안하는 게 첨단 기술을 도입하는 것보다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행동디자인은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빅데이터나 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에서만 답을 찾으려 하는 세태에 신선한 메시지를 보낸다. 첨단 기술이 아닌 사람의 행동에 집중할 때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이다. 

 

“아침에 좀더 기분 좋게 일어날 수 없을까?” 같은 개인의 생활 습관 교정에서부터, “어떻게 신사업을 홍보할 수 있을까?” “운전자들이 제한 속도를 잘 지키게 할 수 없을까?” 등 마케팅 및 공공 행정에 이르기까지, 행동디자인의 접근법은 사람의 행동과 관련된 모든 영역에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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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무라 나오히로' 행동을 디자인하다'(로고폴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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