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그림에는 '사람' 속성이 있다
  • 해당된 기사를 공유합니다

모든 그림에는 '사람' 속성이 있다

[GSEEK in BOOK] 이일수 '더 보고 싶은 그림'

  • 이종은 gdaily4u@gmail.com
  • 등록 2019.10.12
  • 댓글 3

미술관에 가면 수많은 그림만큼이나 다양한 뒷모습을 보게 된다. 그림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뒷모습이다. 또 미술관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여러 경로와 매체를 통해 그림을 마주한다. 

 

이는 관람객이 그림을 본다고도 말할 수 있겠지만 ‘자신의 인생을 살고 있는 어떤 사람이 그림에 담긴 또 다른 인생을 보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대부분의 그림에 인물이 등장하기 때문이며 인물이 등장하지 않는 그림에서도 인생을 읽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bb.jpg
ⓒ시공아트

 

그림을 보는 이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이들은 그림에서 무엇을 보는 것일까? <더 보고 싶은 그림>은 바로 그 지점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여전히 다수의 사람들은 사조나 화법 같은 틀로 그림을 이해하려 한다. 하지만 다층적 그림들을 사조와 화법의 틀로만 본다면 정작 그림에 담긴 이야기를 놓칠 수도 있다. 그만큼 감동의 여운도 짧다. 그래서 이 책은 우리가 정말 놓치지 말아야 할 삶과 인생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 낸다. 그림을 이어 인생을 잇는 것이다.


감상에도 다층적 시각이 필요하다. 작품의 경향에 따라서는 보이는 그대로 보는 것이 필요한 작품이 있고, 다른 사람의 눈으로 보는 것이 필요한 작품이 있다. 또한 나의 눈으로 보는 것이 필요한 작품도 있다. 

 

이 책은 세 가지 ‘보기’마다 네 가지 이야기를 가진 여덟 가지 그림을 다루고 있으나 여기에 확정 불변의 법칙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을 탐독하다 보면 어느새 여러 눈으로 고르게 그림을 보고 취할 수 있는 안목을 갖게 된다.  

 

그림 앞에 서는 순간, 부지불식간에 창작자의 인지도나 표현의 선정성 등 기타 주변적 요소들에 가려서 그림이 보여 주는 어떤 것을 간과할 때가 있다. 

 

따라서 그림은 ‘보이는 그대로 보기’가 중요하다. 반면에 그림에 따라서는 내 눈을 경계해야 할 때가 있다. 내 눈은 본질적 의미의 그림을 보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감상의 열린 가능성을 위해 ‘다른 사람의 눈으로 보기’도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그림을 통해 무엇을 보아야 할까?”라는 질문 앞에서 ‘나의 눈으로 보기’는 중요하다. 생생한 그림의 눈이라는 것도 결국은 그것을 담는 나의 눈에 있는 것이다.


이 책은 동일한 소재 혹은 주제의 두 작품을 비교 감상하며 이를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의 삶과 이어 본다. 결국 관람자가 그림을 보는 이유, 그림에서 얻는 것, 그림에서 더 보아야 하는 것은 사조나 화법이 아닌 오늘 여기의 삶과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림을 감상한다는 것은 감상하는 순간적 행위에 한정되지 않는다. 화가와 감상자가, 저자와 독자가, 예술과 대중이 삶을 전제로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데에 의미가 있다.


신기하게도 감상자가 자유롭게 상상하고 유추해 본 이야기와 작가의 의도가 맞아떨어질 때가 있다. 실제로는 화가의 의도나 주제와 전혀 다르다고 해도 상관없다. 

 

이런 과정은 옳고 그름의 방법적 접근이 아니며, 그림 감상은 어떤 방법으로도 가능하다. 그림에 시선을 주고 마음을 주는 과정에 전율이 있다. 이처럼 그림은 창작자의 손이 아닌, 관찰하고 성찰하는 감상자의 눈과 마음속에서 완성된다.

 

이 책은 동서양의 여러 그림을 통해 각양각색 그림 속 인물들의 삶과 일상, 당대의 정치와 사회 현실, 문화와 사상 등을 살펴보고 이를 통해 현재 우리들의 삶과 인생을 깊숙이 바라보게 해준다.

 

술에 취해 제대로 판결하지 못하는 정치인, 격변기의 배움터, 절망에 빠진 인간을 구원하는 주체, 놀이의 권리 등을 주제로 한 시대도 다르고 국적도 다른 그림들이지만 공통적으로 ‘사람’이 있다. 

 

동일한 소재 혹은 주제의 두 작품을 비교 감상하다 보면 그림 속 인물들의 삶이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의 삶과 연결됨을 알게 된다. 

 

많은 사람이 그림을 보고 있으면서도 어떻게 그림을 봐야 할지 고민하느라 정작 그림이 보여 주는 중요한 무엇을 보지 못한다. 

 

이 책은 사조나 기법이 아닌 ‘어떤 눈으로’ 그림을 봐야 할지, 무엇을 볼지를 말해 준다. 아울러 ‘그림에서 삶과 인간을 보는 방법’을 알려 준다.  

 

그림이 주는 있는 그대로의 감동과 그것이 전하는 여운은 지식이 아닌 마음으로 전달된다. 경향에 따라 보이는 그대로, 다른 사람의 눈으로, 나의 눈으로 본 모든 그림은 결국 감상자의 눈에서 완성된다.

 

[크기변환]8952739159_1.jpg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