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통일'이 가져온 성공과 몇가지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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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통일'이 가져온 성공과 몇가지 질문

[궁리하는 책] 신효숙 외 '독일 통합과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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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데일리] 2019년 11월 9일은 베를린장벽이 붕괴된 지 30년이 되는 날이었다. 베를린장벽 붕괴 11개월 뒤 독일은 전세계에 통일을 공식 선언했다. 통일 이후 독일은 유럽연합의 맹주이자 세계 4위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했고, 통일독일의 수도가 된 베를린은 문화와 예술이 가장 자유롭게 펼쳐지는 도시로 자리잡았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독일은 네 개의 점령 지역으로 나뉘었다. 연합국이 독일을 결합을 막아 전쟁을 도발하지 못하게 하려는 이유였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 이후 소련과 미국을 중심으로 여러 나라가 두 개의 진영을 형성해 갈등, 긴장, 경쟁 상태로 대립한 냉전 체제가 시작됐다.


독일은 외세에 의해 분단되어 두 개의 정부가 수립되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체제의 최전선으로서 40년을 보낸 베를린. 1961년 동독이 쌓기 시작한 베를린 장벽이 생기고 장벽을 따라 곳곳에 감시탑이 설치되었다. 당시 동독 영토 한가운데 떠 있는 섬과 같았던 서베를린은 동서독의 갈등 원인이기도 했지만, 양측 정부로 하여금 교류를 모색하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했다. 동독 주민들은 죽음을 각오하고 이 장벽을 뛰어넘었다. 


서독이 ‘라인강의 기적’을 이룩하는 동안 동유럽에 불어온 개혁과 자유화 바람을 외면해온 동독 정부는 결국 동독의 민주화를 요구하는 물결에 서독과 통합하겠다는 결정을 내린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것이다.


분단으로 인해 우리 남북한도 오랫동안 아픔과 어려움을 겪어왔다. <독일 통합과 한국>은 분단국가였던 독일의 통일의 과정을 생생하게 설명하면서 통일의 필요성과 한반도의 미래를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한다.


남북한 통합 측면을 연구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비교의 대상은 단연 독일이다. 먼저 경제통합을 위해서는 독일식으로 한꺼번에 통합을 시도해야 하는지 아니면 홍콩식의 특별경제지대를 일정 기간 설정해야 할 것인지, 지방자치를 비롯한 정치적 제도통합의 경우 북한에 어느 수준의 지방자치를 어떤 방식으로 추진해야 할지, 또 사회 및 교육 분야의 통합은 어떻게 추진해야 할지를 생각해 보아야 할 때다.


이에 이 책은 독일의 경험에 정통한 국내 전문 연구자들이 참여해 독일 통합과 관련된 각 분야 및 주제별 연구를 통해 독일의 경험이 한반도의 미래 통합에 던져주는 함의를 검토해 보고 정책 시사점을 추출한다. 이를 통해 독일의 경험은 어떻게 우리와 다르고 또 어떤 점들을 우리가 참고로 해야 하는 것인지 좀 더 체계적으로 미래의 한반도 통합 문제를 생각해보게끔 해준다.


저자인 강원택 교수는 70여 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상호 단절된 남북한 두 사회에서 축적된 차이를 현실적으로 인정하는 기반 위에서 통합된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 의미에서 통일은 ‘이전 상태로의 복귀’라기보다는 이질적인 두 사회의 결합이라는 쉽지 않은 통합의 과정을 의미한다고 설명한다.


통일 이후 두 지역 간 진정한 통합을 위해서는 어느 한쪽이 일방적이고 독단적인 형태로 이끌어 나가기보다는, 각 지역 사회의 차이와 특수성을 인정하면서 각 지역 주민의 참여와 동의를 이끌어 내려는 접근방식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정병기 교수는 통일 이후의 개혁 과정에 있어서 위로부터의 개혁과 아래로부터의 개혁이 조화돼야 함을 강조한다. 통일 독일의 경우 연방제 개혁이라는 제도 개혁이 성공한 반면 동독 독재의 청산은 미비했다. 이는 역설적이게도 동독 민주화가 통일 이전에 먼저 이뤄졌다는 사실과 관련된다. 


그는 다만 통일 자체도 민주화를 주도한 동독 인민들의 선택이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통일 독일의 과거사 청산과 제도 개혁은 이처럼 민주화와 통일을 추동한 동독 인민들의 이중 역할에 기인하는 한편, 위로부터의 개혁과 아래로부터의 개혁의 조화라는 문제로 귀결된 것이라 할 수 있다. 


통합 과정에서 우리의 관심을 끄는 대단히 중요한 핵심적인 주제는 어떻게 서로 다른 경제체제를 효율적으로 통합해내느냐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윤덕룡 박사는 독일 통일 경험에서 중요한 이슈들을 총괄적으로 상세히 분석하고 그것이 한국이 통일될 경우에 경제통합 관리방안과 관련해 던져주는 시사점을 추론한다. 독일의 통일 과정에서 선택한 형태의 경제통합 및 그 외의 대안 가운데 한국에서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이 가능한지와 그 대안에 포함돼야 할 구체적인 통합 내용이 무엇이 돼야 할지를 분석함으로써 독일의 통일 사례로부터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을 모색한다.


박형중 박사는 동서독 경제통합 모델이 남북한 통합에 가지는 의미를 추적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한국에서 동서독 경제통합에서 남북 경제통합의 교훈을 찾는 연구에는 일반적으로 세 가지 특징이 있었다. 


우선 남북한 통일이 동서독 통일처럼 급진적이고 전면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간주됐다. 다음으로 통일 과정에서 남북한 경제통합이 동서독 경제통합 과정을 전범으로 삼아 기본적으로 ‘그대로 따를 것’으로 상정했다. 끝으로 동서독 경제통합 과정에서 일련의 정책 실수가 발생했는데, 이는 남북한 경제통합에서는 반복되지 말아야 하거나 동서독과 남북한의 여건 차이를 감안하여 정책 수정 또는 대안이 모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병로 박사는 사회부문의 통합과 관련, 통일한국은 남북 간 이질적 제도와 가치관 때문에 사회통합과 정체성 형성 과정에서 심각한 갈등과 혼란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한다. 독일은 제도통합과 과거청산 과정에서 사회결속과 연대, 국가정체성 형성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이러한 난관에도 불구하고 독일 특유의 ‘법치주의’ 정신과 성숙한 시민사회 역량을 발휘해 사회갈등과 정체성 혼란의 문제를 비교적 성공적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 통일 이후 동서독 지역 간 차이와 갈등이 분명히 존재하면서도 사회가 통합되고 새로운 정체성이 형성되는 역동적 과정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독일 통합의 경험은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분단체제의 통합 과정에서 대단히 중요한 과제 중의 하나가 교육 분야의 통합이다. 신효숙 박사는 독일통합의 경험을 살펴봄으로써 통일한국의 교육통합에 대한 시사점을 도출한다. 통일독일의 교육체제 통합의 내용과 그 특징, 교육통합 과정에서 제시해주는 시사점을 통해 통일한국의 바람직한 교육통합의 방향을 제안한다. 


이를 위해 동서독 통일 과정에서 제기됐던 교육통합의 논의들, 교육제도와 정책, 학제 개편, 교육과정과 내용 개편, 동독 교사의 재임용과 재교육 등의 내용과 특징을 살펴보고 이러한 통합 과정이 통일한국의 교육통합에 주는 시사점을 살펴본다. 


통합 과정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주제는 주민들의 심리적 통합의 문제다. 이를 살펴본 전우택 박사에 의하면 통일에 있어 심리적 통합이란 다른 통합 영역과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별개의 영역이 아니다. 통일과 체제통합을 위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각 영역의 모든 정책결정과 운영의 최종 종합 결과로서 심리적 통합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전우택 박사는 통일 이후 한반도에서의 심리적 통합을 위해서는 통일 후 만들어질 새로운 국가 모습에 대한 남, 북한 출신 국민들의 공동의 생각과 방향, 목표가 만들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래야만 통일과 통합 과정에서 크고 작은 갈등들이 발생한다 할지라도,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힘과 희망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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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사람과 삶에 대한 근본적인 존중의 태도'다. 비록 북한 출신 사람들이 매우 심각한 문제를 가졌던 체제 하에서 살았던 사람들이라 생각되더라도, 남한 출신 사람들은 그 체제가 아닌 그 안에서 태어나 학교를 다녔고, 자식들을 낳고 살면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살아낸 인생 그 자체들을 존중하는 태도를 가질 때만 진정한 의미의 심리적 통합을 이룰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전재성 교수는 독일 통일의 과정과 통일 이후의 독일의 외교정책이 현재 분단국가인 한국의 향후 통일 과정과 통일 이후 한국의 외교정책에 주는 함의를 분석한다. 그는 서독이 동독과의 관계에서 외교역량을 축적하여 통일의 기회가 왔을 때 이를 충분히 활용하고, 국제환경에도 기민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설명한다. 


또한 통일 이후 통합 과정에서도 국익을 증진하며 자율성을 확대하고 외교정책의 폭을 넓히는 데 성공했다. 한국의 통일은 독일에 비해 어려운 점이 많을 전망이다. 남북 간의 공유된 정체성이 약하고 대립이 심화돼 있는 상황에서 과연 북한주민들의 친한국화가 진행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기 때문이다. 

 

감학성 교수는 독일과 한반도의 분단 및 통일문제를 연구하는 데 있어 주의해야 할 점을 이야기한다. 독일과 한반도의 분단 상황 차이에도 불구하고,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우리에게 독일 사례는 매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다만 독일 경험을 그대로 원용하는 것은 의미가 없으며, 창조적 활용을 위한 노력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우리의 정부와 사회에서 독일의 분단과 통일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방식은 다양하며, 심지어 갈등적이기도 하다. 이러한 현상은 독일의 역사적 현실과 문화에 대한 지식 부족 및 오해가 빚은 산물이 아닐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김학성 교수는 우리가 독일의 분단 및 통일 경험을 창조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몇 가지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창조적 활용의 사례를 제시한다. 


먼저 서독정부가 긴 안목의 실용적인 외교 정책을 추진한 덕분에 분단관리 정책이나 통일 과정이 성공했다는 점에 주목하여 우리의 대외적 통일역량 확대를 강조한다. 다음으로 서독 내부의 정치·사회·경제의 민주화가 궁극적으로 통일역량의 기초가 됐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우리의 대내역량 증진 필요성을 제기한다. 


그는 독일통일은 단순히 소련의 개혁 덕분만 아니라, 기본적으로 서독이 분단의 평화적 관리에 성공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점에서 우리도 이를 수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논의한다. 복잡한 분단 상황에서 어떻게 정책 환경을 판단하고 정책적 우선순위를 정할 것인지의 문제와 관련해 독일 경험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찾았다. 


그는 또 서독과 남한의 비교뿐만 아니라 동독과 북한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충분히 고려할 필요성을 강조한다. 여기에 독일 통합 경험을 토대로 우리의 통일 준비 과제를 도출하기 위한 접근태도에 대해 제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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