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공룡’ 실리콘밸리의 빛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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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공룡’ 실리콘밸리의 빛과 그림자

[GSEEK in BOOK]
실리콘 제국
루시 그린 지음, 이명진 옮김
예문아카이브 펴냄

"가까운 미래까지는 소비자들이 아마존을 통제할지 모르지만, 사실 아마존은 모든 소비자 구매를 기어코 독점할 것이다. 아마존은 모든 영역의 소비자 지출을 장악해서 다른 모든 소매업체가 망하면 자체적인 거래 조건만 설정할 것이다. 다른 선택지들이 남지 않으면 소비자들은 아마존의 거래 조건을 무조건 따라야 한다."

 

[지데일리]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이 풍부한 자금, 인재, 야심으로 무장하고 전 세계의 주도권을 장악하며 소비자의 신뢰를 흡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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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명한 미래학자로서 권위 있는 글로벌 싱크탱크를 이끌고 있는 저자 루시 그린은 <실리콘 제국>에서 빅 테크 기업들과 그들의 약속, 그 안에 도사린 문제점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많은 기업 리더와 유명 벤처캐피털리스트, 학자, 언론인, 활동가와 인터뷰했고, 이를 통해 실리콘밸리가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과 그 안에 내재된 문제점을 분석한다. 

 

실리콘밸리는 만연한 여성 차별과 문화적 식견 부족으로 물의를 빚고 있으며, 러시아의 타국 선거 개입에 일조했다는 의혹을 사면서 그 실상이 분석되고 있다. 이제 이 거대 기술기업들의 최종 목적지와 경계를 푼 대중에게 행사하고 있는 막강한 힘의 정체가 드러나고 있다.

 

기술이 약속하는 미래는 매혹적이지만 이제는 거대 기술기업들이 우리의 정치, 사회, 경제에 미칠 영향을 파악하는 일이 시급하다. 저자는 이 특권 집단이 우리의 미래를 훔치기 전에, 그들이 앞으로 만들려는 세계의 모습과 그 혜택과 함께, 그 안에 잠재된 편향과 본질적 결함을 점검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실리콘밸리는 이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힘의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다. 저자는 실리콘밸리가 단지 한 산업 부문이 아닌, 그 자체로 산업의 기류이고 문화라는 점에 주목한다. 이곳에서 부상한 스타트업과 그 문화, 자유로 대변되는 라이프스타일과 기술의 연계, 인터넷 시대에 따른 영향력의 증가, 그리고 이제는 산업을 넘어 소수 커뮤니티로서 정치와 경제, 사회의 패러다임까지 위협할 정도로 막대한 부와 권력을 가진 개체로 성장하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본다.

 

원래 실리콘밸리의 고객은 정부와 기업이었다. 스탠퍼드대학교를 중심으로 정부 지원을 받는 군사 기술 연구 허브로 시작됐고, 기업을 위한 제품과 솔루션 개발로 확장해왔다. 현재는 소비자 중심의 플랫폼과 디바이스를 제공하고 판매하는 기술 산업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이제는 기술과 데이터와 과학이 모든 면에서 중심이 되고 있으며 실리콘밸리(그리고 샌프란시스코)는 만능의 중심으로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저자는 실리콘밸리가 지금처럼 부상한 핵심을 ‘붕괴(disruption)의 탄생’으로 정의한다. GAFA로 불리는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그리고 실리콘밸리의 파워 집단인 페이팔 출신의 ‘페이팔 마피아’는 기술로 시작해 붕괴를 실현한 대표적 기업과 기업가들이다. 그들은 기술이 기존의 시스템을 재편하는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발견했다.

 

실리콘밸리의 ‘혁신’은 기존의 다른 분야를 기술로 ‘붕괴’시키는 과정이었다. 그들은 케이블통신, 종이 신문과 잡지, 택시 산업, 소매업 등 여러 분야를 붕괴시켰다. 그리고 이제는 정부로 대변되는 거버먼트의 영역인 교육, 의료, 주거까지 발을 디디고 있다. 저자는 실리콘밸리가 새로운 붕괴를 위해 어떤 행보를 보이는지 주목했다.


저자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미디어 영향력을 파헤친다. 미국인의 62퍼센트가 소셜 미디어에서 뉴스를 받아 보는 시대인 만큼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같은 거대 IT 기업들이 미디어로서 뉴스를 생성하고 중재하고 선별한다는 사실에 저자는 주목한다. 그만큼 가짜 뉴스가 난무하고 저널리즘이 신뢰를 잃어갈 뿐만 아니라 소비자 보호도 불가능해지고 제대로 된 담론과 질문이 사라져 위험한 영향력이 세상에 발휘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저자는 저널리스트를 가리키는 제4계급에 이어 소셜 플랫폼 기업들이 제5계급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알고리즘으로 선별된 뉴스들을 보지만 가짜 뉴스들이 판을 치는 실정이다. 공정성보다는 효과에 집중하는 소셜 플랫폼과 그 소유주들은 마음만 먹으면 ‘세계’를 편집할 수 있다.


사회공헌 단체를 통해 저개발국에 무료 인터넷을 공급하는 실리콘밸리 기업의 ‘이타주의’에 주목한다. 저자는 이를 실리콘 선교단으로 본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신흥시장으로의 진출을 노리지만 이미 연결된 세계에서 로컬 경쟁자들을 상대로 고전하고 있다. 그러나 실리콘밸리의 글로벌 장악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또한 실리콘밸리가 맹렬한 속도로 자선사업 분야에 진출하고 있다는 사실에도 주목한다. 그들은 이 분야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만들어 홍보의 대상이 되고자 한다. 그래서 데이터, 기술, 과학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저자는 이른바 ‘해커의 자선사업’에 비유하며, 필랜트로피(Philanthropy) 2.0이라고 칭한다. 즉 자선사업과 수익이 하나로 맞물리는 ‘자선자본주의’라는 것이다. 실제로 그들의 공익재단은 대부분 유한책임회사로 운영된다.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 영리단체라는 사실을 피할 수 없다.


일론 머스크의 화성 식민지 건설 프로젝트를 살펴보고, 세계 자산 순위 1위인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를 포함한 실리콘밸리 리더들의 우주로 확장된 관심을 조명한다. 미지의 영역에서 기술적 혁신을 일으킨다는 서사는 실리콘밸리에게 어울리지만, 결국 규제가 없는 곳을 찾아 떠나는 도전이기도 하다. 그들은 지구에서의 시급한 문제에는 실질적인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결국 실리콘밸리의 우주 프로젝트는 상업적 동기에 기인한 것이며, 소비자 빅 데이터를 모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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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아마존은 버크셔해서웨이, JP모건과 손잡고 건강보험 회사를 차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페이스북과 아마존 등은 의료 분야에 투자하고 있고, 각종 건강 관련 앱과 웨어러블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실리콘밸리가 라이프스타일에서 웰빙을 강조하며 관련 제품 개발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헬스케어 산업을 넘어 보건 시스템까지 넘보고 있다. 

 

교육 분야에 진출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을 다룬다. 그들은 바로 적용 가능한 실질적 기술 교육에 탁월하다. 직업 시장에 맞춤인 교육을 구현하고 있는 것이다. 구글의 전 부사장이 설립한 유다시티는 성인의 직업 교육을 목표로 삼고 있는 등 실리콘밸리의 교육 진출은 현실적인 면을 보인다. 

 

하지만 인터넷을 통한 평등한 교육이라는 이념은 실제로는 공교육보다 접근이 어려운 현실을 보여준다. 일정한 자격을 갖춘 이들을 위한 직능 교육이며, 실리콘밸리 인재를 위한 양성소가 된다. 저자는 교육의 본질적 가치와 관련해 그들이 내세우는 이타주의에 의문을 제기한다.

 

상품보다 경험에 투자하는 소비자 트렌드 변화의 중심에 에어비앤비가 있다. 에어비앤비는 사회사업 프로젝트를 펼치고 있지만 결국 마케팅과 홍보를 위한 일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그들은 노숙자 문제에는 전혀 관심이 없으며, 일본 요시노에 아름다운 커뮤니티 센터를 짓는 쪽을 선택했다. 그들의 사회사업은 그들이 구축한 세상 안에서 이루어지며, PR 플랫폼으로서 작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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