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를 만들어온 '도시' 그동안 이런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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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를 만들어온 '도시' 그동안 이런 일이?

[질문하는 책] 도시인류학 - 우리가 사는 세상을 해석하는 방법
리브커 야퍼·아나욱 더코닝 지음, 박지환·정헌목 옮김, 일조각 펴냄

[지데일리] 도시는 사회문화적으로 역동적인 공간이며 도시의 사회성과 문화는 항상 유동적이면서 도시의 건조환경을 점진적으로 바꾸는 유동체다. 많은 사람들이 ‘도시화’ 하면 높은 빌딩, 유기적으로 연결된 도로망, 주택단지 개발, 상하수도 건설 등 눈에 보이는 요소들을 떠올린다. 그렇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구조에 적응할 뿐만 아니라 그 구조들을 이용하고 변형하고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인간이다. 도시인류학은 바로 그 부분에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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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인류학은 도시라는 공간에서 사람들의 사회생활이 어떤 식으로 구조화되고 어떻게 경험되는가를 다루는 분야다. 다시말해 대다수 사람들이 도시에서 살고 있고, 살아가게 될 세상에서 도시란 무엇이며 도시에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인지를 탐구한다. 도시의 공간적 특성이 사람의 행동과 사고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반대로 사람의 행동과 사고방식이 도시의 공간적 특성을 어떻게 변형하는지를 연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도시인류학은 구체적으로 어떤 주제들을 다루는 것일까. 또 이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동안 인류학은 전통적으로 비도시환경에 있는 작은 규모의 공동체를 연구해 왔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도시가 확대되는 현재, 인류학자들은 바로 눈앞에 있는 도시적 맥락에 놓인 또 다른 공동체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도시적 맥락은 일례로 농촌 사회에 비해 커다란 규모의 사회, 높은 인구밀도, 사회 구성원들 간의 높은 문화적·경제적·정치적 이질성과 불평등, 개인들의 익명성같이 구체적인 특징들에 의해 만들어진다. 도시인류학은 이러한 도시적 맥락에 놓인 다양한 현장으로 찾아간다. <도시 인류학>은 전 세계의 다양한 민족지적 사례들과 함께 도시인류학의 주요 주제들을 설명한다. 

 

먼저 도시라는 틀을 형성하는 공간과 장소, 도시에서의 이동, 공공 공간 등에 주목한다. 일례로 자연스럽게 형성된 빈민가와 지역 개발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정부와 빈민들의 정치경제적 갈등, 돌봄과 육아의 공간으로 특징지어지는 여성의 부엌과 사교가 이루어지는 남성의 거실, 각국에 존재하는 이민자들의 공간 등 다양한 물리적 공간에서 사람들은 소속감을 느끼고 정체성을 형성하며, 때로는 다른 사람들과 경합하거나 쫓겨나기도 한다. 

 

도시에서 이동할 때 이용하는 교통수단은 개개인의 사회경제적 위치를 알려준다.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지위가 낮은 사람들은 엄청난 교통체증에 시달리지만 몇몇 엘리트들은 교통 혼잡을 피하기 위해 헬리콥터를 이용한다. 도시에 있는 시장, 공원, 광장 등 공공 공간에서 일어나는 사회적 현상도 연구대상이다. 유럽 각국에서 도입한 이슬람 여성의 머리 스카프 착용 금지 조치는 학교라는 중립적 공간에 종교가 침입했다고 보는 시각, 종교적 자유를 억압한다는 시각, 이슬람 공포증 등이 대립한 사건이었다.

 

다음으로 도시경제와 소비, 여가, 라이프스타일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여러 가지 산업과 여러 형태의 경제조직이 사회 분화와 도시 공간의 정치에 어떤 식으로 연결되는가를 분석한다. 일례로 아프리카에서 광산도시는 식민지 지배하에서 남성들의 경제력을 향상하고 사회적 위계 및 권위 구조를 재생산하기에 이르렀다.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였던 미국 디트로이트는 탈산업화를 겪으며 쇠락했고 주민들은 극심한 빈곤에 빠졌다. 이처럼 도시경제가 변함에 따라 새로운 유형의 사회관계와 새로운 의미 만들기 체계가 펼쳐진다. 

 

한편 신자유주의와 자본주의의 발전, 문화자본의 출현으로 도시적 소비, 여가, 라이프스타일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도시에 사는 사람은 소비의 유형과 규모에 따라 도시민으로 인정받기도 하고 존재감이 없어지기도 한다. 경제자본이 부족한 사람은 문화자본을 이용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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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지구화는 도시, 그중에서도 특정 지역에서 극명하게 드러날 수 있다. 일례로 국가 주도하에 개발된 이집트 카이로는 화려한 호텔, 고층건물, 쇼핑몰, 외국계 교육기관 등 세계도시로서 화려하게 만들어졌다. 카이로는 중상층 전문직에게는 기회와 자유의 공간이 되었다. 반대로 이 도시에 편입되기 어려운 조건의 사람들은 이곳에서 점점 더 분리됐고, 결국 카이로의 도시경관과 사람들의 귀속의식은 분화되고 분열됐다.


도시와 연관된 정치의 세계도 주목할 만 하다. 유럽의 식민지배자들이 피식민지에서 전개한 도시계획과 위생개혁, 정부가 추진하는 신도시 건설, 빈민가 개량 프로젝트 등은 권력을 지닌 측과 주민들 사이의 갈등과 지배-피지배 관계, 이에 대응하는 사람들을 다룬다. 

 

도시계획의 과정은 ‘도시에 대한 권리’가 누구에게 있는가를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도시에 대한 권리는 선거 정치, 사회운동, 점거운동 등을 통해 투쟁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도시빈민 운동,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를 활용한 월스트리트 점거운동 등이 그 대표적 예다. 

 

도시 공간에서 벌어지는 중요한 사건 가운데 하나가 폭력이다. 현대의 많은 도시에서 폭력에 대한 우려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폭력은 사회질서를 교란하고 안전을 위협하지만, 한편으로 특정 집단의 안전을 향상하기 위해 폭력이 활용되기도 한다. 

 

북아일랜드 분쟁 당시 종족적·종파적 폭력으로 분열된 벨파스트 사회, 높은 담과 CCTV로 요새화해 외부인을 차단한 아파트 단지, 흑인을 대상으로 인종차별적 치안 유지 활동을 하는 남아프리카 민간 보안업체의 출현 등은 도시의 폭력과 관련한 사회현상이다.


마지막으로 탈신자유주의적 연대, 정동과 시간성, 도시 생태학과 지속가능성, 기술 등 최근 도시인류학에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연구 동향과 성과들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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