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재난의 일상, 이 정도면 ‘대량 학살’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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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재난의 일상, 이 정도면 ‘대량 학살’의 위기

[질문하는 책] 2050 거주불능 지구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 지음, 추수밭 펴냄

[지데일리] “나처럼 지적인 사람도 안 믿는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과학자들이 제출한 기후변화 보고서를 거부하며 한 말이다. 지난 2017년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선언하고 기후변화를 부정해온 트럼프는 결국 허리케인 마리아가 푸에르토리코에 들이닥쳤을 때 사망자가 3000여 명에 이르렀는데도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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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전세계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전염병이 창궐하는 가운데 기후변화가 일으키는 온갖 이상기후와 재난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이미 지구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한계치 400ppm을 넘어섰고 평균 온도는 해마다 최고점을 경신 중이다. 오는 2100년까지 1.5도 내지는 2도 상승을 막아내지 못한다면 우리는 2050년 아니 그 이전에 찾아올 끔찍한 미래를 감당해낼 수 없을 전망이다. 물론 2도 상승을 막아낼 가능성보다 3도 심지어 5도 이상 상승할 가능성이 더 크긴 하다.

 

기후변화는 더 이상 북극의 얼음이 녹아내리고 북극곰이 설 자리가 없어지는 ‘자연의 문제’로만 국한할 수 없다.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의 <2050 거주불능 지구>에 따르면 인간이 거주하는 지역으로부터 동떨어진 곳에서 동물들이 위험에 처해 있다는 식의 감성적인 접근은 오히려 기후변화의 실체를 파악하기 어렵게 했다. 

 

일각에선 ‘인간’과 ‘자연’을 분리시켜 깨끗한 ‘녹색 자연’의 입장에 서서 인간의 행위를 꾸짖곤 한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자연과 얽혀들며 광범위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류세’에 직면했다. 기후변화야말로 인간이 자신의 문명을 파괴하는 ‘자살 행위’이자 사회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대량 학살’의 범죄인 것이다.

 

많은 이들이 지구온난화가 오래전 산업혁명에 따른 결과라고 생각하나, 지금 대기 중에 떠도는 탄소 중 절반 이상은 불과 지난 30년 사이에 배출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기후변화는 이제 더 이상 찬반을 나눠 한가로이 논쟁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전 지구적으로 변화된 환경에서 인류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지’ 방법을 강구해야 할 생존 프로젝트인 것으로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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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밭

 

 

코로나19가 초래한 걷잡을 수 없는 전염병으로 지금 전 세계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우리가 눈으로 목도하고 있듯이 재난은 더 이상 일부 지역에서 멈추지 않고 급속도로 전 세계를 향해 퍼져 간다. 특히 기후재난은 선진국과 중진국, 빈국을 가리지 않고 가차 없이 찾아올 전망이다.


기후변화는 단순히 자연이 인간에게 가하는 ‘복수’도 아니고, 인간이 손쓸 도리가 없는 자연의 ‘처벌’도 아님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것만큼이나 나쁜 태도는 이미 찾아온 재난 앞에서 인간은 어찌할 수 없다는 ‘절망’과 ‘체념’과 다름없다. 

 

이에 우리는 우선 시장 중심적이고 소비적인 태도로만 일관했던 여타의 환경 운동을 비판하며 화석연료로 뒷받침됐던 자본주의 시스템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 ‘탄소포집 기계’나 ‘행성 이주 계획’ 등 자본과 기술력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흐름은 망상에 가깝다. ‘지구’와 ‘자연’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차원을 넘어 온 인류와 지구를 ‘한 사람’처럼 생각할 수 있는 관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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