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배롭다, 그 이름 '통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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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배롭다, 그 이름 '통영'

[즐거운 나의 책] 통영
이서후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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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데일리] 아름다운 바다와 풍부한 자원, 음식문화를 갖고 있는 곳. 역사가 깊고 문화예술의 향기가 진한 곳. 알면 알수록 놀라운 도시 통영이다.

 

인구 15만 남짓의 작은 도시 통영에는 나라에서 지정한 중요무형문화재 종목만 아홉이다. 뿐만 아니라 시대를 대표하는 문인과 화가, 음악가의 흔적도 곳곳에 남아 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최고의 예술가들이 머물고 활동한 곳, 그리고 작품의 모티브가 된 아름다운 바다의 땅이 바로 통영이다. 


통영은 뿌리 깊은 예향으로 불린다. 400여 년 전 임진왜란이 일어나고 이순신 장군이 수군의 총사령부인 삼도수군통제영을 설치한 후 남쪽 바닷가 작은 마을 통영에 놀라운 일들이 일어났다. 


'배수시설 담장 아래, 서피랑 기슭에 깊숙하게 박힌 집들에 서 시작되는 동네가 명정동이다. 지금은 오래되고 낡아보여도 이곳은 근현대 통영의 번화가였다. 서피랑 언덕을 내려오면 소설가 박경리의 생가가 있는 동네로 들어선다. 길 옆으로 이어진 배수로 담장에 박경리 선생의 말씀이 적혀 있다. '자연은 인성을 풍요롭게 하고 감성을 길러주는 교사입니다. .. 오늘날 자연은 더 이상, 물질이지 생명이 아닙니다. 홈 한 줌 나무한 그루도 생명이고 나와 같은 것으로 보아야 하는데 말입니다.' 매번 이 문장 앞에서 잠시 머물게 된다. 문장이 주는 메시지도 좋지만, 배수로 담장의 낡은 질감과 하얀 글씨, 담장 위로 펼쳐진 파란 하늘이 주는 선명한 대조에 눈이 즐겁다. 동네에서 처음 만나는 골목으로 들어가면 박경리 생가가 나온다. 골목 입구, 푸른 담장에 흰 글씨로 선생의 시 「축목은 은 사람들」이 적혀 있어 금방 찾을 수 있다. 아기자기하고 오랜 주택가의 분위기는 '사랑은 가난한 사람이 한다'는 시구절과도 잘 어울린다.'

 

통영 12공방을 중심으로 찬란한 공예 문화가 꽃피웠고, 박경리, 김춘수, 유치환, 윤이상, 전혁림 등 수많은 문인과 예술가가 태어나고 성장하여 통영을 모티프로 작품을 남겼다. 백석은 통영을 '자다가도 일어나 바다로 가고 싶은 곳'이라 하며 시를 썼고, 윤이상은 그 바다의 파도 소리에서 음악을 건져냈으며, 이중섭과 전혁림은 그 풍경을 화폭에 담았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교류하며 작품을 남긴 곳, 통영은 아름다운 예술의 바다다.


다채로운 매력을 지닌 통영은 아는 만큼 즐길 수 있는 도시다. 예술가들이 태어나고 자랐던 골목, 학교 가는 길, 서로 교류하며 문화 운동을 펼쳤던 곳, 연정을 품고 시와 편지를 썼던 자리 등 이야기가 숨어 있는 장소로 가득하다. 


통영에는 멍게를 키우는 배양장을 카페 배양장으로 만들고, 표구사를 개조해 힙스터들의 아지트로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동피랑 벽화마을, 이순신, 충무김밥’만으로 통영을 안다고 말할 수 없는 이유다. 


지역 공동체를 기반으로 대안적인 삶을 제시하는 출판사 남해의봄날이 만든 봄날의 책방, 손님 맞춤형 욕설을 음료에 적어주는 ‘쌍욕라떼’를 개발한 울라봉 카페, 명상과 수제맥주를 즐길 수 있는 미륵미륵호스텔까지. 개성 있는 가게들이 선사하는 의미, 재미, 휴식을 통영에서 모두 만끽할 수 있다.


장사를 하다가도 지역사회에 문제가 생기면 함께 모여 목소리를 내고, 스스로 돈을 모아 통영인디페스티벌을 여는 통영 사람들. 이들이 직접 만들어가는 통영만의 문화, 쉽게 정의내릴 수 없는 ‘통영스러움’을 좇아 새로운 통영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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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책방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찾아온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유명세를 따라 구경하러 온 이들도 많다. 책방을 찾는 모든 사람이 한두 권씩 책을 사주면 좋겠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때로 시장 구경하듯 책방을 한바탕 휩쓸고 사라지는 단체 관광객들도 있다. 하지만 그만큼 봄날의 책방이 통영 여행의 필수 코스가 되었다는 뜻이겠다. 서울 생활에 지친 젊은 부부가 일 년만 쉬자며 연고도 없는 통영으로 왔다가 그대로 정착해 버린 것이 봄날의 책방의 시작이었다. 마케팅 일을 하던 정은영 씨와 건축 일을 하던 강용상 씨가 의기투합해 그들만의 방식으로 지역 문화를 일구자며 출판사와 책방을 열었다. 봄날의 책방은 처음부터 여행객이 아니라 지역민을 위한 작은 공간이었다. 낡은 집을 활용해 지역 재생을 도모하고 공동체를 활성화하려는 취지였다. 출판사 남해의봅날 또한 대안적인 삶을 제시하고, 지역의 공동체 문화와 지역성의 소중함을 담은 책을 주로 피낸다. 직원을 체용하기 위해 올린 글만 봐도 이들이 이면 생각으로 출판사와 책방을 운영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국내 여행 인기 관광지, 통영에서 #가볼만한곳으로 검색하면 불변의 법칙처럼 튀어나오는 ‘동피랑 벽화마을’. 알록달록 칠해진 벽화에 반해, 또 기념사진을 남기기 위해 반드시 들러야 하는 명소다. 

 

그러나 사람들은 동피랑이 철거 위기 달동네였다는 사실을, 벽화가 그려진 담장은 사실 쫓겨나지 않기 위해 내어놓아야 했던 것임을 잘 알지 못한다. 


최근 여행자들에게 주목받고 있는 서피랑도 마찬가지다. 올망졸망 붙은 집들 사이로 아흔아홉 칸이나 되는 긴 계단은 관광객을 불러 모으지만, 99계단이 집창촌으로 가던 길이었다는 역사는 좀처럼 관심을 받지 못한다.


<통영>은 이처럼 인기 관광지, 통영 곳곳마다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와 역사들을 찾아낸다. 주민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일화와 역사 자료 등을 골고루 모아 소개한다. 통영 지역민, 여행자 모두가 자신이 살고 또 여행하는 통영 땅을 깊이 있게 만날 수 있도록 돕는다.


바다의 땅, 통영. 애초에 바다가 없었더라면 통영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통영은 조선시대부터 아름다운 바다로 이름을 떨쳤다. 570개 섬들이 별처럼 수놓인 푸른 다도해는 지금도 장관을 선사한다. 통영 바다가 만들어 준 것은 눈부신 자연만이 아니다. 굴, 멍게, 도다리…. 철따라 내어주는 진귀한 해산물로 바다의 제맛을 사시사철 맛볼 수 있는 도시가 통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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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통영김밥이 아니라 왜 충무김밥인지, 한 상에 스무 가지가 넘는 해산물 안주를 내주는 다찌는 어떻게 시작됐는지, 통영 음식에 곁들인 흥미로운 역사와 이야기도 즐거움을 더한다. 눈과 입을 춤추게 만드는 통영의 아름다운 자연과 풍부한 음식들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이 책은 한국 최초 도시별 인문지리서, ‘대한민국 도슨트’의 여섯 번째 책으로, 통영을 여행하는 데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 준다. 통영의 바다와 산, 그리고 골목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찾아내어 직접 골목골목 발로 뛰어 엮었다. 이 책과 함께라면 통영 문화예술의 아름다운 흔적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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