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소년이 지구를 응원하는 이유 [G-SEEKin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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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소년이 지구를 응원하는 이유 [G-SEEKinBOOK]

땅, 하늘, 식물과 동물 들이 제각기 자신의 특성을 드러내면 각각의 카테고리에 담겨 있는 정보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나무뿌리의 곡선이 나침반 역할을 할 수도 있고, 바위의 색깔이 야간 산책을 하기에 가장 좋은 시간을 알려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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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연을 보지 않는다. 본다기보다는 자연을 그냥 스쳐 지나간다. 그러기 때문에 자연의 형태나 빛깔 그리고 자연이 끝없이 우리를 향해 말하고 있는 이야기들을 듣지 못한다. 

 

만약 우리가 시선을 멈추고 잠시라도 자연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자연은 어김없이 먼지를 털고 고개를 치켜들 것이다. 이 세상에 처음 태어난 순간처럼 전연 낯선 얼굴로 우리 앞에 다가설 것이다. 


자폐 스펙트럼 소년이 직접 쓴 자연 이야기

용기 있고 서정적인 목소리로 무해한 자연 예찬

 

이 책은 15살 청소년이자 자연주의자인 다라 매커널티가 기록한 자연 에세이이다. 작가는 열두 달 동안 정원과 숲에서 만난 자연의 모습을 자신만의 언어로 기록했다. 

 

대륙검은지빠귀부터 개구리, 토끼, 민들레까지 자연에 진지한 경이를 표하는 작가의 목소리는 자연을 흐릿한 배경이 아닌 이 세계의 중심으로 옮겨놓는다.


작가인 다라 매커널티는 자폐 스펙트럼 때문에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었고 불안과 상처 속에서 살았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자연은 다라의 안정제였고 위로를 안겨 주었다. 


그 덕분에 세상 밖으로 문을 열고 나올 용기를 얻었다. 꽤 오랫동안 자연을 관찰했지만 글을 쓰거나 공유할 생각은 하지 못하다가 어느 날, 블로그에 자연 일기를 올렸다. 영향력 있는 분들의 독려와 응원이 이어졌고, 작은 일기는 책이 되어 나올 수 있었다. 


주변의 많은 이들은 다라가 한 단락도 제대로 써낼 수 없을 거라는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었다. 하지만 다라의 목소리는 화산처럼 끓어올라 글로 쏟아져 나왔다. 스스로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책 출간 후 수많은 언론과 매체가 책과 작가의 일상을 조명했고, ‘아름다운 영혼이 써내려간 문학적인 자연 에세이’라는 평과 함께 전 세계 독자들의 감동적인 후기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리고 세계적인 환경단체들의 홍보대사에 위촉되어 자신의 목소리를 마음껏 내며 자연을 지키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다라 매커널티의 글은 문학적이지만 현학적이지 않고 꾸밈이 없다. 작가는 괴롭힘과 따돌림의 경험, 불안과 상처를 드러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연을 통해 얻는 기쁨 또한 감추지 않는다. 


불안의 터널을 지나다가도 제비의 투지를 보며 힘을 얻고, 낯선 환경에 두려워하다가도 작은 식물을 발견하고 마음의 문을 왈칵 열어 보인다. 세상에 상처 받은 연약한 소년이 자연에 몰입하는 과정을 통해 용기를 얻고 결심하고 성장해 가는 모습은 독자에게 깊은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새들의 믿을 수 없는 여행을 생각하면 언제나 감탄이 나오는 동시에 용기를 얻는다. 이렇게 작은 몸집으로 굶주림과 탈진과 싸우면서 6주 동안 매일 300킬로미터를 날 수 있다니. 학교, 사람, 교실 같은 새로운 것들에 대한 걱정이 시작될 때면, 제비의 회복력과 투지를 생각한다.'


작가의 글에는 오랜 관찰과 몰입이 만들어 낸 섬세한 표현과 날카로운 감수성이 가득하고, 신선하고도 깊은 통찰이 곳곳에 숨어 있다.


뒷문 계단에 앉았는데 새소리의 힘과 강렬함이 이전보다 줄어든 느낌이 들었다. 뭔가 절박함이 부족했다. 봄과 이른 여름의 업무가 끝나 가고 있었다. 이런 일은 매해 일어난다. 나도 알고 있다.


대륙검은지빠귀와 다른 모든 새들은 내년에 다시 시끄럽게 노래할 것이다. 돌쟁이 때부터 침실에서 그림자를 바라보며 알게 된 사실이다. 노래는 멈추지만 항상 다시 시작된다. 이런 깨달음은 늘 가까이 있지만 쉽게 얻어지지 않는다. 


적어도 칼새는 여전히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내질렀고 이곳에 한참 더 머물 것이다. 나는 숨을 들이마시며 해 질 녘의 향취를 맡았다. 어둑어둑한 그림자가 휙 날아갔다. 

 

박쥐가 각다귀를 잡아먹으려고 나오고 있었다. 나는 눈을 감고 간질간질 스치는 만족감을 만끽했다. 오늘을 버텨 낸 나 자신이, 이 하루가 씁쓸하게 끝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은 내가 자랑스러웠다.


'나는 어두운 마음이 나를 완전히 삼키도록 놔두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이 존재하는 것이다. 낮이 저녁으로 바뀌는 순간과 따스하고 고즈넉한 분위기와 박쥐들이 제비를 대신해 선선한 공기를 가르는 모습을 즐기면서 말이다.'


자연에 무해한 존재가 되고 싶은 한 소년의 기록은 전 세계 독자들에게 퍼져 나가 자연에 몰입하는 기쁨을 깨치고, 파괴되어 가는 자연 앞에서 작은 소리라도 낼 수 있게 용기를 북돋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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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살 자연주의자의 일기

다라 매커널티 지음, 김인경 옮김, 뜨인돌 펴냄

 

작가가 이 자연 관찰기를 통해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분명하다. 나 자신이 누구이고 자연이나 타인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선명하게 보게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잠시 멈추어 나비가 우아하게 날갯짓하는 모습을 넋 놓고 바라볼 수 있어야 하고 집 주변에 어떤 새들이 언제, 얼마나 찾아오는지 살필 수 있어야 한다. 


작가는 쓸모없어 보이는 그 과정을 통해 자신을 제대로 볼 수 있고 자연, 타인과 온전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온전한 나 자신을 되찾고 타인과 자연을 좀 더 너그럽게 바라보고 사랑하자고 속삭이는 아름다운 노랫말이며 희망의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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