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 美·中서 CO₂ 배출 기준 3년 연속 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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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 美·中서 CO₂ 배출 기준 3년 연속 미달

규제 강한 유럽에선 ‘합격’ 규제 약한 미국·중국 ‘불합격’
현대·기아·폭스바겐·토요타·혼다 5개사 중 공동 '꼴찌'
“SUV 위주 판매 재고, 전방위적 탈탄소 전환 힘써야”

[지데일리] 현대차와 기아차가 미국과 중국 시장에서 현지의 이산화탄소(CO₂) 배출 기준을 3년 연속 못 지켜 기후위기 대응 실적에서 폭스바겐, 토요타, 혼다에 비해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린피스 동아시아지부는 최근 발간한 <탄소제로를 향한 카운트다운(Countdown to Zero): 5개 자동차회사의 CO₂ 배출기준 준수현황 보고서>에서 현대차와 기아차, 폭스바겐, 토요타, 혼다 5개 글로벌 자동차사가 지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 동안 미국과 중국, EU 3개 시장에서 현지의 CO₂ 배출 기준을 준수했는지 여부 등을 조사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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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차는 미국 시장에서 2017년, 2018년, 2019년 3년 연속 미국의 CO₂ 배출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중국 시장에서도 2018년과 2019년, 2020년 3년 연속 중국의 CO₂ 배출 기준을 준수하지 못했다. 

 

두 회사의 CO₂ 배출 기준 불합격 횟수는 미국에서 3회, 중국에서 3회 등 모두 6회에 달했다. 혼다 3회, 토요타 5회, 폭스바겐 5회보다 많아 조사대상 5개 자동차회사 가운데 현대와 기아가 공동 최하위를 기록했다. 

 

반면 EU에서는 현대와 기아를 포함한 5개 회사 모두 2016년부터 2019년까지 4개년 내내 현지의 CO₂ 배출 기준을 통과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또 현대와 기아가 단기간에 CO₂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감축할 능력을 갖추고 있음이 확인됐다.  현대와 기아는 EU가 130 g/km의  CO₂ 배출 기준을 적용했던 2019년 각각 124g/km와 123g/km의 CO₂ 배출 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다 2020년 기준이 95g/km으로 대폭  강화되자 두 회사 모두 곧바로  93g/km으로 배출량을 낮춰 강화된 배출 기준을 통과한 것으로  국제청정교통위원회( ICCT)의 자료 집계(추정치)에서 나타났다. 

 

단번에 24~ 25%를 감축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준 것이다. 보고서는 현대와 기아가 이 같은 능력을 갖추고도 배출 기준이 훨씬 느슨한 미국과 중국에서 각각 3년 연속 기준에 미달한 것과 관련해 기준 위반에 대한 벌칙의 강도 차이에 원인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EU는 2020년부터 기준 초과시 g/km 당 95유로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연비를 기준으로 0.1㎞/ℓ 위반시 12.94달러라는 EU 대비 훨씬 약한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중국은 벌금을 물리지 않고 대신 행정 지도 등을 하고 있다. 


현대와 기아의 CO₂ 배출 실태와 관련해 김지석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기후에너지 전문위원은 “현대자동차는 기후변화 해결에 앞장서겠다고 여러 차례 선언했지만 지난 몇 년간 중국, 미국 시장에서 CO₂  배출 기준조차 지키지 않고 있다"면서 "얼마 전 현대차가 유럽에서는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했지만, 2035년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를 하겠다고 밝힌 유럽연합의 규제를 겨우 맞추는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중국-한국 시장에서 2040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하겠다는 것도 너무 늦고, 특히 주요 시장에서만 이런 목표를 세운 것은 지구온도 상승을 1.5도 내에서 억제한다는 국제사회의 목표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현대와 기아는 2030년 모든 시장에서 판매 차량 전체를 내연기관 없는 무배출(ZEV) 차량으로 바꿔야한다”고 했다. 


그린피스는 이번 조사를 통해 확인한 사실들을 바탕으로, 우선 정부가 CO₂ 배출 기준 위반에 대해 무거운 벌금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해 자동차업체들의 탈탄소 전환을 제도적으로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으로 자동차업체들이 일반 승용차보다 크고 무거운 SUV 위주의 판매를 재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제에너지기구 (IEA)에 따르면 수송부문이 전력부문 다음으로 CO₂ 증가를 유발하게 된 이유는 SUV 판매량이 늘어난 데 있다. 그동안 SUV 중심의 마케팅을 펼쳐온 자동차회사들은 SUV 유행에 제동을 걸 책임이 있다. 


또한 자동차업체들은 전기차 전환과 에너지효율 향상,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 등 다양한 수단으로 전방위적인 CO₂ 배출 감축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CO₂ 배출 기준을 선도적으로 강화한 유럽연합에서 확인했 듯 현대와 기아를 비롯한 글로벌 자동차회사들은 단기간에 CO₂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노하우를 이미 보유하고 있다. CO₂ 감축을 위해 필요한 것은 강력한 제도적 장치와 자동차회사들의 탈탄소 의지라는 설명이다. 

 

그린피스는 현대와 기아를 포함한 자동차회사들이 전 세계 모든 지역에서 탄소제로를 실현할 때까지 탈탄소 모빌리티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전개할 계획이다.


그린피스는 2016년부터 포드, 폭스바겐, 다임러, BMW 등 자동차 제조업체를 상대로 내연기관차 생산중단 및 친환경차 전환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벌여왔으며, 2019년부터는 글로벌 자동차회사인 현대차를 상대로도 캠페인을 시작했다. 지난 9월 8일에는 서울 한강변 상공에 거대한 달팽이 풍선을 띄워 현대차의 느린 기후위기 대응 행보를 비판하는 활동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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