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런기술] 골칫거리 이산화탄소, 공업용 원료로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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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런기술] 골칫거리 이산화탄소, 공업용 원료로 바꾼다

산업계, '탈탄소' 향한 넷제로(net-zero) 정책으로 이행 본격화
머리카락 '10만분의 1' 이하 초미세 균열로 주석 촉매 성능 향상
부산물 억제, 반응속도 증가로 효율적.. 다른 촉매 개발 응용 가능

[지데일리] 국제적인 기후변화 대응의 일환으로 진행 중인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더욱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탄소중립에서 나아가 탈탄소를 향한 넷제로(net-zero) 정책으로의 이행이 본격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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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xabay

 

 

온난화 주범인 이산화탄소(CO2)의 포집, 활용, 저장(CCUS, 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기술이 오는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핵심기술로 부상하고 있는데, 주요 선진국을 중심으로 기술개발과 시설투자, 실증이 확대되면서 새로운 기후 관련 유망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CCUS는 화석연료의 사용 등으로 인해 대량의 이산화탄소가 생산되는 근원지에서 그 이산화탄소가 공기 중으로 방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포집, 이동, 저장할 뿐만 아니라 자원으로 활용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인더스트리아크는 글로벌 CCUS 시장규모가 올해부터 향후 5년간 연평균 29.2% 성장해 2026년 253억 달러(약 29조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대부분의 분석기관은 공통적으로 CCUS 관련 시장규모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CCUS 추진현황 및 계획'을 발표하고, CCUS를 신산업으로 육성해 초기 단계에 있는 전 세계 기후위기대응 신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다부처 사업 등을 통해 지원을 본격화하고 있다.


환경부는 탄소중립을 위해 화석연료 발전 중심의 전력공급 체계를 재생에너지와 수소 중심으로 전환하고 CCUS 기술을 적극 활용해 전력부문의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산업부는 CCUS 확산의 컨트롤타워이자 신산업화 역할을 할 민관합동 K-CCUS추진단을 올해 발족한 바 있으며, 이에 국내 주요 기업들은 CCUS 각 분야에서 기존 사업모델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움직임 가운데 이산화탄소를 유용한 물질로 바꾸는 촉매기술이 개발됐다. 이산화탄소를 공업 원료인 개미산으로 전환하는 촉매다. 기존 촉매보다 활성도와 효율을 높여 이산화탄소 자원화의 핵심 원천 기술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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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화학적 양이온 주입 공정의 개략도. UNIST 제공

 

 

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의 권영국 교수팀이 성균관대, DGIST 연구진과 공동으로 촉매입자에 머리카락 굵기 10만분의 1 수준 보다 더 가는 초미세 균열을 내는 특수 기술을 이용해 고성능 주석 산화물 촉매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 초미세 균열 사이에 반응물이 갇히면서 반응에 필요한 에너지가 줄고 반응 부산물 생성은 효과적으로 억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산화탄소에 전기를 가해 이를 고부가가치의 화합물 또는 연료를 바꾸는 기술이 최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전력을 이용해 이산화탄소를 고부가가치 물질로 변환한다면 환경 문제와 에너지 문제 등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어서다. 

 

그러나 이같은 기술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값싸고 성능 좋은 촉매가 필요한 상황이다. 촉매는 반응에 소모되는 전기에너지를 줄이는 물질로 주로 귀금속이 사용된다.

 

연구팀은 값싼 비귀금속 주석(Sn) 기반 촉매를 고성능 개미산 생산 촉매로 바꿨다. 개미산은 식품, 가죽처리, 제약 산업에 널리 쓰이며 최근에는 연료전지 연료와 수소저장체로도 지목되는 물질이다.

 

개발된 촉매는 기존 상용 주석 산화물 소재와 비교해 에너지소모(과전압)가 적고 개미산의 생산 속도가 19배 이상 향상됐다. 반응 부산물(수소) 생성도 7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종전 주석 촉매는 저렴하지만 반응속도가 느리고 반응 부산물 생성도 많은 문제가 있다. 부산물이 많이 생길수록 전기에너지가 원치 않는 반응에 낭비되는 셈이다. 

 

주석 촉매 입자에 초미세 균열을 내기 위해서 양이온 주입 기술을 적용했다. 주석 산화물 입자 내부에 리튬 양이온이 주입되면 가지런했던 원자 배열이 어긋나게 되고, 이 어긋난 원자배열들(입계결함)이 이동하면서 입자 내부에 약 1 nm(나노미터, 10-9 m) 이하의 초미세 균열이 만들어지는 원리인 것이다. 이는 주사투과전자현미경(STEM)을 이용한 단층촬영과 3차원 구조화를 통해 실험적으로 입증됐다.  

 

연구팀은 최적의 미세균열 크기도 발견했다. 미세 균열의 크기가 6Å(옹스트롬, 원자 2~3개 크기) 수준일 때 개미산 생성 속도와 선택성이 향상되고 부산물 생성이 효과적으로 억제됐다. 

 

정확한 이론적 원리도 규명됐다. 핵심 중간생성물이 촉매 초미세 균열 내부의 한쪽 표면에 흡착될 때 맞은편 촉매표면과 상호작용해 반응에 필요한 에너지가 줄어드는 원리다. 이로 인해 개미산 생성은 극대화되고, 부산물인 수소 발생은 획기적으로 감소한다. 

 

통상 화학 반응은 여러 단계를 거치는데, 이 핵심 중간생성물이 만들어지는 반응이 이산화탄소 변환(환원) 화학반응 가운데 가장 반응속도가 느리고 어려운 반응단계로 꼽힌다. 

 

권 교수는 “주석 입자 내 원자 수준 틈을 제어하는 기술을 통해 고부가 개미산의 생산속도와 선택성을 획기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었다”며 “이번 연구에서 제안한 기술은 다양한 전기화학 촉매 연구 분야로 확장이 가능해 의의가 크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