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사이클링에 꽂히다] 페트병이 담요로? 폐기물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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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사이클링에 꽂히다] 페트병이 담요로? 폐기물의 재발견

아껴 쓰고 다시 쓰고 또 써도, 바꿔쓰고 또 써도, 쓰임을 다하고 나면 결국 버려야 하는 쓰레기가 된다. 


‘쓰임이 다하기 전에 새로운 쓰임을 찾는다면?’ 이런 생각으로 만들어진 물품을 업사이클링 제품이라고 한다. 업사이클링은 업그레이드와 리사이클링의 합성어다. 리사이클링, 즉 재활용은 버려지는 것에 비해 사용되는 것은 적고, 재처리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가 사용된다는 한계가 있다. 


재활용에서 한 단계 향상된 업사이클링은 매립이나 소각되는 쓰레기의 양을 줄이고, 재가공에 들어가는 에너지의 낭비 없이 더 가치 있는 쓰임을 만든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지금, 우리 주위에는 어떤 업사이클링 제품과 기업이 있는지 살펴본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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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의 약속백

 

버려지는 자원들과 버리는 마음을 터치하는 소셜미션을 갖고 이를 실천해가는 업사이클링 전문 사회적기업 터치포굿.

 

이 회사는 지난 2008년 18대 대선 선거 현수막 에코백을 시작으로 화장품 용기, 대형 광고판, 플라스틱 등 쉽게 주목되지 못한 소재들의 업사이클링 디자인 제품들을 제작해왔다. 현재는 업사이클링 연구소, 도시형환경교육센터, 기업 리싱크 사업분야를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18대 대선 당시 ‘5년의 약속백’이라 이름 붙여진 이 가방은 당선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후보들이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위해 마음 모아주기를 바라는 국민의 염원을 담아 특별 디자인된 제품이었다.


현수막의 사후 쓰임을 생각한 이 프로젝트에는 개표 전까지 참여 의사를 밝힌 후보들의 홍보 현수막이 활용됐다. 


18대 대선 특별 한정판인 약속백은 구매함과 동시에 나눔 실천, 환경보호 그리고 새 대통령 탄생의 역사적인 순간을 소장하게 된다는 큰 의미가 있었다. 지금이 아니면 5년 후에야 다시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가방인 ‘5년의 약속백’ 후원에 많은 관심이 모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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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막 그로우백

 

더 나은 쓰임을 고민한 터치포굿은 도심의 상징적 폐기물인 현수막으로 그로우백(식물이 자랄 수 있도록 흙을 담을 수 있는 용도로 제작된 가방)을 제작했다. 

 

‘가든포굿’(Garden for good)이라 이름 붙여진 이 프로젝트는 농지가 부족한 도심에서 자투리 공간만 있으면 누구나 식물을 기를 수 있도록 도시농업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 마련됐다.


도시농업은 도심에서 직접 농사를 지어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고 정서적 안정을 얻을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국내의 도시농업에 대한 관심은 2008년 광우병과 배추 파동으로 안전한 먹거리 찾기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확산됐는, 현재 수도권 도시농부학교는 물론 유치원과 학교의 텃밭 수도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도시농업의 붐으로 각 지자체들은 박람회 개최 등으로 텃밭 조성을 지원하고 양적 확산을 위해 힘썼다. 

 

그렇지만 대대적 텃밭 조성을 위해 공공 공간을 침해하거나 과도하게 비용이 지출되기도 했다. 도시민들이 적은 비용으로 시작했던 주말 농장은 접근성의 어려움으로 소홀해지기 다반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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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막 그로우백

 

이에 더해 기존 텃밭 가꾸기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화분이나 스티로폼은 가격이 저렴하고 구하기는 쉽지만 대량 생산으로 인해 제작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환경오염 유발자들이다. 

 

내 집을 예쁘게 가꾸려고 사용하는 화분이 환경오염의 원인이 된다면 누구도 사용을 원치 않을 게 자명했다.


이에 터치포굿은 ‘가든포굿’을 선보였다. 다양한 도시농업의 문제점은 줄이고 골목, 옥상, 베란다 등 도심 내 어디에서든 적은 비용으로 자연 친화적 식물을 키울 수 있는 대안이 된다는 취지에서였다. 


또 현수막으로 제작한 그로우백은 다양한 패턴과 색상으로 도시농업에 컬러풀 에코라는 참신한 이미지도 제안했다. 일각에선 그로우백이 식물에 유해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에 터치포굿은 한국의류시험연구원에 성분 분석을 의뢰, ‘세척한 현수막은 유아의류에 사용해도 좋을 만큼 무해하다’는 결론을 얻고 KC마크을 획득했다.

 

 

기능성 수납 박스인 ‘업사이클 블록’도 주목을 받았다. 업사이클 블록’은 재활용이 잘 되고 있지 않는 ‘버려진 플라스틱’을 사용해 제작됐다. 

 

가로, 세로 각각 30cm, 높이 23cm으로 넉넉한 수납공간을 갖춘 이 제품은 상부 뚜껑을 하부에 끼워서 거치할 수 있으며, 엇갈려서 상자를 쌓으면 마치 ‘레고박스’처럼 디스플레이 할 수 있어 뛰어난 공간 활용률이 특징이다. 


다양한 색상으로 제품 제작이 가능하며, 뚜껑과 몸통의 색을 다르게 주문할 수도 있다. 최소 제작 수량은 1000개다. 버려지는 플라스틱이 많은 기업이 주문하면 해당 플라스틱을 활용해 제작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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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사이클 블록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일회용품 사용이 증가하고 온라인 쇼핑과 배달이 늘어나면서 플라스틱 용기 쓰레기도 증가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은 하루 평균 848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6%, 비닐 폐기물 발생량은 하루 평균 951톤으로 11.1% 늘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터치포굿은 열쇠고리, 바퀴벌레 약통, 줄넘기, 화분 등 일상생활에서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적용 가능한 ‘소소한 플라스틱’을 업사이클 제품으로 만든 리플라 프로젝트를 펼쳤다.


플라스틱 재활용에는 산업적인 부분에서 재활용의 대량화 문제, 기술적인 부분에서 몇 가지 색상만 가능한 문제, 경제적인 부분에서 비싼 설비 비용 문제, 소비재 보다 산업재로 재활용을 추구하는 소비자 인식의 문제 등 4가지 핵심 문제가 있다.


리플라 프로젝트는 플라스틱 재활용의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기획됐다. 플라스틱 업사이클 De-centralization을 추구하는 소규모 창작자들의 공동브랜드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브랜드 성격은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소소한 플라스틱’으로 터치포굿이 경험해 본 실패 사례를 바탕으로 플라스틱 업사이클의 예정된 실패를 줄이는 것이 가능하다.


리플라 프로젝트는 일명 ‘삽질 그만’ 프로젝트로, 소모적 벤치마킹과 따라하기로 중복되는 생산을 그만하고 협력을 통해 여러 조직이 힘을 합쳐 하나만 만들어서 같이 쓸 경우 많은 비용절감의 기회와 효율성의 기회가 생긴다. 

 

특히 금형 제작 과정은 비효율적이고, 환경적이지 못하다. 터치포굿의 많은 실패와 성공 케이스 공유로 전국적으로 여러 도전하는 업체들의 리소스 절약이 가능하다.


현재까지 나온 ‘소소한 플라스틱’ 제품은 ‘리플라 블록화분’, ‘리플라 블록박스’, 비접촉 ‘터치프리키’, 다용도 ‘단추’, ‘산호초 키링’ 등이 대표적이다. 

 

앞으로 페트병 고리 따개, 스테이플러 대체 클립, 마스크 고리, 호루라기, 동물 캐릭터 피규어 등 소소한 플라스틱 공모전 통해 얻은 아이디어 70개 제품을 순차적으로 출시, 텀블벅을 통해 펀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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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포굿이 현재 일본에서 판매 중인 페트병 업사이클 코알라 담요

 

올해 초 터치포굿은 자사의 페트병 업사이클 담요와 스카프를 일본의 대표적인 온라인 쇼핑몰 중 하나인 큐텐에 입점했다.


큐텐에 등록된 제품은 페트병을 업사이클 한 것으로 호주 산불로 피해를 입은 야생 동물 보호를 위해 제작된 코알라 담요와 멸종 위기종 수달을 그려 넣어 생태 복원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제작된 스카프 등이다. 젊은 세대 중심으로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일본에서 해당 제품에 대한 호응이 컸다.


페트병 업사이클 담요와 스카프는 최근에 유명 K팝 가수들이 소속사에서 선물 받은 제품으로도 유명하다. 일본 온라인 쇼핑몰에서 터치포굿의 제품 판매를 대행하는 업체는 이미 가수의 일본 팬들이 선물 받은 소식을 듣고 구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에서도 페트병 업사이클 제품들의 인기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터치포굿의 담요와 스카프 둘 다 네이버 해피빈에서 좋은 성과를 올렸다. 

 

특히 수달 스카프는 목표량의 449%를 달성하며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킨 제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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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포굿 박미현 대표

 

터치포굿 박미현 대표는 “자원 새활용에 관심이 있는 국내 소비자뿐 아니라 해외 소비자들에게도 다가갈 수 있는 통로가 마련돼 매우 기쁘다”며 “앞으로도 업사이클 제품을 통해 국내외 소비자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업사이클 제품 제작 등의 기회를 일반에게도 확대해 지역 거점 업사이클 센터로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라며 “집에서 쓰지 않는 플라스틱 통, 재활용품 등 실생활과 밀접한 제품을 새로운 용품으로 재탄생 시키는 체험을 통해 업사이클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확대해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하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