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지구는 왜 빨간 지구가 되어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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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지구는 왜 빨간 지구가 되어 가나

[기후변화를 걱정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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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느끼지 못하지만 무섭도록 우리에게 가까이 있는 기후변화. 기후위기에서 인간이 앎에 있어 미세 단위로 분할하려는 것과 하나의 체계로 합치려는 양방향의 노력을 기울여 온 것과 마찬가지로 이 양방향의 탐구가 이어져왔고, 분야별로 축적되는 지식과 그것을 서로 연관된 지혜의 덩어리로 합치려는 노력이 진행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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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세대 안에 기후 위기 끝내기>(폴 호컨, 글항아리사이언스)는 바다, 땅, 하늘, 식량, 산업, 에너지 등 큰 단위 차원에서 여러 문제가 어떻게 얽혀 있는지를 조명해냈다.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단순한 로드맵을 넘어 자연과 인공, 생명과 비생명, 개인과 집단이 어떻게 이 문제에 맞닥뜨려 그것을 내면화하고, 행동을 위한 정서적·지적 토대를 마련할 수 있는지 이 책을 통해 재생이라는 여행을 하게 된다.


보존과 환경운동이 무언가에 무기력하다면, 집단 통계가 진짜 비극을 가리고 숫자가 우리를 무감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책 제목인 ‘한 세대 안에 기후위기 끝내기’처럼 기후위기를 종식시킨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이는 2050년이 되기 전에 탄소 순 배출량 0을 달성하는 로드맵에 따라 2030년까지 적절한 속도로 올바르게 나아가는 사회를 만든다는 뜻이다. 그러려면 2030년까지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인 뒤 2040년까지 또다시 절반을 줄여야 한다.


저자는 탄소 배출량을 감축하고, 생태계를 보호하고 복원하며, 공정성을 다루고 생명을 탄생시킬 해결책들을 내놓는다. 이 구상들이 전 세계적으로 신속히 시행된다면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환산량 기준 1600기가톤 이상의 배출을 막고 격리할 수 있으며, 그러면 IPCC의 2030년 및 2050년의 목표들을 달성할 것이다.


탄소는 우리가 필요로 하고, 만들고, 만지는 거의 모든 것과 살아 있고, 맛있고, 놀랍고, 신성한 모든 것의 핵심 부분이다. 지구를 구하는 것이 당신의 임무는 아니다. 지구를 구한다는 생각 자체가 부담이다. 어차피 당신은 지구를 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수많은 이야기꾼이 등장해 땅과 우리의 관계를 재정립하도록 자기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심장을 직접 겨냥한 더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을 포함한 전통적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예술가, 시인, 작가들이 이 책에서 목소리를 내는 이유다. 문화가 무엇이 꽃피우거나 시들게 할지, 무엇이 번성하거나 사라지게 할지 결정한다. 우리의 이야기꾼들이 길을 찾지 못하면 그 길은 발견될 수 없다. 


저자는 기후위기를 끝내려면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그릴 것이 아니라, 지금 사람들이 바로 필요로 하는 것을 다룰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 이 책은 식량도 풍부하게 제공하고, 자연도 되살리며, 경제적으로도 타격받지 않을 수 있는 기후위기 해결책들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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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가 변하고 있고, 이로 인해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수많은 과학적 증거에도, 실제로 일어나는 기후 재난에도 여전히 사람들의 대처가 지지부진한 까닭은 무엇인가. 


2019년 9월, 호주에서는 유례없이 큰 산불이 일어나 6개월 넘도록 진압되지 않았다. 실제로 눈앞에서 벌어지는 기후 재난에도 사람들의 태도가 변하지 않는 이유와 사람들이 움직이려면 대체 무엇이 필요한 걸까.


기후변화에 사람들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까닭은 이 문제가 우리 내면과 가치관, 정체성, 젠더 감수성, 삶의 목적과 깊이 연관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기후변화, 이제는 감정적으로 이야기할 때>(리베카 헌틀리,양철북)는  심리학과 사회학, 진화심리학이라는 도구로 기후변화를 대하는 사람들의 갖가지 감정을 하나하나 깊이 들여다보며, 사람들을 설득하려면 어떤 메시지가 효과적일지 탐색한다.


헌틀리 역시 그레타 툰베리를 필두로 세계 곳곳의 10대 아이들이 등교하는 대신 기후 시위에 나선 것을 보고 크게 깨달았다. 아이들이 기성세대인 자신에게 뭐라도 해야 한다고 절박한 심정으로 말하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아주 오랫동안 기후변화를 상징하는 매스컴에 등장하는 빼빼 마른 북극곰이 작은 유빙을 딛고 선 이미지나 황량한 밭에서 땅을 일구는 체념한 제3세계 이미지는 기후 문제와 우리 사이의 거리감을 증폭시킬 뿐이다. 한마디로 기후 문제가 ‘남의 문제’인 것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것이다. 환경론자들은 사람들의 생활 방식에 일일이 간섭하는 잔소리꾼으로 취급된다.


저자는 죄책감이나 수치심, 공포를 조장하는 환경 메시지의 실효성을 자세히 살피며고 정치적 사회적 정체성과 직업에 대한 가치관이 기후변화에 대한 태도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도 알아본다.


그래도 저자가 생각하는 다행이라는 지점은, 기후변화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든 사람들이 자신이 사랑하고 관심을 두는 대상 즉, 사랑하는 아이들의 미래 또는 피지나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제주도 같은 특정 지역일 수도 있으며, 멸종 위기에 처한 홍관조 같은 기후변화와의 연관성을 찾기만 한다면 기후 문제 해결책에 동의할 수는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당장 눈앞의 일들이 시급하니 몇십 년 후에 벌어질 기후 문제는 미뤄 놓고 싶은 마음, 정부나 기업의 책임이 더 크다며 자기 책임을 부정하고 싶은 마음, 누군가 나서면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대책 없는 낙관, 될 대로 되라는 식의 비관까지. 이러한 마음들이 기후 문제를 해결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지나친 낙관주의에 뿌리를 둔 모래 위에 쌓은 희망이다. 


희망은 개인적 희생이나 행동이 없어도 되는 막연한 꿈이 아니라, 행동으로 낳아진 희망은 타인들을 대의로 이끌 것이다. 이러한 희망은 우리에게, 그리고 지구에 유리하게 판도를 바꿀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일은 각자의 감정들을 이해하고, 인정하고, 이를 바꿀 계기를 찾아 나서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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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시대의 사랑>(김기창, 민음사)은 오늘날 전 인류의 핵심 과제로 손꼽히는 기후변화를 테마로 쓴 단편소설 모음집으로, 이상 기후에서 촉발된 다양한 상황과 그에 따른 변화를 사실적이고 환상적인 이야기로 그려낸다. 


기후변화는 더 이상 얼음 나라의 북극곰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자신의 이야기이자 지금 당장의 문제다. 그렇다면 당장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이 막막하고 절실한 질문에서 소설은 시작되었다.


기후변화와 관련된 책의 출간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변화가 드러나는 곳은 출판 분야만이 아니다. 기후변화 전담 팀을 꾸리는 언론사가 등장하는가 하면 국내 지자체들도 기후변화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데 동참하고 있다. 


기후변화를 알고 있긴 하지만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정체되어 있는 답답한 상황을 문학적 상상력으로 돌파할 수 있다고 믿는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정보가 아니라 정서이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것을 영원히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기후변화 문제에 최선의 방법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최후의 순간 무엇인가 선택해야 할 때, 우리를 선택하는 존재로 만드는 것은 정보가 아니라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 수록된 10편의 이야기는 인식하는 앎이 아닌 감각하는 앎을 제공한다. 소설을 읽는 동안 우리 내면에는 파문이 인다. 이대로 지속되면 파멸이라는 것을 알지만, 심지어 아주 잘 알지만, 아는 데에 그쳤던 ‘잔잔한’ 마음에 꼭 필요했던 큰 물결이다.


호수에 던져진 돌과도 같은 이 소설들은 기후변화에 대한 우리 태도에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다줄 것이다. 필환경 시대가 만들어 낸 필독서이자 같은 방향으로 한 발작 나아가기 위한 지침서. 인간 문명에 대한 절망에서 시작된 이 소설은 인간이 지닌 사랑의 능력을 포기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