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선] 채식과 지속가능성을 진정성 있게 고민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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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시선] 채식과 지속가능성을 진정성 있게 고민한다면

건강상의 이유나 동물권익 보호 등 다양한 원인으로 채식주의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채식의 긍정적 효과를 둘러싼 찬반논란도 더욱 가열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육식주의자들이 채식주의에 대해 갖는 반감은 그 반대인 경우보다 훨씬 더 높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한때 미국의 한 조사에서는 자신이 육식주의자라고 밝힌 응답자의 30% 가까이가 채식주의자와 데이트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며, 채식주의자가 육식주의자와 사귀지 않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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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하는 식사시간이야말로 애정이 깊어지는 중요한 과정인데 데이트 할 때마다 두부나 콩만 먹어야 한다면 얼마나 끔찍하겠냐는 것이 당시 육식주의자들의 입장이었다. 


이렇듯 육식주의자와 채식주의자는 물과 기름처럼 결코 섞일 수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오히려 연인이 채식주의자라면 ‘생물학’적으로 훨씬 더 좋은 결과가 생길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과학저널인 ‘호르몬과 행동(Hormones and Behavior)’이 식물호르몬인 파이토에스트로겐(phytoestrogens)과 성적 활동의 상관성을 조사한 결과, 채식주의자들은 육식주의자와 비교해 성 호르몬이 더욱 왕성해 정력증진에 훨씬 도움이 됐다. 


파이토에스트로겐은 콩과 식물에서 자연적으로 생기는 에스트로겐으로 두부 등 식물성 단백질을 꾸준히 섭취함으로써 늘어난다.


이런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동물보호단체인 PETA는 채식에 기반한 식생활이 오히려 정력증진에 효과적이라는 메시지를 광고로 제작했었는데, 그 슬로건 역시 화제를 낳았다. 


바로 ‘그대로 (꼿꼿이 유지한 채) 항상 신선함을 유지하세요’(Stay Firm And Fresh)라는 의미심장한 슬로건으로 채식이 갖는 강점을 표현한 것이다. 채식은 심장질환이나 간질환, 당뇨, 고혈압 발병률을 낮춘다는 임상실험결과가 잇따라 발표되면서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 더욱 신뢰를 얻어가고 있다. 


얼마 전부터는 중국의 대도시에 거주하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채식문화가 확대되고 있다. 이는 유럽이나 미국의 유행과도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육식문화가 지구온난화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과 동물권익 차원의 인식론적 변화도 젊은층의 채식주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엔 이 같은 변화를 반영한 푸드테크놀로지 기업들이 각광받고 있는데 식물성 재료를 이용해 식품을 만다는 기업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푸드테크놀로지 분야가 주목 받고 있는 것은 현재 식품산업의 구조가 지금 상태로는 지속될 수는 없다는 회의론적 판단 때문이라는 시각이 보편적이다. 과학자들은 전 세계 인구가 2050년께 식량부족 사태에 직면해 불가피하게 채식주의자가 될 수 밖에 없이란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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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한 명당 매일 12온스(약 340그램) 정도의 고기를 섭취하고 있는데 이는 일간 권장량보다 50% 더 높은 수치라고 한다. 


스톡홀름 국제 물 연구소(SIWI)의 전망에 따르면 고기를 생산하기 위해선 그 만큼의 가축과 방목지, 특히 엄청난 양의 물이 필요한데 약 90억명의 인구가 예상되는 2050년에는 육식 수요를 충당할 만큼의 물이 우선 충분치 않게 된다.


또한 채식은심리건강에 도움을 준다. ‘영국건강심리학저널(British Journal of Health Psychology)’의 한 논문에 따르면 육류섭취를 줄일 수록 피실험자의 정서적 안정감이 개선되고 우울증에 대한 면역력이 더욱 강화된다. 


심신의 건강증진 효과는 물론 지구환경과 동물권익보호 등 채식에 대한 당위적 근거가 점점 늘어나는 상황에서 육식주의자들의 반론 또한 예상되는 지점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사라지지 않는 것'을 뚜렷이 말하기 어려워진 위태로운 지구에서, 채식은 변화를 위한 중요한 실마리라는 주장도 상당하다. 


매년 축산업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전 세계 모든 교통수단에서 발생되는 배출량을 넘어선다. 사육 과정에서 배출되는 메탄가스와 아산화질소는 이산화탄소보다 훨씬 강력한 온실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아울러 가축을 기르고 사료를 재배할 땅을 확보하기 위해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아마존 산림을 비롯한 전 세계 수많은 산림이 훼손되고 있다. 이에 채식은 무엇보다 인류의 생존을 좌우할 키워드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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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