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그거 알아? 고흐의 밤하늘에 왜 유독 별이 많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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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그거 알아? 고흐의 밤하늘에 왜 유독 별이 많은지?

  • 이은진 press9437@gmail.com
  • 등록 2022.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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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베이

 

 

[새로 나온 책] 

 

이야기 세계지리 - 공간 감수성을 일깨우는 사탐 필독서 

최재희 지음, 살림Friends 펴냄

 

'북극해 스발바르 제도의 스피츠베르겐섬에는 인류를 위한 흥미로운 시설이 존재한다. 바로 ‘국제 종자 저장고’다. 인류가 핵 전쟁, 소행성 충돌, 지구 온난화 심화 등으로 ‘최후의 날(doomsday)’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에, 저장고에 보관된 종자는 생존 인류가 살아갈 수 있도록 식물의 DNA를 보존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스피츠베르겐섬의 전기는 화력 발전소에서 온다. 석탄 화력 발전소는 온실 가스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이산화탄소가 증가하면 온난화는 가속화되고, 평소보다 높아진 기온을 내리기 위해 다시 냉각기를 돌린다. 냉각기에 공급되는 전기는 화력 발전소에서 조달한다…. 지구 온난화에 대비해 세운 국제 종자 저장고의 운영은 다시 온난화의 촉진을 통해 이뤄진다는 이 모순적인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고흐의 밤하늘에는 유달리 별이 많다. 고흐는 어디에서 그토록 맑게 빛나는 별을 바라본 걸까. 우중충한 네덜란드와 파리 몽마르트에서 그림을 그리던 반 고흐는, 말년에 지중해변 아를로 이주하면서 밝아진 하늘과 쏟아지는 별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곳에 가면 우리도 고흐의 별을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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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은 나이를 먹고, 인간은 그 땅을 삶터로 해 살아가고, 땅과 상호작용하며 역사와 문화를 일군다. 땅과 인간이 상호작용하는 이치를 알고 나면 세계지도를 펼쳐놓기만 해도 무한한 상상여행을 떠날 수 있다. 

 

이 책은 현직 지리 교사의 안내로 떠나는 세계지리 여행 이야기다. 우리에게 익숙한 태평양 중심 세계지도를 펼쳐놓고 보면 왼쪽 끝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부터 오른쪽 끝 미국 동부의 메갈로폴리스까지, 맨 꼭대기 북극해부터 저 아래 남미 아타카마 사막과 갈라파고스 제도’까지 동서남북 지구 곳곳을 누비며 땅의 속살이 간직하고 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지리적 범위만큼이나 다루는 주제도 다양하다. 석회암과 퇴적암, 피오르와 삼각주, 화산과 몬순(계절풍) 같은 자연현상부터 고흐와 뭉크의 그림, 찰스 다윈 진화론의 지리적 배경, ‘커피 제국’ 스타벅스의 비결이 된 ‘세 개의 공간’ 등 역사와 문화 이야기까지, 인간이 땅에 적응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 나가는 모습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1883년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 화산이 폭발하며 내뿜은 화산재로 유럽 하늘은 하루 종일 핏빛으로 물들었고, 그 하늘빛에서 뭉크의 '절규'가 나왔다. 2019년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이 불길에 휩싸였을 때, 대성당이 있는 시테섬은 여의도 같은 ‘하중도(河中島)’였기에 파리 시민들은 말 그대로 ‘강 건너 불구경’으로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

 

친숙한 문학.미술.영화.뮤지컬 이야기도 곳곳에 녹아들었다. 화산 하면 '반지의 제왕', 피오르 하면 '겨울 왕국', 사막 하면 '마션'의 세트. 그러면서 간간이 현실성에 일침을 날린다. “'반지의 제왕'의 미나스티리스 성은 건조 기후대의 화강암반 위에 지어졌기에 물이 부족해 존립하기 힘들다”는 식이다.

 

현직 지리 교사의 책답게 국토지리와의 크로스체크에 충실한 것은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빙하가 깎은 피오르와 다도해의 리아스 해안이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해안 사막인 칠레 아타카마 사막 얘기엔 태안 신두리 해안 사구(砂丘) 얘기가 빠질 수 없다. 

 

동아프리카 지구대가 만든 홍해에는 진도의 ‘홍해의 기적’ 바닷길 얘기가 끼어들고, 노트르담 대성당이 있는 파리의 배꼽 시테섬은 한국 금융의 중심 여의도의 데자뷔다.

 

톡톡 튀는 이야기들 이면에, 인간이 자초하는 암울한 미래에 대한 걱정도 스며 있다. 댐 건설로 수량(水量)이 줄며 메콩강 어귀 해수면이 높아지자 논 대신 새우 양식장이 들어서고, 그래서 생긴 별미가 ‘코코넛 슈림프 라이스’다. 

 

온난화 등으로 닥칠 위기에 대비해 북극해의 섬에 ‘국제 종자 저장소’가 들어섰지만, 저장소가 석탄 화력 발전으로 가동하는 탓에 역설적으로 온난화를 부추긴다. 

 

‘해협에 갇힌 내해(內海)’ 지중해는 역동적인 역사의 현장이었지만, 해류에 운명을 맡길 수밖에 없는 난민의 현장이기도 하다. 지루한 암기과목이라고만 생각했던 지리 공부를 넘어, 공간과 인간에 대한 이해를 도와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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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수학책

김미연 지음, 부키 펴냄


'규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왜 이런 규칙이 나왔는지 묻는 거예요. 수학책을 펴면 공식부터 외울 것이 아니라 그 공식을 만든 수학자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하는 거죠.'


내 아이가 수학 문제를 물어 왔는데 숨부터 턱 막혔다면. 아이 눈높이에 맞게 설명해 주고 싶은데 학창 시절에 배웠던 것들이 가물가물 기억나지 않아서 아이에게 미안했다면. 나는 수학과 담쌓고 살았지만 내 아이는 수학과 친해지기를 바란다면. 

 

한 번이라도 이런 경험을 한 엄마라면 이 책이 어느 정도 도움이 될 만 하겠다. 엄마가 수학과 친하지 않으면서 아이는 수학 우등생이 되기를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14년 차 현직 수학 교사이자 초등학생 쌍둥이 엄마인 저자는 많은 수포자 학생과 부모를 상담하면서, 엄마가 먼저 수학에 한발 다가가야 수학을 대하는 아이의 태도도 달라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엄마의 수학 자존감이 올라야 아이도 수학을 겁내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엄마들도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도록 쉽고 친절한 수학책을 쓰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이 책은 중학교 교과 과정의 핵심 개념과 원리들을 엄마의 눈높이에 맞게 풀어냈고, 200컷이 넘는 손그림으로 읽는 재미를 더했다. 

 

아이의 수학 교육을 고민하고 있다면 직접 가르쳐야 한다는 부담을 내려놓고 이 책을 들어도 되겠다. 수학책을 읽고 있는 엄마의 모습에서 아이는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게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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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의 세계사

도미닉 프리스비 지음, 조용빈 옮김, 한빛비즈 펴냄


'19세기가 되자 여기저기서 창문세에 대한 반대가 터져 나왔다. “‘공기처럼 공짜’라는 표현은 더 이상 맞지 않는다. 창문세를 부과한 이후부터 공기도 빛도 공짜가 아니다”라며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는 분노했다. 반대운동은 수십 년 동안 계속되었다. 전단지를 배포하고 노래를 만들어 불렀으며 반대하는 연설이 줄을 이었다.'


고대 메소포타미아부터 링컨과 히틀러, 그리고 현재의 정부까지 징세의 관점으로 독파하는 인류 금전의 역사 '세금'. 

 

동서양에 걸쳐 대제국을 건설한 인류 최대의 정복 군주 칭기즈칸은 금나라를 정복한 다음 다른 정복지에서와 마찬가지로 주민들을 모두 말살하려 했다. 

 

이때 그 곁의 참모가 “죽은 농민은 세금을 내지 못한다”고 진언하여, 수많은 중국인들이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렇듯 예나 지금이나 세금은 전 세계 모든 정복자의 주요 사업이다.


칭기즈칸의 이야기는 세금이 국가 권력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일례에 불과하다. 인류 역사의 모든 중요한 사건에는 늘 세금이 얽혀 있다. 

 

예수가 베들레헴에서 태어난 것은 마리아와 요셉이 그곳에 세금 신고를 하러 갔기 때문이며, 세금을 내는 새로운 노동자계급이 출현한 것은 흑사병으로 중세의 봉건제도가 사실상 무너졌기 때문이다. 

 

여성의 참정권이 허용된 것도 제1차 세계대전 중 여성들이 공장에 투입돼 그들이 소득세를 납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피라미드부터 백악관까지 인류의 주요 건축물들 또한 세금이 없었다면 짓지 못했을 것이다. 중국 만리장성은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축조되기도 했지만 비단길을 따라 중국을 드나드는 물품에 세금을 부과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전쟁, 재난, 재해 뒤의 재건 과정에도 세금이 항상 등장한다. 세금이 없었다면 인간은 달에 첫발을 내딛지 못했을 터다.


영국의 금융 전문 작가인 저자는 세금이야말로 인류의 역사를 좌우하는 첫 번째 이유라고 단언하며, 세금의 눈으로 세상을 보라고 강조한다. 세금이 문명의 성격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조세제도는 국가의 운명, 즉 국민의 번영과 빈곤, 자유와 억압, 만족감과 불만을 결정한다. 

 

저자는 이러한 사실을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부터 오늘날의 디지털 경제까지 수많은 역사적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시대의 패러다임을 바꾼 세계사적 사건부터 우리가 미처 인지하지 못한 아주 작은 변화까지 인간의 역사는 모두 조세제도 안에서 움직인다는 사실을 명확히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