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RE:포트] 지금, 얼마만큼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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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RE:포트] 지금, 얼마만큼 행복하세요?

  • 한주연 82blue@hanmail.net
  • 등록 2022.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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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3월 20일은 UN이 정한 '세계 행복의 날(International Day of Happiness)이다. 
 
우리는 매일 고민한다. ‘나는 잘살고 있는 것인지, 내 삶은 행복한 것인지’. 그러나 정해진 답은 없다. 행복의 형태는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나의 행복을 어떻게 정의하고, 어떻게 만들어나가야 하는지에 대해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하는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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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는 행복이 그저 일상의 삶을 잘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밥을 먹고 일을 하고 대화를 나누고 매일 반복되는 일상의 사소함 속으로 더 깊이 온전히 들어가는 것이 행복이라는 것이다.
 
실제 우리가 행복감을 느끼는 순간은 거창하지 않다. 타인으로부터 무시당하지 않고 존중받을 때, 무언가를 배워서 성장했다는 느낌이 들 때, 열등감 없이 일을 잘 해낼 때,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믿을 사람이 있다고 안심할 때,삶을 주도적으로 살고 있을 때다. 
 
행복은 존중, 성장, 유능, 지지, 자유와 같은 내면의 욕구에 의해 결정되는데, 지극히 일상에서 경험 가능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 10대 강국을 자부하는 한국의 행복도 순위는 어떨까. UN이 매년 발간하는 행복보고서를 보면 한국은 정체와 하락 추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2010년에서 2013년까지 조사한 2013년과 2014년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평균 6.13점으로 세계 44위를 기록했다. 그렇지만 2013년부터 2018년까지를 조사한 2016년, 2017년, 2018년, 2019년의 보고서를 종합하면 세계 160여 국가 중 57위를 나타냈다.
 
행복도는 6점에서 5점대로 하락했으며, 또한 국가순위도 40위대 중반에서 50위대 후반으로 밀려나 정체돼 있으며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그러던 것이 2017~2019 기간을 대상으로 한 2020년의 본 행복보고서에서 한국의 행복도는 5.87점으로 여전히 5점대에 머물고 있으며, 그 순위가 드디어는 60위대(61위)로 밀려나고 말았다. 한국의 행복 순위는 일인당 GDP 수준에 크게 못 미칠 뿐만 아니라 하락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OECD는 2011년 이후 격년마다 웰빙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으며, 또한 매년 ‘더 나은 삶 지수’(Better Life Index)라는 이름으로 세계 각국의 웰빙 지수를 공표하고 있다. 
 
웰빙에 대한 OECD의 개념적 프레임워크에 따르면, 인간의 웰빙은 11개의 영역으로 구분된다. 그리고 이 영역들은 크게 ‘삶의 질’과 ‘물질적 생활조건’이라는 양대 영역으로 대별된다. 여기서 삶의 질은 사회적 연계, 일과 삶의 균형, 건강, 환경, 시민참여, 교육, 주관적 웰빙, 안전 등 8개 세부 영역으로, 그리고 물질적 삶의 조건은 소득, 일자리, 주거 등 3개 영역으로 구성된다.
 
36개(OECD 34개국+브라질, 러시아) 국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2015 더 나은 삶 지수’(Better Life Index 2015)에 따르면, 11개 영역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웰빙 지수에서 한국은 27위로 중하위권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런데 웰빙적 삶의 양대 영역 중 물질적 삶의 영역은 20위로 비교적 양호한 편이다. 하지만 삶의 질 영역은 이보다 9계단이나 낮은 29위에 머물고 있으며, 삶의 만족도로 평가한 주관적 웰빙 영역에서도 29위(5.8점)에 그치고 있다. 
 
물질적 삶의 수준에 비해 삶의 질 수준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2014년 세계 30위, OECD 21위를 차지한 한국의 1인당 GDP(ppp) 수준을 생각할 때, 우리의 삶의 질 수준은 우리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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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에 따르면 한국의 행복지수는 59위로 조사됐다. 자료출처=SDSN 

한국은 삶의 질을 구성하는 8개 세부 영역 중 절반이 넘는 5개 영역에서 OECD 하위 20%에 머물고 있다. 그 중에서도 환경(30위), 일과 삶의 균형(33위), 사회적 연계(36위) 등이 열악한데, 특히 공동체의 수준을 보여주는 ‘사회적 연계’(social connections) 부문에서 36개 조사 대상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필요할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친척이나 친구가 있는지’를 묻는 사회적 지원 관계망에 관한 질문에 긍정적으로 답한 비율이 72%로 OECD 평균 88%보다 16%나 포인트가 낮았다. 이 질문은 UN의 행복 보고서에서 행복에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주목하는 ‘사회적 지원’(social support)에 대한 질문 내용과 일치하는 것이다.
 
OECD의 웰빙 순위에서 한국은 2015년 36개국 중 27위로 전년에 비해 두 계단 내려갔으며, 삶의 만족도 조사를 통한 주관적 웰빙 순위도 25위(6.0점)에서 29위(5.8점)로 하락했다. UN의 캔트릴 사다리 조사를 통한 주관적 웰빙 순위도 2010~12 기간의 세계 41위에서 2012~14 기간에는 47위로 하락했다. 
 
웰빙 순위나 주관적 웰빙 순위가 하락한 이유로는 한국 경제가 저성장기에 접어들었다는데 부분적인 이유가 꼽힌다. 그러나 삶의 질 영역을 구성하는 세부 영역들의 수준이 악화되는 것이 보다 큰 이유라는 시각이 있다. 
 
특히 낮은 성취도를 보여줌으로써 삶의 질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3가지 약점 영역, 즉 사회안전망과 연관된 ‘사회적 연계’(36위), 노동시간 및 여가생활과 연관된 ‘일과 삶의 균형’(33위), 수질 및 대기의 질과 연관된 ‘환경의 질’(30위) 영역들을 개선하는데 정책적 노력을 집중해야 하락 추세를 반전시키는 것이 가능할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이제 웰빙과 행복은 어느 국가도 외면할 수 없는 21세기의 진지한 정치문제가 됐다. 전문가들은 이제 우리나라도 선진국의 문턱을 넘어서려면 ‘GDP를 넘어’ 웰빙과 행복의 문제를 보다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