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의 그린노트] 변화의 관건은 '나부터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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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의 그린노트] 변화의 관건은 '나부터 실천'

우리는 반드시 자연을 보호해야 하며, 더는 문제를 미룰 수 없다. 특히 파괴적인 기후 변화는 우리 지구를 위협하는 가장 큰 문제이자 가장 시급해야 할 과제다.
 
현재 지구의 물과 땅, 공기 모두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인류는 무자비하게 숲과 바다, 공기, 물, 야생동물을 파괴하고 위협해 왔으며, 그와 함께 모든 환경문제를 야기했다. 걷잡을 수 없는 산림파괴, 기후변화, 대기오염, 나날이 쌓여가는 쓰레기 등 끔찍한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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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니

 

<지구를 지키는 것이 나의 일이라면>(알렉산드라 마탄차, 반니)는 지구 온난화, 환경오염 등 전 지구적 위협에 맞선 환경 영웅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 독자들은 연예계와 정치계, 패션계, 경제계 유명 인사들의 다양한 인터뷰를 들을 수 있다. 

 

그들은 환경을 위해 자기만의 목소리를 내면서 결연히 행동해왔다. 그들에게 영감을 얻은 독자가 환경을 지키기 위해 직접 행동에 나서고, 환경 인식을 널리 퍼트리고, 함께 투쟁하는 것이야말로 이 책의 목적이다.

 

제인 구달,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맷 데이먼, 로버트 레드포드, 버락 오바마와 미셸 오바마, 케이트 블란쳇, 해리슨 포드 등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들의 진정어린 목소리는 더 이상 어느 누구도 지구를 살리는 데 소홀히 할 수 없음을 일깨워준다. 우리 집과 인류의 미래까지 지킬 기회는 바로 지금 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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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보호를 주장하는 이유는 다양하며 그 모든 이유가 다 중요하다. 이 책에 등장하는 많은 유명인들도 자신의 경험과 체험에서 환경의 중요성을 깨닫고 특별히 관심 가는 활동에 힘을 쏟는다.

 

영화배우이자 열성적인 환경운동가인 맷 데이먼은 촬영차 머물렀던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 지역에서 마실 물을 긷는 데 몇 시간씩 걸어야 하는 어린 소녀의 처지를 목격한다. ‘이 아이들의 작은 어깨에 벌써 그렇게 많은 책임감을 지고 마음껏 놀 시간조차 없다는 사실’에 마음 아파한다. 그때의 경험은 깨끗한 물을 아프리카 대륙에 공급하기 위한 에이치투오 아프리카재단(H2O Africa Foundation)의 설립에까지 이르게 했다.

 

침팬지 연구로 유명한 제인 구달은 지구를 구원하려면 생명의 다양성을 유지해야하기 때문에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을 보호하려고 싸운다. 환경 인식 개선을 위해 일 년에 최대 300일씩 출장을 다니며 다양한 운동을 펼친다. 

 

바다를 깨끗하게 청소하기 위해 기술을 혁신하는 젊은 창업가도 있다. 하비에르 고예네체가 설립한 에코알프(ECOALF)는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를 고품질 의류로 탈바꿈하는 스페인 패션 기업이다. 지중해 해저에서 건져 올린 페트병을 100센트 재활용한 신섬유로 옷을 만든다. 

 

지구의 허파인 나무와 숲을 지키고 보존하기 위해 친환경 종이만을 고집하는 작가도 있다. 이탈리아 작가 안드레아 데 카를로는 숲은 지키는 데 대중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내려면 작가들도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전 세계의 정부와 기업인들에게 각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크다. 엘 고어는 우리에게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소시키는 데 필요한 모든 게 다 있다면서 정치계의 의지만 없다고 꼬집는다. 버락 오바마 는 이제 연방정부가 실질적인 해결방법에 집중하고 국민에게 한 약속을 당장 이행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십대 청소년 그레타 툰베리의 목소리는 더욱 강력하다. 2019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후행동정상회의에서 그레타는 세계 정치 지도자들을 향해 여러분이 하는 말이라곤 돈과 지속적인 경제성장이라는 동화 같은 이야기뿐이라며 부끄러운 줄 알라고 쏘아붙였다.

 

이러한 젊은 운동가들의 활동은 여러 유명인에게도 영향을 끼친다. 마리옹 코티야르는 발리에서 비닐봉지 판매와 유통을 금지하는 법률이 제정되는데 큰 역할을 한 환경운동가 멜라티 위즌의 이야기에 매료돼, 그녀와 같은 젊은 운동가들의 활동을 세상에 알리기 위한 다큐멘터리 영화까지 제작한다. 지구를 살리는 한 사람의 실천이 서로에게 어떤 영감을 주고 얼마나 큰 힘이 되는가를 이 책은 증명해준다.


이 책은 환경보호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더 지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터뷰를 정리한 알렉산드라 마탄차는 우리 모두가 선의를 추구하는 환경 영웅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우리 아이들과 그 아이들의 아이들을 통해 영원히 존재함을 생각하면서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환경보호에 직접 참여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인류가 지금 같은 방식으로 계속 살아간다면 인류에게는 미래가 없음을 우리 모두 깨달아야 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환경운동가들의 소신 가득한 말을 들어보면 환경보호에 대한 그들의 열정과 진정성을 느낄 수 있다. 그들 모두가 각자 자기만의 방식으로 ‘함께’ 싸우고 있다. 옮긴이의 후기처럼 이 책은 아무리 작은 행동이라도 함께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우리에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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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제 지구가 괜찮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고 무언가 바뀌어야 한다고도 생각한다. 채식이나 제로 웨이스트를 행하는 사람이 대단하다고는 생각하지만 문제를 인식하는 만큼 행동으로 실천되시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하루 중, 단 한 조각의 쓰레기도 만들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우리는 쓰레기를 만들 수밖에 없는 시스템 속에 있다. 환경 보호를 위해 의식적으로라도 이렇게 노력했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쓰레기 더미 속에서 살고 있지 않은 것이다.


<덜어내고 덜 버리고>(오한빛, 채륜)는 제로웨이스트와 웨이스트 그 사이 어디쯤에 있다고 자주 말한다. 우리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지구에 사는 인간의 현주소를 나타내는 말일 것이다.


내일이라는 시간을 지속하고, 더 나은 환경에 살기 위해 쓰레기를 줄여 나가야 한다. 하지만 사람은 몸이 편한 쪽을 따르기 마련이다. 만들기는 쉽지만 없애기는 참 어렵다. 알지만 못하는 것, 제로웨이스트 생활을 이어가는 사람들을 우리가 존경하는 이유다.


쓰레기를 무한 생산하면서도 쓰레기를 없애는 데 노력을 기울이는 우리는, 작가의 말 그대로 ‘제로웨이스트와 웨이스트 그 사이 어디쯤’에서 떠돌고 있을지 모른다. 둘 중 어느 쪽에 중심을 두어야 우리가 살아 갈수 있는지 잘 안다. 


작가는 어떻게 제로웨이스트의 시작을 마음먹을 수 있었을까? 본래 환경운동에 적극적인 사람인 걸까, 아니면 정신력이 유독 강하고 끈기 있는 사람인 걸까. 작가의 말에 따르면 ‘쓰레기를 줄이는 일은 당연하기보다 자연스러운 일’이었다고 한다. 


바닷가 근처에 살펴 바다를 보며 지냈던 적이 있었는데 당시 해안가에 넘쳐나는 쓰레기를 보았다. 좋아하는 바다를 아끼고 싶은 마음에 틈날 때마다 바다에 나가 쓰레기를 주웠고, 나아가 일상에서 쓰레기를 줄일 방법을 고민하면서 지금까지 왔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공감 능력이 높고 올바른 도덕관념을 가졌다는 점이 기반이 되었겠지만 특별한 사람이 아니어도 충분히 해볼 수 있는 일이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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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제로웨이스트 생활은 ‘환경을 보호해야 해서’ 시작한 게 아니라, ‘좋아하는 것을 아끼고 싶으니까’ 시작되었다. 이런 마음 위에 발현된 행동들은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아도 제로웨이스트 생활을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평범한 저의 이야기를 짧지 않은 글로 꺼내 놓으면서 나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는 작은 확신 같은 것이 들었습니다.”라는 말처럼, 작가가 덤덤하게 풀어내는 평범한 일상은 우리에게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가질 수 있다.


윤리적 가치를 주입하거나 강박적인 실천을 강요하지 않기 때문에 읽는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다. ‘친환경’이라는 이름 아래 행한 일이 오히려 ‘친환경적이지 못한’ 결과를 초래한 경우도 있음을 알려준다. 


쓰레기를 덜어낸 그 자리는 더 가치 있는 것들로 채울수 있다. 우선 사람이 채워진다. 제로웨이스트로 향하는 변화의 장면은 홀로 만들 수 없다. 그리고 ‘나’도 채워진다. 불필요한 것을 걷어내니 자신이 선명하게 드러나고,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이 외에도 제로웨이스트가 건네는 변화는 상상이상이다. 


완벽하게 보다 유연하게 덜어내기를. 그리고 할 수 있는 만큼, 지속가능한 생활습관을 만들어가는 일상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당장에 ‘제로’가 될 수는 없으니 ‘제로’를 향해 나아가자고 말이다.


당장은 작아 보일지라도 어느새 뒤돌아보면 그 변화는 크다. 책은 총 다섯 개의 장으로 나뉘어 제로웨이스트의 시작과 제로웨이스트가 가져온 변화를 알려준다. 일상 이야기에 녹여냈기 때문에 그저 재미있게 편안하게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빼놓을 수 없는 책의 묘미는 쓰레기를 줄이는 작가의 생활 꿀팁이 곳곳에 숨어 있다는 점이다. 특히 ‘함께해요’ 코너는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고 싶은 입문자를 위한 실전 가이드이다. 


이 꿀팁은 어느 한 부분에 국한되지 않고, 채소를 남김없이 활용하는 법, 수제비누 보관법, 아로마 스프레이 레시피, 공구 쓰는 법 배우기, 안 입는 옷 처리법 등 ‘친환경’ 생활을 마음먹은 사람의 고민을 시원하게 해소시켜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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