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의 그린노트] 덜 쓰고 사는 가벼운 생활 '다운 웨이스트'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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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의 그린노트] 덜 쓰고 사는 가벼운 생활 '다운 웨이스트' 어때요?

[지데일리] 과연 '제로 웨이스트'는 실현 가능한 것일까.

 

지구 환경을 걱정하는 평범한 우리들 개인의 ‘1’은 참 별 것 아니지만, 전 세계 사람들이 ‘1’을 줄인다면 전 세계의 쓰레기가 100분의 1만큼 줄 것이기에 100분의 1만큼 자원을 아낄 수 있고, 환경 오염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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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베이

 


플라스틱 대란 이슈와 코로나 19의 여파로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과 경각심이 나날이 짙어지는 추세다. 이에 불필요한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생활 방식인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2013년부터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해온 저자의 경험과 노하우를 고스란히 담은 <이제 쓰레기를 그만 버리기로 했다>(케이트 아넬 지음, 미호 펴냄)는 시작하는 제로 웨이스터(Zero waster)를 위한 친절한 안내서다. 


‘사소한 쇼핑에 늘어나는 택배 박스, 배달 음식 한 번에 쌓여버린 플라스틱 용기, 한두 장씩 쉽게 뽑아 쓰는 물티슈… 편리함에 물들어 무심했던 환경에 마음이 쓰이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면 쓰레기를 조금씩 잘 줄일 수 있을까.


저자는 무엇보다 습관을 조금씩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생활 속 다양한 상황과 장소에서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한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는 방법부터 재사용 용품을 고르는 법, 남은 음식을 썩히는 방법, 직접 만드는 화장품과 먹거리 레시피까지. 자신만의 속도로 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 실천하다 보면 장기적으로 지구를 해치지 않는 삶이 가능하다.


필(必)환경 시대를 주도하는 트렌드인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는 원래 제조 및 생활폐기물 관리에 대해 논의할 때 쓰이는 말이었지만, 현재는 일상에서 발생하는 쓰레기 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생활 방식이자 궁극적으로는 삶을 존중하는 태도를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이 책은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면 좋은 점과 오해들을 짚고, 제로 웨이스트의 기본 원칙인 5R(거절하기(refuse), 줄이기(reduce), 재사용하기(reuse), 재활용하기(recycle), rot(썩히기))에 수리하기(repair)와 respond(대응하기)를 포함한 7가지 생활 규칙을 바탕으로 제로 웨이스트의 길을 알려준다. 


시작이 막막한 이들을 위해 저자는 제로 웨이스트를 받아들이고 실천하는 방법은 각자에게 다르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며 자신에게 제로 웨이스트가 어떤 의미이고, 생활 속에서 어느 정도까지 적용할 수 있는지 고민해보면서 불필요한 쓰레기를 줄이는 다양한 방법들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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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이든 거창한 목표를 내세우기보다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 해봐야 한다. 이 책은 6주를 기준으로 접근하기 쉬운 것부터 적극적인 방식까지 순차적으로 내용을 구성하여 제로 웨이스트를 더욱 익숙한 생활 방식으로 만들어지게 도와준다.


우선 첫걸음을 내디뎌, 자신의 속도에 맞게 꾸준히 노력해나갈 것을 강조하며 직장에서, 외식할 때, 기념일을 챙기거나 행사를 열 때, 여행할 때, 아기와 어린이를 키울 때, 반려동물과 함께할 때 등 다양한 상황에서 생각해볼 거리도 함께 제공한다.


식사할 때, 청소할 때, 샤워할 때 사용하는 물건들을 짚어 보면 무심코 쓰고 버리는 물건들이 많으며 재활용도 어려울거라 생각된다.


저자는 음식물 쓰레기와 포장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식재료, 청소용품, 화장품, 위생용품을 간소하게 꾸릴 것을 조언한다. 


친환경적인 소재와 포장 방식을 사용한 아이템을 고르는 방법, 자투리 식재료와 남은 음식을 활용하는 방법, 직접 만들어 쓸 수 있는 DIY 청소용품과 화장품 레시피까지 다양하게 알려준다.


편리함이 우선이 되는 시스템, 한 번 쓰고 버리는 것이 익숙한 소비문화 속에서 쓰레기를 전혀 만들지 않고 사는 것이 막연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물건을 구입하고 사용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아끼는 마음은 더하고, 버리지 않는 하루를 만들어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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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 광고에 ‘용기맨’이 등장했다. 크기별 다회용기와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며 새로운 소비 형태를 제안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은 말한다. “에이, 불편해도 해야지.” 30초짜리 광고에서 보여주는 용기맨의 실천은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의 모습이다.


일상 속에서 쓰레기를 줄여나가는 움직임, 그러니까 제로 웨이스트는 쓰레기 제로를 목표로 하는 라이프 스타일이다. 제로웨이스트의 삶에 쉽사리 동의하기 어려운 이들도 있다.


<줄이는 삶을 시작했습니다>(전민진 지음, 비타북스 펴냄)의 저자는 제로 웨이스트 개념을 얼핏 알고 있더라도 선뜻 마음먹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책을 펴냈다. 

 

누구 못지않게 소비 지향적인 삶을 살았던 보통의 존재, 하지만 어느 날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지구’가 끈끈히 이어져 있음을 깨달았다. 그렇게 그는 환경에 진심인 한 명이 되었다.


비건을 실천하면서도, 지구에 해를 덜 입히는 세제나 샴푸를 사용하다가도, 일회용품 없는 장보기를 실현하다가도 자주 제로웨이스트에 어려움을 겪는 고비가 찾아왔다. 


넘어졌더라도 죄책감을 털고 일어나 다시 도전할 수 있었던 건 개인의 작은 움직임이 결국 사회로 연결된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저자는 좌충우돌 초보 제로 웨이스트의 삶을 유지하기로 마음 먹어다.


줄이는 삶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보다 미흡하게나마 유지하는 편이 지구에 훨씬 도움이 된다. 초보 제로웨이스트 실천가인 저자는 이렇게 결론을 내고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찾았다.  


이 책에 소개한 14인의 일상을 듣고 있노라면 왜 줄이는 삶을 택해야 하는지, 어디서부터 어떻게 줄여 나가야 하는지가 어렴풋이 보인다. 사회와 환경, 개인의 구조를 거시적으로 파악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그 안에서 개인이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조언한다.


‘지구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막연한 두려움을 가진채 모두 살아간다. 이 책에 실린 14인은 ‘연결’을 말한다. 쓰레기를 줄이는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말하기에 앞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일상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흘러가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비건, 미니멀리스트, 식물지리학자, 축제 기획자, 농부시장 기획자, 상점 운영자, 클린업 활동가, 업사이클링 디자이너… 이들 중 누군가는 실제로 쓰레기를 주웠고 누군가는 땅의 회복을 위해 대형 마트에 가서 장을 보는 편리함을 내려놓았다.


식물 다양성을 지키기 위해 커피를 마시지 않기로 한 사람도 있고,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기를 끊은 사람도 있다. 평범한 주부는 소비를 줄이고 살림을 비웠으며, 한 셰프는 채식 레시피를 꾸준히 개발 중이다.


연결을 이야기하는 이들은 줄이니 삶이 더 풍요로워졌다고 말한다. 조금 먼저 줄이는 삶을 시작한 이들의 웃음 속에는 경제적 풍요가 줄 수 없는 여유를 갖게 되었다.


14인의 인터뷰이와 저자가 똑같이 하는 말이 있다. 나름의 방식으로 채식을 하고 에너지를 아끼고 플라스틱을 덜 쓰는 생활을 하면서도 이들은 “저는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아니에요”라고 말한다. 


완벽한 활동가 한 명보다 꾸준히 실패하고 도전하는 실천가가 많아질수록 세상은 더 완벽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의 일상과 지구의 위기는 결국 연결선에 있기 때문에  완벽한 제로는 아닐지라도 자연스레 모든 면에서 줄이는 ‘다운 웨이스트’의 삶을 시작해보자고 말이다.


저자는 삶의 면면에서 줄여가는 연습을 먼저 시작한 이른바 다운 웨이스트 실천가들을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구분했다. 


다시 생각하기(Rethink), 조금 더 줄이기(Reduce), 순환하기(Recycle)이다. 생각을 바꾼 사람도, 줄이거나 재활용을 생각해 움직인 사람도 결국은 쓰레기를, 소비를, 욕망을 줄여가는 삶에 이르러 만나게 된다.


그들이 주장하는 ‘연결’이 어우러져 하나가 된다. 마치 내일이라도 끝이 날 것 같은 세상이지만, 이 책에서 우리는 또 다른 희망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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