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의 그린노트] 어쩐지 사무치는, 무해로운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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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의 그린노트] 어쩐지 사무치는, 무해로운 생활

지구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막연한 두려움은 모두에게 있다. 하지만 거리에는 채 처리하지 못한 쓰레기들이 뒹굴고,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 매주 카드 하나 분량의 미세 플라스틱을 섭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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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외면해도 우리가 만들어 낸 쓰레기로 지구는 달라졌다. 매일 전 세계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다 처리할 수 없다면, 적어도 내가 배출하는 쓰레기라도 줄일 필요성이 있다. 줄이는 삶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보다 미흡하게나마 유지하는 편이 지구에 훨씬 낫다.


일상에서 쓰는 플라스틱이 너무 많다는 사실에 대부분 공감할 것이다. 눈만 뜨면 ‘오늘의 쇼핑’ 목록이 펼쳐지고, 카페를 가면 일회용 컵과 플라스틱을 습관처럼 사용한다. 가끔은 포장재를 시켰나 싶을 정도로 과하게 포장된 택배를 받는다.


코로나19로 인간은 대혼란을 겪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지구는 건강해지고 있다 말한다. 관광객이 줄어든 베네치아의 운하는 맑아져 돌고래가 포착되고, 회색 안개 속에 갇혀 있던 파리의 에펠탑도 그림 같은 모습을 찾게 됐고 한다.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에서는 뿌연 미세먼지로 가득했던 하늘이 쾌청해졌다.


그동안 인간이 얼마나 자연에 무지막지했는지 잠시 멈춰, 돌아볼 기회가 생겼다 이런 와중에 기후 환경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가 인간의 삶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코로나19에 비할 바가 아니다.”라고 기후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한다.


지구의 온도가 1.5도 상승하면 그때는 돌이킬 수 없는 재난이 닥치는데, 우리에게 남은 건 단 0.5도라고. 기후 변화 문제가 핵전쟁 급으로 우리에게 소리 없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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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기후 문제가 전 세계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일상 속에서 쓰레기를 줄여 친환경 삶을 실천하는 운동인 ‘제로웨이스트’가 전 세계적인 트렌드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포장재가 없는 제로웨이스트 샵은 2014년 독일에서 시작돼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갔고, 현재도 제로웨이스트 샵이 점차 늘어가는 추세다.


북국곰과 펭귄이 살 곳이 사라지고, 바다거북이 코에 플라스틱 빨대가 끼어 고통받고 있는 장면을 보면서도 잠시 안타까운 감정이 들 뿐, 당장 플라스틱을 줄여야겠다고 마음을 먹기가 어렵다.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일상의 작은 노력을 담은 책 <세상에 무해한 사람이 되고 싶어>(허유정 지음, 뜻밖 펴냄)의 저자도 마찬가지였다.


제로웨이스트의 삶을 추구하는 저자는 자신의 취향에 맞는 제로웨이스트 라이프를 실천하며 얻는 노하우를 제공한다. 쓰레기 없이 장보기, 쓰레기 없이 커피 즐기기, 정수리가 센 여자의 샴푸바 찾기 같이 생활 속에서 재밌고 쉽게 할 수 있는 실천 방법을 알려준다..


제로웨이스트와 맞닿은 일상에는 따뜻함이 함께한다. 쓸수록 하얗게 변하는 소창 행주는 하루를 깨끗하게 마무리하는 살림 친구가 됐고, 천연 설거지 비누는 맨손으로 설거지해도 좋을 만큼 기존 세제보다 자극적이지 않다. 

 

몸속에 강한 세정 성분이 들어가지 않으니 몸에도 좋다. 욕실에 들어서면 만날 수 있는 동글동글 비누들에 기분이 좋아지고, 비닐과 플라스틱이 치워진 단정한 부엌은 요리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매일같이 제로 웨이스트의 삶에 성공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엄격하고 적극적인 환경운동가의 목소리도 중요하지만, 오늘 하루만이라도 플라스틱 컵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세상에 존재하는 작은 생명 하나가 건강히 사는 것이, 오늘 내가 행복하고 무탈하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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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포장재를 먹고 죽은 물고기, 숨 한 번 마음놓고 쉬고 싶게 하는 미세먼지, 생각보다 가까이에서 커지고 있는 쓰레기산… 어떤 것이든 자연이 보내는 시그널을 감지하고, 공존에서 오는 행복을 지키겠다고 다짐한 당신에게. 친환경 라이프스타일을 시작하고 싶은데 텀블러 챙기고 분리수거 열심히 하는 것 다음에 뭘 하면 좋을지 고민인 당신에게도. 한 명의 완벽한 실천보다 여럿의 잦은 지향이 세상이 흘러가는 방향을 만든다는 믿음으로, 제가 먼저 시도해본 초록색 아이디어를 들려드립니다. 저의 여러 날이 당신의 하루와 만나 다시 깨끗한 날들을 부화시키기를 바라며.'


<무해한 하루를 시작하는 너에게>(신지혜 지음, 보틀프레스 펴냄)의 저자는 우리가 망가뜨려온 것과 자연이 주는 회복의 힘 사이에서 고민하며, 도시에서 무해한 일상을 탐구하고 실천한다.

 

책에는 침체된 나날에서 그린 라이프를 시작하게 된 계기, 편하고 익숙해서 누려온 것이 가진 함정, 우리가 지구를 위해 할 수 있는 것과 해야 하는 것 등 차곡차곡 쌓아온 친환경 경험들을 기록하고 ‘에코라이프 매뉴얼’을 담았다.


또한 유해한 화학성분 접촉과 배출 줄이는 법부터 환경 파괴를 막는 식생활과 쇼핑, 제로 웨이스트를 퍼트리는 커뮤니티 활동까지 지속 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고, 공존을 꿈꾸고 실천하는 동안 얻게 된 긍정적 변화들을 알려준다. 

 

지구를 소중히 여기는 건 곧 나를 돌보는 일이기에, 기꺼이 무해한 하루를 시작하고 싶은 많은 사람들과 나누길 원한다.

 

책은 저자의 소비인간 시절에 대한 고백, 그리고 정상적인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 친환경 라이프를 시작할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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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쓰는 욕실 제품들은 알고 보니 플라스틱 덩어리였다. 수많은 플라스틱 용기는 물론이고, 샴푸나 린스부터 바디스크럽 속 작은 알갱이까지 내용물에도 유해 화학성분과 미세플라스틱이 들어 있다. 특히 플라스틱을 부드럽게 하는 화학 첨가제 프탈레이트는 생식기관에 악영향을 끼치고 뇌의 인지능력도 손상시킨다는 실험 결과가 있다. 이런 것들이 오랜 세월 바다로 흘러들어가 해양 생태계를 위협하다가 이제 사람들의 체내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뭘 좀 알고 실천해야겠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공부를 시작했지만 인간이 만들어낸 기온 상승의 실체, 쓰레기 없는 산업 같았던 인터넷 세계의 온실가스 배출, 친환경이라 믿었던 100% 코튼에 숨겨진 수질 오염 문제, 식탁 위로 다시 올라온 미세플라스틱 등 불편한 진실을 마주했다.


그저 ‘해를 끼치고 싶지 않다’ 정도의 작은 실천은 곧 여러 관심사로 확장돼 ‘평화로운 공존’을 현실로 만들 방법을 찾아나간다.


코덕(코스메틱 덕후)이었던 저자의 욕실과 화장대가 노 플라스틱으로 바뀌는 이야기, 기후 변화에 대한 위기 의식에서 비롯된 비건 지향인의 식단, 소비가 곧 투표라는 생각으로 브랜드와 소통하는 이야기, 탄소 발자국을 줄여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마인드셋까지 저자의 따뜻한 순환을 살피다 보면 독자는 어느새 완벽하지 않아도 바꿔보자는 마음가짐과 친환경 실천법에 빠져든다.


다가오는 날들이 더는 비정상적으로 뜨거워지지 않도록, 작은 움직임이라 할지라도 무해한 쪽을 선택하는 하루를 시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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