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의 가볍게산다] '빈손'이어서 비로소 완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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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의 가볍게산다] '빈손'이어서 비로소 완전하다

자연스럽고 건강한 일상을 만들고자 하는 이가 늘고 있다. 우리가 망가뜨려온 것과 자연이 주는 회복의 힘 사이에서 고민하며, 도시에서 무해한 일상을 탐구하고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본지는 편하고 익숙해서 누려온 것이 가진 함정, 우리가 지구를 위해 할 수 있는 것과 해야 하는 것 등 차곡차곡 쌓아온 경험들을 기록하고 ‘그린라이프 길잡이’로 활용할 만한 책을 연이어 소개한다. 지구를 소중히 여기는 건 곧 나를 돌보는 일이기에, 기꺼이 무해한 하루를 시작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 책들을 띄운다. <편집자주>

[지데일리] 우리는 왜 미니멀 라이프를 원하게 되고 물건에 둘러싸인 삶은 왜 우리를 지치게 할까. 왜 한때 기쁘게 사들였던 물건들을 이제 그만 정리하고 싶을까. 왜 수많은 선택지 안에서 살아가는 일이 점점 힘겹게 느껴질까. 가볍게 비워버리고 싶은 것은 집일까, 몸일까, 마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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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xabay

 

2평짜리 집에 살고 지갑과 냉장고가 없고 매일 같은 옷을 입는 저자는 바닥에서 그대로 잔다. 1일 1식을 하고 중독성 있는 음식은 피하며 선택지는 3개로 줄인다. 생활비는 월 7만 엔. 통장 잔고는 60만 엔을 유지한다. 


싫은 것을 명확히 규정하고, 내게 이익이 되는 사람하고만 교제한거 은혜를 갚아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며, 노력하지 않기 위한 노력만 한다는 미니멀리스트 시부의 생활이 책 한 권에 담겼다. 


아침에 일어나는 순간부터 잠자리에 눕기 전까지, 그의 모든 생활 속에 미니멀리즘이 녹아 있다. 그에게 미니멀리즘은 단지 물건의 개수를 줄이는 기술이 아니라 고민하는 시간과 부담을 줄여나가며 자기 자신을 더 깊게 이해해가는 과정이다. 


고민할 거리와 망설일 여지를 극단적으로 줄인 생활은 깔끔하다 못해 어떤 결의까지 느껴진다.


저자는 이렇게 시간과 부담을 줄여 만들어낸 시간으로 그는 과연 무얼 하고 싶은 걸까? 그리고 언제부턴가 미니멀 라이프를 꿈꾸는 수많은 우리는, 조금씩의 고민과 망설임을 줄여서 어떻게 살고 싶은 걸까?


<나는 미니멀리스트, 이기주의자입니다>(시부 지음, 홍시 펴냄)는 혼자서 가볍고 단단한 내가 되고 싶은 이들에게, ‘빈손’이어서 비로소 완전해진다는 깨달음을 준다.


저자 미니멀리스트 시부가 말하는 미니멀 라이프는 비단 눈에 걸리는 것 없이 집을 치우고 물건을 버리는 일만은 아니다. 그래서 ‘사지 마라, 버리라’고만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주저 없이 늘리라’고 말한다. 이 책에 물건을 버리는 기술이나 집을 정리하는 요령 같은 것은 없다. 대신 그가 하루하루 미니멀리스트로 살아가게 해주는 50가지 원칙이 담겨 있다.


그중 일부는 사는 곳을 단순하게 만들어주는 원칙이다. 일부러 좁은 집에서 살고, 텔레비전과 냉장고를 두지 않고, 소유물을 만드는 대신 공유 서비스를 이용하려 노력한다.


그리고 일부는 고민할 거리를 없애 생각을 단순하게 만들어주는 원칙이다. 매일 같은 옷을 입고, 고정된 재료로 1일 1식을 하고, 매사에 선택지는 3개로 한정하며, 시간을 절약해주는 물건이라면 고가여도 구입을 망설이지 않는다.


또한 일부는 어려운 인간관계를 덜 복잡하게 만들어주는 원칙이다. 자금에 여유가 생기면 타인에게 돌리되 아무것도 기대하지 말 것, 은혜 갚기에 연연하지 말 것, 싫은 것을 명확히 규정하고 표현할 것, 인간관계 또한 손익 감정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인정하고 선택할 것이다.


스스로 세우고 지켜나가는 이 50가지 원칙을 지탱하는 하나의 목적의식이 있다. 그는 미니멀리스트로 살아가는 일을 두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강조해 나가는 작업”이라고 말한다. 


좋아하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군더더기를 지우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본래 자신이 몰두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알고 거기에 시간과 돈을 쓰자는 것이다. 우리가 미니멀 라이프를 꿈꾸고 설계하는 이유 또한 이 ‘집중과 강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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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심플’한 상태와 미니멀 라이프는 다르다. 강조점을 정확히 알고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무엇을 가장 우위에 놓고 무엇을 중심으로 일상이 돌아가게 할 것이냐를 알고 행동하면 판단은 빨라진다. 돈, 시간, 공간, 관리 등에 대한 잡념이 사라진다.


이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사람마다 다르며, 그것을 찾으려 노력하는 동안 자기 자신을 그전보다 훨씬 깊이 이해하게 된다. 


지난 몇 년간 세계적으로 심플 라이프, 단샤리(斷捨離), 정리 기술 등이 꾸준히 유행해온 까닭은 그전까지 사람들이 자기 자신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진단한다. 물건을 줄여나가다 보면 “나는 이렇게 살고 싶었던 거구나.”하고 비로소 자기를 알게 될 것이라고 말이다.


‘자신을 모른다는 건, 깜깜한 어둠 속을 끝없이 헤매는 것과 같은 상태를 말한다. 반대로 자신을 알고 있으면 주저 없이 직진할 수 있다. 자신이 어떤 공간에서, 어떤 물건에 둘러싸여, 어떤 사람과 교제하면 행복한가를 알게 된다면 불필요한 선택지를 늘리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게 된다‘


‘미니멀리스트들이 생기 넘치는 삶을 살 수 있는 건 자신을 깊이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택지를 줄이고 자신을 이해하게 되면 자신감도 따라붙는다. 그리고 물건에도 사람에도 ‘조종당하지 않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좋아하는 것을 찾아내 강조점을 만드는 한편, 반대로 싫어하는 것을 찾아내 거기에 드는 시간과 노력을 줄이는 일도 중요하다. 


저자는 청소하기가 싫어서 미니멀리스트가 되었다고 말할 정도로 ‘싫어하지만 해야 하는 일’을 피하려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2평짜리 집에 살면서도 고가의 로봇청소기를 사는 사람이다. 


노력이나 끈기와 같은 인간의 의지는 별로 믿음직하지 못하므로, 어떻게 하면 내키지 않는 일에 노력을 하지 않을 수 있는지 아이디어를 내자고 말한다. ‘귀차니즘’을 그저 게으른 것으로 치부하지만 말고, 즐거운 일에 집중하는 삶을 살고 싶다면 바로 그 귀찮다는 감정에 민감하게 반응하자는 것이다.


'미니멀리스트는 노력하지 않고도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노력하지 않는 천재’가 될 소질을 내면에 감추고 있는 이들이다'


저자는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유년기 동안 모자람 없이 누리고 살았다. 그러다 부모의 파산으로 모든 것이 ‘강제 종료’되어 사춘기의 그는 심적으로 방황했다. 부유했던 시절과의 격차에 적응하지 못해 항상 불행했다. 


남들에게 자랑할 수 있는 명문대가 아니면 가치가 없다는 생각으로 매달리던 대학 입시 또한 실패하고, 한동안 별다른 목적의식 없이 체념하고 살았다. 그렇게 프리터로 살아가던 그는 어느 날 구글에 ‘냉장고 없음’이라는 키워드를 검색한 순간 인생이 뒤바뀌었다고 말한다.


누군가는 ‘이렇게 극단적으로 살 수는 없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이렇게 살고 싶지만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양가적인 마음이 들지도 모른다. 


그만큼 모든 부분을 적용하기는 어려운 ‘빈손 생활’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저자가 자기만의 미니멀리즘을 개발하고 실천한 몇 년간의 기록이며, ‘강조점이 있는 생활’이라는 전제를 기반으로 자신에게 최적인 자기만의 미니멀리즘을 확립하기 바란다고 전하고 있다. 


저자는 “중요한 것은 자신이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이 불필요한가를 생각해,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