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호르몬 품은 플라스틱, 피한다고 능사? [이주의 어린이 환경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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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호르몬 품은 플라스틱, 피한다고 능사? [이주의 어린이 환경책]

  • 이은진 press9437@gmail.com
  • 등록 2022.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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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데일리] 호르몬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호감을 느끼게 하는 도파민, 행복을 전달하는 세로토닌, 쾌감을 주는 엔도르핀, 숙면을 취하게 하는 멜라토닌과 같이 이들은 다른 호르몬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며 신경전달물질로도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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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xabay

 

또 남녀의 행동이나 사고의 차이를 결정하는 성(性) 호르몬, 최근 이슈가 되는 갑상선 호르몬, 아동 청소년기는 물론 갱년기에도 영향을 미치는 성장 호르몬, 삶의 질을 좌우하는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 등 호르몬은 정상적인 신체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많은 호르몬 중 어느 하나라도 이상이 생기면 신체 기능에 장애를 가져오며, 심할 경우 사망에까지 이르게 된다. 환경호르몬은 환경오염물질 중에서 인체의 호르몬 기능에 악영향을 미치는 물질을 의미하며 공식 명칭은 내분비계 장애물질 (endocrine disruptor)이다.


<환경호르몬, 어떻게 해결할까?>(박태균 지음, 동아엠앤비 펴냄)는 환경호르몬의 정체와 인체는 물론 생태계에 미친 악영향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환경호르몬에 지속적으로 인체가 노출되면 어떻게 될까. 여성, 남성, 어린이·청소년 등 성별·연령별로 여러 건강상 피해를 줄 수 있다. 


여성이 환경호르몬에 노출되면 생리불순・심한 생리통・불임・유방암・자궁암 등 여러 가지 이상 증세를 겪을 수 있다. 


또한 남성의 경우 정자 수 감소나 정자 운동 기능에 영향을 줘 난임을 일으킬 수 있다. 그리고 특히 환경호르몬은 어린이・청소년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데 영유아의 경우는 면역력이 없고 태아의 경우 모유로부터 더 많은 환경호르몬이 체내에 축적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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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축적된 환경호르몬은 아토피・ADHD・성조숙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그리고 더욱 위험한 것은 이러한 환경호르몬의 악영향이 대물림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환경호르몬의 다양한 종류들을 하나하나 살펴보고 일상생활에서 어떤 제품이나 식품, 환경으로부터 생겨나는지 파악하게 도와준다. 


무심코 사용하거나 지나쳤던 일회용품 용기, 화장품, 세제, 방향제, 그리고 영수증 등, 이런 모든 제품들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질병은 비록 과학적으로 완벽하게 증명된 것은 아닐지라도 우리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존재로 느껴질 수 있다.


환경호르몬을 용출하는 물질 중 대표적으로 먼저 떠올리는 것이 플라스틱이다. 하지만 이것을 무조건 ‘기피 대상’으로만 여겨선 답이 없다. 


플라스틱이라고 해서 다 같은 플라스틱이 아니다. 플라스틱 시대를 살아가려면 적어도 좋은 플라스틱, 나쁜 플라스틱은 구분하는 등 소비자가 똑똑해져야 한다.

 

현재 일상생활에서 플라스틱을 모두 추방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플라스틱의 사용을 원천적으로 줄이고 사용된 플라스틱을 최대한 재활용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우리가 플라스틱의 위협을 줄이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최소한의 행동이다. 


빨대를 사용하지 않고, 재사용 가능한 물병으로 바꾸거나 식품을 담는 플라스틱백(비닐백) 사용을 자제하는 것만으로도 플라스틱 소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


환경호르몬으로부터 우리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저자는 개인의 일상생활 습관을 바꾸는 작은 실천부터 범국민적 환경 교육을 통한 인식 개선, 그리고 기업의 공공성 인식 등이 더욱 필요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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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는 재활용품 수거 자판기(일명 네프론)는 아직 전국적으로 백여 개가 채 되지 않지만, 이용하려는 고객들이 줄을 설 정도로 인기다.

 

다 쓴 페트병이나 캔을 집어넣으면 포인트가 생기는 신기한 자판기가 있다. 페트병 하나당 10포인트, 캔은 하나당 15포인트. 포인트가 2000점이 넘으면 현금으로도 찾을 수 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분리배출이 이미 일상생활이 되었다. 재활용품 수거 자판기처럼 대가를 셈해 주는 것도 아닌데, 대부분 음식물 쓰레기는 음식물 쓰레기통에, 플라스틱이나 캔은 재활용 수거 통에 분리해서 버린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서 살짝 의문이 들 때가 많다. 애써 분리해 버린 플라스틱들이 제대로 재활용될까 하는 의문이다.


<플라스틱 지구>(조지아 암슨 브래드쇼 지음, 푸른숲주니어 펴냄)는 어린이를 대상으로‘플라스틱’, 그리고 ‘지구의 환경’에 대해 이야기한다. 


앞서 얘기했듯이 그저 의무적으로 플라스틱 쓰레기를 분리해 버리는 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분리배출의 의미를 깨달 수 있도록 플라스틱이 어떤 성분으로 이루어졌는지, 어떤 플라스틱이 어떻게 재활용되는지, 그냥 버린 플라스틱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 플라스틱의 과학적인 원리를 알려 준다. 


이렇게 플라스틱의 정체를 살피고 나면, 왜 플라스틱을 분리배출해야 하는지 깨닫게 된다.


또 무심코 쓰고 버린 페트병 하나가 흐르고 흘러 물고기의 먹이가 되고, 곧이어 사람이 이 물고기를 먹고 영향을 받는 악순환(?)을 적나라하게 묘사하여, 플라스틱을 방치할 경우 먹이 사슬이 교란되고 자원 순환이 방해받는 등 전 지구적으로 영향을 받게 된다는 사실도 최신 연구 자료를 근거로 설명한다.


플라스틱은 어디에나 있다. 알록달록한 빨대에서 투명한 비닐봉지까지, 어떤 모양으로도 만들 수 있고 모든 색깔을 입힐 수 있으며 저렴하기까지 하다. 한마디로, 이보다 더 실용적일 수 없다!


그런데 사람들이 잘 언급하지 않는 특징이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 달리 말하면 잘 썩지 않는다는 점이다. 


‘수백 년이 흘러도 그 모습 그대로인 플라스틱 빨대와 포크의 평균 사용 시간은 20분, 과연 이대로 괜찮을까?’


이 책에서는 우리가 잠깐 쓰고 버린 플라스틱들이 어디로 흘러가서 자연환경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정확하게 진단한다. 


쓰레기장이 된 중국 양쯔강, 북태평양에 갑자기 생겨난 쓰레기 섬, 생존 투쟁에 나서게 된 바닷새 앨버트로스 등 최신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머릿속에 쏙쏙 남도록 설명하는 식이다. 


이렇게 지구촌 곳곳에서 실제 벌어지고 있는 플라스틱‘재난’을 접하고 나면, 비로소 플라스틱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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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미세 플라스틱’의 정체와 위험성, 그리고 자연환경과 사람에게 끼치는 영향도 다루고 있다. 

 

읽는 이들은 플라스틱의 원리와 특징은 물론, 환경을 오염시키게 되는 과정과 지구에 끼치는 영향까지 플라스틱의 모든 것을 한눈에 꿸 수 있다. 


주변에서 플라스틱을 찾아보겠다는 마음먹고 둘러보면 놀라움을 넘어 경이롭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주위가 온통 플라스틱이기 때문이다. 손에 들고 있는 샤프펜슬, 입고 있는 합성 섬유로 만든 옷, 주머니 속의 휴대폰, 욕실의 칫솔까지, 마치 플라스틱 세상이나 다름없다.


이렇게 플라스틱을 염두에 두고 주위를 둘러보면, 왜 세계 각국 정부(우리나라 포함)가 최근 들어 플라스틱 사용을 규제하기 시작했는지 공감하게 된다.


이런 ‘공감’을 바탕으로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 플라스틱은 물론이거니와, 일상생활 속에서 사용하는 플라스틱 물품을 줄일 수 있는 흥미로운 방법들을 제시한다. 달리 말하면 우리 스스로, 지금 당장 할 수 있는‘행동’을 이야기한다.


책에서는 행동을 단계적으로 제시한다. 가장 최악은 플라스틱 물건을 한 번 사용하고 아무 데나 버리는 것, 그 다음은 사용한 플라스틱 물건을 재사용하는 것, 가장 좋은 건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물건을 찾아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는 것! 마치 초보-중급자-고수로 등급을 나누어 설명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마지막 단계는 사용이 끝난 플라스틱을 분류해서 잘 버리는 것이니까. 성인들도 헷갈리는 플라스틱 분류표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보고 나면, 잘 분류해 버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물건을 살 때부터 재활용이 잘 되는 플라스틱을 고르는 행동이 환경에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도 깨닫게 된다.


그럼 플라스틱을 지구에서 영영 퇴출시켜야만 하는 걸까? 당연한 이야기지만, 플라스틱이 나쁘기만 한 건 아니다. 예를 들어 지구촌을 하나로 묶어 주는 첨단 교통수단인 비행기는 전체 부품의 50%가 플라스틱이다.


이처럼 플라스틱은 최첨단 항공·우주·의료 공학 기기에 사용되는, 우리 생활에 엄청나게 이로운 재료이기도 하다.


저자는 여태 플라스틱을 신나게 사용한 독자들에게 마냥 책임감만 강요하지는 않는다. 쓰고 버린 플라스틱 쓰레기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최첨단 기술과 환경에 해로움을 주지 않는 차세대 플라스틱에 대해서도 소개한다.


바다를 떠도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자동으로 모아주는 기계 장치, 비닐봉지를 혼합해 튼튼한 도로를 건설하는 방법, 플라스틱에 열을 가해 연료를 얻는 설비 등등,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적으로 최첨단 플라스틱 처리 기술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이런 기분 좋은 소식을 접하며 어린이 독자들은 도전 정신을 느끼게 될지도 모르겠다. 네덜란드 과학자가 바다로 흘러 들어간 플라스틱을 제거하는 기계를 발명했을 때, 고작 열여덟 살에 불과했으니 말이다.


또한 수많은 과학자들이 이미 개발했거나 현재 개발 중인, 환경에 이로운 차세대 플라스틱에 대한 소개도 빠지지 않는다. 

 

자연환경에서 쉽게 분해되는‘생분해성 플라스틱’, 옥수수와 고구마와 같은 식물은 원료로 만드는‘PLA 플라스틱’, 해초나 우유를 재료로 사람이 먹을 수 있는‘바이오 플라스틱’, 아울러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효소를 생산하는 ‘페트병 먹는 박테리아’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이 책을 읽는 어린이 독자들은 플라스틱의 정체와 환경 보호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우리의 지구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고자 노력하는 과학자들의 빛나는 결과물까지 오롯이 경험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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