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가 자꾸 멈칫하는 이유 [새로 나온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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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가 자꾸 멈칫하는 이유 [새로 나온 책]

  • 이은진 press9437@gmail.com
  • 등록 2022.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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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낯들

오찬호 지음, 북트리거 펴냄


‘발 딛고 서 있는 땅이 흔들리고 있는데, 땅의 성가신 일들이 창공의 고요함과 무탈함에 침범하는 것을 어떻게든 막겠다는 결의가 넘치는 세상이다. 이를테면 “내 집 대문 앞에 장애인 특수학교가 웬 말이냐”와 같은 현수막이 당당하게 붙어 있는 것처럼. 혐오가 표현의 자유처럼 포장된 곳에선 이동권을 보장하라며 지하철에서 시위하는 장애인에게 “출근 시간을 방해 말라!”면서 화를 내는 이들이 있을 수밖에 없다. 희망이 없는 여기를 보자는데, 절망을 외면하는 저기만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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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선언이 말뿐인 사회를 잠시 멈춰 세운다. 사회학자인 오찬호는 때마다 선언을 반복하면서 아픔을 소비하고 흘려버리는 우리의 민낯을 깊숙이 들여다본다. 

 

사람들은 손쉽게 분노하고 언제 그랬냐는 듯 또 잊는다. 한 사건은 더 큰 다른 사건에 묻히고, 예전 사건은 따끈따끈한 최근의 사건에 가려 잊히기를 반복한다.

 

사회가 변하지 않으니, 연약한 개인들의 고함 소리는 들리지 않게된다. 고 변희수 하사의 황망한 죽음 이후에도 성 소수자는 여전히 자신의 성 정체성을 드러낼 수 없는 사회 속에서 생존을 고민해야 한다. 


가수였던 고 최진리의 죽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인터넷 공간의 악플은 점점 더 악랄하게 진화해 가고 있다. 고 김용균 씨의 산재 사망 사고 이후에도 목숨을 맡긴 채 아슬아슬하게 일해야 하는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지는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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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나치게 쉽게 망각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 지금은 실감이 나지 않겠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끝나고 언젠가 마스크를 벗고 마음껏 숨 쉴 수 있는 때가 오면, 우리는 팬데믹에 대한 기억을 지워 갈 것이다. 사회의 약한 고리가 어떻게 무너졌으며, 혐오와 증오가 어떻게 일상화되었는지 잊게 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열두 사건은 우리 사회에 던져진 위기 신호나 다름없다. 이는 전근대적인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사회, 각자도생의 철학이 만연한 사회의 모습이다. 


암담한 것은 개인의 끝 모를 고통이 폭발 직전까지 누적된 상태인데도, 언젠가는 나아지리라는 흐뭇한 미래 전망을 전혀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절망도 잦으면 보는 사람의 감각이 무뎌지게 되는 것일까.


사람들의 반응도 단편적인 원망스러움과 안타까움을 내비치는 것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저자는 그 안타까움과 원망스러움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자고 이야기한다. 우리가 이 일들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는다면 사회는 그저 제자리걸음인 수준에서 끝나지 않고, 자꾸만 뒷걸음질 치며 퇴행할 것이기 때문이다.


여섯 가지 안타까운 죽음을 다루는 편에서는 한 개인이 죽음으로 떠밀려 갈 때까지 사회가 아무런 관심도 가지지 않고 수수방관한 것이기에, 이들의 죽음은 지극히 사회적이다. 인간 존엄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고통스럽게 생을 이어가다 불현듯 사고를 당하거나 사망당한 이들은 ‘사회적 타살’의 피해자나 다름없다.


어쩌다가 한국 사회는 죽음도 별수 없는 차갑고 냉혹한 얼굴을 하게 되었을까? 저자는 무고한 이들의 죽음에도 심드렁한 우리 앞에 피해자의 아픔을 꺼내 놓고, 그들의 고통이 개인 영역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끝없이 환기한다. 


이 책은 우리가 이들의 죽음에 모두 깊이 연루되어 있음을 강조한다. 인권의 사각지대를 찾는 시도를 어떻게든 폄하하려는 편협한 시각, 과격하고 무례한 언행을 멋있다고 여기는 착각,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말이 넘쳐 나는 사회로부터, 그 구조적인 문제로부터 아무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지난 몇 년간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대형 재난 및 이슈 여섯 가지를 복기한다. 돌이켜 보자면 그전에도 유사한 사건은 많았으며, 사회적 파장이나 세부 내용은 천차만별일지라도 그때마다 비슷한 논란이 되풀이되었다. 


온라인 성범죄는 n번방 사건이 처음이 아니고, 세월호 참사와 같은 대형 참사 역시 잊을 만하면 반복되었다. 전례 없는 공중보건 위기로 꼽히는 코로나19 팬데믹조차도 양극화되어 있는 한국 사회의 민낯을 일거에 드러낸 하나의 계기였을 뿐, 바이러스가 사회를 새로운 위기로 몰아넣은 것이 아니다. 


차별과 혐오가 번성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 바이러스 강타 이전에 이미 구축되어 있었다는 뜻이다. 이 책에서 돌이켜 보는 사건들은 사회 곳곳에 잠복되어 있던 모순을 백일하에 드러낸 일종의 방아쇠인 셈이다.


저자는 그 방아쇠가 증폭시킨 모순이 무엇인지, 여섯 사건의 이면을 들여다본다. 어떤 사건의 밑바닥에는 ‘살아남는 자’에게만 주목하고 ‘살아남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없는 냉혹한 사회의 모순이 은폐되어 있음을 보여주고, 다른 사건의 뿌리에는 성차별적 시선이 굳건히 자리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또 다른 사건의 깊숙한 곳에는 불평등한 시스템의 무서운 폭력성이 도사리고 있음을 꼬집는다. 


이들 사건은 순서대로 코로나19 팬데믹, 낙태죄 폐지, 조국 사태를 일컫지만, 언급된 모순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언제고 우리 앞에 다른 모습으로 찾아와 사회를 시끄럽게 할 것이다.


우리는 아무리 나쁜 뉴스도 비일상적인 불행도 쉽게 잊은 채 과오를 반복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고통스럽게 통과하면서도 푸석해진 공동체에 대한 별다른 문제 제기 없이 서로에게 더 날카로워질 것이고, n번방 사건을 겪고서도 온라인 성범죄에 또 둔감해질 것이며, 낙태죄 폐지 이후에도 낙태를 두고서 계속 수군댈 것이며,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또 다른 참사를 되풀이할 가능성이 크다. 


저자는 어쩌면 끝없이 먹먹할 것인 우리에게 “무너지지 말아야 한다. 이 사회는 사람이 만든 거고 그걸 바꾸는 것도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마주하기 싫어도 마주해야 변화가 가능하다. 일단 화들짝 놀라고, 아직도 이런 일이 있냐고 탄식하고, 피해자를 추모하고, 재발 방지를 모색하는 고민의 연속만이 사회를 움직인다”고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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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브레인 

정수근 지음, 부키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저하된 뇌 기능을 회복하고 지친 심신을 깨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 뇌와 인지 기능은 새로운 경험과 자극에 노출될수록 더 발달한다. 그러므로 생소한 동선으로 출퇴근하거나 낯선 점심 메뉴에 도전하는 것, 새로운 장르의 음악을 즐기거나 새 취미를 찾는 것처럼 일상에서 소소한 변화를 꾀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하면 뇌 영역의 부피가 커지고 뇌 영역 간 연결성도 좋아진다. 게다가 충분한 수면과 스킨십은 스트레스 수치를 줄여 주고 면역력과 백신 효과를 높인다.’


코로나19 팬데믹 선언 후 2년여가 지난 현재, 코로나가 우리 뇌와 마음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심리학, 뇌 과학, 신경 과학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하버드대학교에서 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고 현재 충북대학교에서 인지 심리학을 가르치고 있는 저자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자신과 가족, 친구들의 마음과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 궁금했다. 


이에 코로나 시대에 일상에서 한 번쯤 궁금하거나 걱정이 되었던 문제에 대한 연구 수백 건을 직접 찾아보고 그 결과와 데이터를 정리했다. 그리고 누구나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다듬어 이 책에 담았다.


팬데믹의 여파로 지치고 불안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면, 감염 후유증이 내 아이에게 평생 남는 건 아닐까 걱정된다면, 롱 코비드에 어떻게 대비하면 좋을지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 보길 바란다. 불확실한 코로나 시대를 보다 단단하게 헤쳐 나갈 수 있는 팩트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당신은 코로나19에 걸린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의 뇌와 인지 기능은 손상을 입었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영국인 50만 명의 건강 빅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바이오뱅크(UK Biobank)가 400여 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감염 전후의 뇌 영상을 비교했더니 신경 세포체가 밀집되어 있는 부분인 회백질의 두께가 얇아져 있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코로나19 사망자의 뇌를 검사했더니 마치 치매 같은 퇴행성 뇌 질환을 앓은 사람의 뇌처럼 여기저기 손상을 입었고 특히 고위 인지 기능을 담당하는 대뇌피질 신경 세포들이 망가진 것을 확인했다.


코로나19에 걸린 적이 없어도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것만으로 뇌 손상과 인지 기능 저하를 피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거리 두기와 자가 격리, 이동 제한과 지역 봉쇄 등 팬데믹이 초래한 사회적 고립은 뇌와 인지 기능에 손상을 입히기 때문이다. 


남극 기지나 우주 정거장처럼 외부 사회와 단절된 환경에서 생활한 연구자들의 뇌를 조사한 결과 기억력을 담당하는 해마를 비롯해 여러 영역의 크기가 줄어들었고, 주의 기능과 공간 인지 과제 수행 능력이 저하되었다. 


물론 우리가 경험한 고립의 강도는 남극 기지나 우주 정거장만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곳의 대원들은 고립 생활을 자원했고 그에 대비한 훈련을 받았으며 임무 종료일과 집으로 돌아갈 날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뇌 영역과 기능에 손상을 입었다. 

반면 코로나19 팬데믹은 누구도 원하지 않았지만 갑작스럽게 찾아왔고 언제 끝날지 알 수가 없다.


2022년 4월 우리나라 국민 3명 중 1명은 코로나를 앓았다. 또 코로나 감염 경험이 없더라도 팬데믹의 영향에서 자유로운 이는 한 명도 없다. 과학자들은 코로나19 팬데믹을 두고 인류를 대상으로 한 ‘사상 최대의 사회적 고립 실험’이라고 일컫는다. 


전 세계인이 강제로 참여하게 된 이 실험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므로 그 결과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최대의 실험’이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살펴보면 엔데믹이나 롱 코비드에 대해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힌트를 얻을 수 있겠다.

 

나는 오늘도 행복한 투자를 한다 

앤드류 할램 지음, 김동규 옮김, 비즈니스맵 펴냄


‘우리가 물건을 산다고 더 행복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사실은 그 반대다. 오히려 욕구만 더 커져서 더 크고, 멋지고, 새로운 물건을 사야 더 행복해질 것이라는 착각에 빠진다. 게다가 물건을 사느라 빚까지 지게 된다면 더욱 비참한 상황에 빠지고 만다. 더 많이, 더 ‘좋은’ 물건을 살 것이 아니라, 경험을 사는 데 돈을 써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이를테면 댄스나 기타, 요리 등을 배우는 데 돈을 쓰는 것이다. 아니면 여행을 떠나거나 외국어를 배울 수도 있다. 혹은 한동안 일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자금을 저축하는 방법도 있다. 안식년을 마련하여 가족과 해외여행을 떠나거나 여러 가지 활동을 즐길 수도 있다. 행복한 인생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간관계를 원만히 유지하는 것이다.‘


앤드류 할램은 평범한 교사로 20대에 투자를 시작해 30대에 백만장자가 되었다. 열대 정글을 아내와 함께 산악자전거를 타거나 캠핑카로 여행하는 그가 어떻게 투자에 성공할 수 있던 그의 비결은 바로 ‘투자한 후 잊는’ 것이다. 


1년에 한 시간을 투자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시간 낭비라고 말할 정도다. 그가 제안하는 것은 인덱스펀드, 장기적인 성장 추세를 전제로 주가지표의 움직임에 연동하여 포트폴리오를 구성하여 운용하는 방법이다. 이때 핵심은 장기적인 관점이다.


저자는 ‘왜?’라는 질문을 계속적으로 던지면서 마지막으로 귀결되는 하나의 대답을 찾아냈다. 바로 ‘행복해지기 위해서’이다. 


돈을 버는 것도, 성공을 꿈꾸는 것도 결국에는 행복해지기 위해서이다. 그렇다면 진정한 행복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최고급 슈퍼카를 타거나, 명품을 사는 것은 순간의 만족감만을 제공할 뿐이다.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항상 대화의 주제가 되는 것은 어떤 물건을 샀을 때가 아니라 그들과 함께 경험한 일이다. 즉 물건을 소비함으로써 얻게 되는 행복은 순간이며, 행복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계속적인 소비를 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어리석은 소비’를 하게 되는 것이다.


저자는 ‘무인도 테스트’를 통해 어떤 물건을 사면 행복과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경험을 얻을 수 있는지 스스로 자문해볼 것을 권한다.


많은 사람이 성공을 추구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성공이란 은행 계좌에 들어 있는 돈이나 멋진 직업, 그리고 으리으리한 집을 소유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성공=돈’이라는 생각에 집착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인생의 성공은 ‘충분한 돈, 튼튼한 인간관계, 신체적·정신적 건강, 목적이 있는 삶’의 네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고 말한다. 성공을 다리가 네 개인 탁자에 비유하면 이 네 가지 요소가 각각 하나의 다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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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네 가지 요소가 균형을 이뤄 기능을 발휘해야 하는 것이다. 하나의 다리만 튼튼하다고 해서 만족스러운 삶을 누릴 수는 없다. 하지만 불행히도 사람들은 하나의 다리, 즉 ‘돈’에만 집착한다. 저자는 돈과 건강, 행복 그리고 인생의 목적 사이의 관계를 많은 이야기와 연구 자료를 통해 각자의 행복을 찾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으로 소개한다.


인생의 가장 큰 만족을 위해, 가장 중요한 일에 돈을 써야 하는 이유와 돈을 제대로 쓰는 방법을 알아보기 위해 소득과 행복의 관계를 살펴본다.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극대화하여 탄탄한 인간관계를 쌓고, 자신에게 진짜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보도록 한다. 그리고 경제적 독립을 위해 주식 및 채권시장에 투자하는 법을 소개한다. 


이때 금융전문가의 유혹에 넘어가지 말고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떤 종목을 사야 할지, 그리고 어떤 함정을 피해야 하는지에 대해 안내한다.


자신의 인생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성공을 돕는 방법과 어릴 때부터 투자의 기본 지식을 익히게 하고, ‘복리의 마법’을 이용해 투자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그리고 저자는 더 나아가 지구가 직면한 위기를 살펴보고, 지구에 휴식을 선사하는 해결책으로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펀드에 투자하면서 전문가보다 더 나은 성과를 올리는 방법을 설명한다.


이 책은 경제적으로 성공을 달성하면서도 신체적, 정신적으로 행복에 닿는 방법을 소개한다. 일반적인 투자서가 아닌 인생이라는 큰 계획 속에서 돈과 투자의 역할을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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