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RE:포트] 도시 서커스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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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RE:포트] 도시 서커스의 재발견

중국, 기예·곡예 특화로 도시 일자리 창출 견인

  • 한주연 82blue@hanmail.net
  • 등록 2022.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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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데일리] 서커스는 인간이 모든 신체 부위를 이용해서 벌이는 여러 가지 기예와 마술, 공중 곡예 등과 동물의 묘기를 버라이어티하게 보여주는 공연 예술이다. 서구에서는 로마제국의 최전성기에 황제와 귀족들이 즐겼던 버라이어티 쇼를 기원으로 한다. 

 

현대적인 서커스는 19세기에 피니어스 T. 바넘이 만든 서커스단 링글링 브러스 앤 바넘 앤 베일리가 ‘지상 최대의 쇼’라는 슬로건으로 공연하면서 정착되어, 20세기에 미국과 유럽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바넘은 청년기와 중년기에 정치인과 기업가로 활동했고, 60대에 서커스 사업을 시작하여 오늘날 ‘위대한 쇼맨’이라 추앙받고 있다. 바넘과 초창기의 서커스 공연을 다룬 영화 <지상 최대의 쇼>는 1953년 미국 아카데미영화제에서 작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서커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퍼지면서 소멸 위기에 처해 있다. 일제 강점기에 서구의 공연예술로 유입돼 1950~60년대에 성업했으나, TV 등 대중 미디어의 보급으로 급속히 쇠퇴했다. 

 

지난 1991년 심주희 감금 학대 사건으로 서커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대되면서 외면을 받았는데, 현재 마지막 남은 동춘서커스단은 서울시 금천구에 사무실을 두고, 안산시 단원구 대부도에서 공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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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고대부터 벌였던 각종 기예와 곡예를 전승하고, 아크로바틱 체조 기예와 공중 곡예를 특화시킨 서커스를 공연하면서 관련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서울연구원 세계도시동향에 따르면 중국 충칭시는 현지 최대 규모의 서커스 전문공연장을 개관해 ‘마환지도・극한쾌락Show’를 정기 공연하고 있다. 첨단 신기술을 동원해 대규모 판타지 쇼를 연출하면서 ‘서커스 쇼’의 도시로 부상하기 위해 노력의 일환이다.

 

중국은 고대부터 인간이 벌였던 각종 기예와 곡예를 오늘날까지 전승시키고 발전시켰다고 해서 ‘잡기(雜技)’라고 부른다. 한대(漢代)에는 백희(百戲), 수・당대에는 산락(散樂)이라 불렸고, 각 시대의 서적, 벽화, 그림 등에 일반대중까지 잡기를 즐기는 모습이 묘사된다. 

 

1950년 중국잡기단이 설립되면서 당시 총리였던 저우언라이(周恩來)가 서커스와 유사한 기예를 모두 ‘잡기’로 통칭해서 부르게 했다. 중국의 서커스는 인간의 아크로바틱 체조 기예와 공중 곡예를 특화하고 극대화시켜 연출하는 데 강점이 있다. 

 

대부분의 서커스 단원이 어릴 때부터 체조 선수로 육성돼 기본기가 아주 탄탄하고, 일부 단원은 발레를 배우다가 전업해서 표현력이 뛰어나다. 

 

중국 내 31개 성(省)・시(市)・자치구(自治區)와 주요 대도시가 잡기단을 운영, 단원들의 실력이 상향 평준화돼 있고 수준 높은 서커스 공연을 펼친다.


본인의 의지와 부모의 동의 아래 단원을 뽑아 훈련시키기 때문에 감금 학대 등의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다. 

 

단원 입장에서는 체조 선수와 발레 단원으로 더 이상 활동하지 못해 잃어버릴 수 있는 기술과 재능을 서커스에서 계속 익히면서 성장시킬 수 있고, 새 일자리를 찾아 경제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이점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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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가장 강점을 갖는 서커스의 층층이 곡예 ‘희수(浠水)’. 출처=우한잡기예술단 ⓒ서울연구원

 


서커스 단원은 경제적 수입이 많고 해외 진출도 용이해서 유명 서커스단에 입단하는 게 큰 영광이라고 인식한다. 현재 동춘서커스단에서 활동하는 단원 대부분도 중국이다. 

 

최근 서구에서는 동물 학대 논란으로 서커스가 큰 타격을 받았으나, 중국은 아크로바틱 체조 기예와 공중 곡예에 특화돼 이런 추세와 무관하다는 평이다.

 

충칭시 정부는 공익적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양쯔강(長江) 변에 5억 위안을 투자해 2016년 서커스 전문공연장을 개관했다. 

 

충칭국제마희성(馬戲城)은 중국 내륙에서 유일하고, 전체 면적이 4만 1513㎡에 달해 중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서커스 전문공연장이다. 

 

좌석은 3면으로 1498개가 있고, 입석까지 포함할 경우 한꺼번에 15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다. 공연 시작 1시간 전부터 충칭국제마희성 앞 광장에서 서커스 체험, 마술 학교 등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한다. 


충칭국제마희성을 개관한 뒤 충칭시는 충칭국제마희성잡기단을 새로이 창단해 ‘마환지도・극한쾌락(魔幻之都・極限快樂)Show’를 정기적으로 공연한다. 

 

당초 충칭시에는 1951년 창단한 충칭잡기예술단이 존재했으나 서구의 버라이어티 쇼 방식과 첨단 신기술을 접목해 ‘마환지도・극한쾌락Show’를 새로 기획하고 개발하면서 충칭국제마희성잡기단을 창단했다. 

 

‘마환지도・극한쾌락Show’는 규모가 큰 충칭국제마희성을 최대한 활용하고 첨단 조명과 레이저, 홀로그램 등을 동원해서 대규모 판타지 쇼를 연출한다. 

 

원래 평일 러닝 타임(running time)이 1시간 45분이었고, 중간에 10분 쉬는 시간이 있었는데,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러닝 타임을 50분으로 축소하는 대신 평일에 2차례로 나눠 공연한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쇼가 끝난 뒤 가족 단위 관객은 무대에서 단원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고 사진을 찍는 등 흥겨운 잔치판 같은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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