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자연' 정원과 텃밭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 [이주의 어린이 환경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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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자연' 정원과 텃밭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 [이주의 어린이 환경책]

  • 이은진 press9437@gmail.com
  • 등록 2022.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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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데일리] 생태 위기의 절박함을 느끼던 시몽 위로. 그는 어느 날 직접 자기 손으로 작은 공간에나마 생태다양성을 회복시켜보겠다고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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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xabay

 

아무런 준비 없이 일단 정원이 있는 집으로 이사한 그는 오랫동안 정원에 방치된 홍자단 덤불을 치우고, 길가에서 발견한 식물들, 버려진 붓꽃과 물옥잠을 가져다 심는다. 


작은 식물뿐 아니라 돌이나 나무들과도 새롭게 관계 맺으며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가는데 그렇게 빈틈이 메워져가는 정원에 수많은 곤충과 동물들이 제 발로 찾아오면서 온갖 일들이 벌어진다. 


나방이 나무를 병들게 한다면, 고양이가 자꾸 새를 잡아 해친다면, 말벌이 나무에 집을 지었거나 달팽이가 너무 많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원을 가꾸고 있습니다>(시몽 위로 지음, 김영사 펴냄)는 정원을 가꾸며 겪는 기쁨과 슬픔의 생생한 보고서로, 저자가 십 년에 걸쳐 정원을 가꾸며 그린 그래픽노블이다. 원제인 <L’Oasis(오아시스)>가 나타내듯, 이는 인공물로 가득한 도시의 사막에서 오아시스와 같은 역할을 하는 정원에 관한 이야기다. 


정원이라고 하면 많은 이들이 꽃과 식물들이 깔끔하게 관리된 조용하고 인위적인 풍경을 떠올리지만, 사실 정원은 우리가 느끼는 것처럼 정적인 공간이 아니다. 


식물은 매분 매초 자라나고, 그렇게 한순간도 동일하게 존재하지 않는 식물은 인간의 경계를 모르고 영양분과 집을 찾아 나서는 동물들을 불러들인다. 


적막해 보이는 정원도 자세히 보면 늘 여러 생물과 더불어 와글와글하고, 생물들이 서로 만나면 여러 가지 사건이 벌어진다. 이 책은 이처럼 작지만 생명력이 넘치는 정원을 샅샅이 살펴보게 한다.


이 책은 저자가 이사한 직후부터 정원을 가꾸어나가는 과정을 하나하나 보여주면서 땀 흘리는 노동 현장으로서의 정원을 체험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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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을 쌓아 작은 동물들이 욕조 연못에 올라갈 계단을 만들기도 하고, 공간을 꾸미는 구조물로 놓아둔다. 


그렇게 빈틈이 메워져 가는 정원에 수많은 곤충과 동물들이 제 발로 찾아온다. 장작더미는 파충류의 보금자리가 되고, 쌓아둔 나뭇가지에는 두꺼비와 고슴도치가 와서 쉰다. 


하지만 늘 환영할 만한 손님들만 오는 건 아니다. 발로 뛰며 몸소 시행착오를 겪으며 다른 생명과 공존하는 방법을 모색해가는 이야기는 그 자체로 우리가 자연을 온전히 통제할 수는 없지만 그 안에서 충분히 창조성을 발휘하며 다른 생물들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종이책과 그림은 도시에 사는 많은 이들이 식물과 동물을 접하는 주된 매체가 됐다. 많은 어린이와 어른들이 도감, 식물 세밀화, 동물 그림책, 애니메이션 등을 통해 생물을 알아간다. 


프랑스에서 출간된 그래픽노블인 이 책은 식물과 동물을 그리는 새로운 문법을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세밀하게 묘사되지만 뚜렷한 테두리선, 만화적 과장과 단순화, 비인간종과 비언어적으로 이루어지는 소통에 대한 묘사는 식물과 동물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감각을 일깨워준다. 


특히 정원의 주된 손님이라 할 수 있는 곤충 약 백 종은 저자 특유의 세밀화로 묘사되고 학명까지 기입돼 있다.


이 이야기는 정원을 가꾸는 서사에 따라 전개되지만 중간중간 등장하는 작은 생명들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페이지에 시청각적으로 묘사한다. 


베르사유 국립조경학교 교수 질 클레몽이 서문에 적은 것처럼 정원에서 이루어지는 소통이야말로 “우리가 진정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언어”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이 책을 읽고 나면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다. 


또 지난 겨울 한국에서만 78억 마리의 꿀벌이 폐사했다는 뉴스가 나오는 절망스러운 시기에, 언제나 우리의 손에 남아 있는 희망 한 움큼도 알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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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텃밭이 생겼어요!>(레니아 마조르 지음, 창비교육 펴냄)는 모든 생명이 움트기 시작하는 계절, 집을 벗어나 더 넓은 세상과 봄의 생명력을 느끼고 싶은 아이들에게 추천하는 그림책이다.


이 책은 한 소녀가 자신만의 텃밭을 가꾸면서 느낀 설렘과 뿌듯함, 그리고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담은 그림책이다.


할아버지로부터 텃밭을 선물 받은 주인공 소녀는 땅을 갈고 씨를 심으며 정성스럽게 텃밭을 가꾼다. 


애써 기른 채소를 새에게 뺏기기도 하고, 진딧물을 쫓기 위해 고군분투하기도 하지만 소녀에게는 이마저도 즐거운 경험이자 소중한 추억이 된다. 더불어 나비, 지렁이, 토끼, 달팽이 등 다양한 동물 친구들과의 만남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공생, 생명의 신비를 자연스럽게 체험한다.


저자는 아이의 시선에서 텃밭을 놀이터, 실험실 등 다채로운 체험이 가득한 공간으로 표현하였다. 거기에 형형색색 세밀하고 아름답게 묘사된 텃밭의 모습은 아직은 흙 묻고 벌레 먹은 채소가 낯선 도시 아이들이 친근하게 자연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는다. 


어린이들에게 자연이라는 좋은 친구를 소개해 주고 싶을 때 자연의 축소판, 텃밭을 담은 이 그림책이 도움이 되겠다.


텃밭은 아이들이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키울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다. 그렇다면 아이들에게 자유롭게 하고 싶은 대로 가꿀 수 있는 텃밭을 내어 준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방학 동안 조부모님 댁에 머물게 된 한 소녀가 자신만의 텃밭을 갖게 되면서 일어난 일들을 그린 책이다.


이 책은 아이의 시선에서 텃밭을 단순히 농작물을 키우는 땅이 아닌 더욱 넓은 상상이 가능한 공간으로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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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은 피크닉을 즐기기는 공원이 되기도 하고, 개미 떼의 퍼레이드가 펼쳐지는 놀이공원이 되기도 하며, 직접 만든 지렁이 비료를 뿌려 볼 수 있는 실험장이 되기도 한다. 


이렇듯 텃밭은 어린이들의 큰 생각을 품어 주는 대지로서 자연이 만들어 준 놀이터이자 실험실, 안식처가 된다.


주인공 소녀는 무엇을 얼마나 심을지, 이랑과 고랑은 몇 개나 만들지 등을 모두 직접 결정한다. 신이 나서 씨를 뿌리고 물을 주는 꼬마 농부의 모습에서는 자신만의 텃밭이 생겼다는 기쁨과 설렘의 감정이 여실히 묻어난다. 


또한 벌레를 쫓기 위해 꽃을 심고 무럭무럭 자란 채소를 수확하는 장면에서는 나만의 공간을 직접 일구어 냈을 때의 뿌듯함과 행복의 감정이 느껴진다.


책에는 가지각색의 동물들과의 뜻밖의 만남들이 펼쳐지고 있다. 밭을 갈다가 땅속 지렁이들을 만나 반갑게 인사하기도 하고, 비 오는 날 딸기밭에 소풍 온 달팽이들을 만나 놀기도 한다. 


지구의 축소판이라 할 만큼 텃밭에는 다양한 생명체가 모여 살고 있다. 이를 통해 작가는 자연과 인간이 더불어 존재한다는 것을 일깨우면서 우리도 이 자연 친구들과 조화를 이루어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아낸다.


또한 이 책은 자연의 관계와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이야기한다. 애써 길렀던 양배추를 참새들에게 뺏겼지만 주인공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그 새들이 싼 똥이 비료가 되어 탐스러운 딸기로 돌아온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생의 순환, 자연의 섭리라는 어려운 개념을 책 속에서 자연 구성원들의 관계와 세상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방법을 익힐 수 있다.


아이에게 스스로 해 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더불어 자연에 대한 친밀함, 나아가 자연을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까지 전할 수 있는 그림책이다. 


깔끔하게 손질된 상품으로서의 농작물이 익숙한 어린이들에게 자연이라는 좋은 친구를 소개해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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