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의 그린노트] 날마다 홀가분해지는 되살림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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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의 그린노트] 날마다 홀가분해지는 되살림의 기술

[지데일리] 환경을 보호하고 지구를 지키는 일에는 기한이 정해져 있지 않다. 평생의 과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쓰레기를 0(zero)으로 만들어보겠어!’라며 의욕적으로 나설 필요는 없다. 시작부터 목표를 너무 높게 설정하면, 현실의 벽에 부딪혀 쉽게 지치기만 할 뿐이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로 웨이스트’라는 단어 자체를 부담스럽게 느끼고, 완벽하게 실천할 자신이 없어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있다.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일상을 조금 바꾼다고 생각해보면 어떨까. 그저 하루라도 빨리 시작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선에서 일상을 조금씩 바꿔보는 것이다. 여기에서 느리거나 빠른 것은 중요하지 않다. 자신의 페이스대로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를 즐길 필요가 있다.

 

이제 막 환경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는데, 어렵고 무거운 이야기를 들려주면 초장부터 의지가 꺾일 수 있다. 그러면 지속적인 관심으로 이어지기 어려울 터. 제로 웨이스트에 대해 ‘얕게’, 그리고 다양한 이야기로 ‘넓게’ 풀어내고 있는 책이 나와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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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 대신 장바구니를 사용하고 일회용 컵을 거부하며 텀블러를 들고 다녀도 쓰레기를 버리는 날에는 마음이 무겁다.

 

깨끗한 음식 포장 용기, 아직도 새것 같은 빈 화장품 용기, 리필을 구매해도 비닐이 나오는 주방세제 용기를 분리수거 할 때 마음이 편치 않다. 


‘멀쩡한 용기인데 내용물만 채워서 다시 쓸 수 없을까’ 이 고민을 먼저 하고 비현실을 현실로 만들어낸 사람들이 있다. 바로 망원동 ‘알맹상점’의 세 공동 대표다.


망원시장에서 장바구니를 대여하고 일회용품을 줄이자는 취지로 시작한 알맹 캠페인에서 만난 세 대표는 아무리 ‘노력’해도 알맹이만 살 수 없는 화장품이나 세제를 꼭 알맹이만 리필하고 싶었다. 


제로웨이스트 가게가 하나둘 생기고 있었지만 우리 동네에, 한국에 세제나 화장품을 리필하는 곳은 하나도 없었다. 자주 드나들던 카페 한구석에 다섯 종류의 세제를 놓고 팝업숍을 열자 자기 용기를 든 사람들이 전국에서 찾아왔다.


독일, 태국, 이탈리아의 제로웨이스트 매장에서는 화장품도 리필로 팔았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특히 화장품의 경우 완제품을 덜어 판매하는 데 ‘맞춤형화장품조제관리사’ 자격증이 필요했다. 


평균 합격률이 15퍼센트를 밑도는 이 자격증 시험에 합격했지만, 이번엔 소분할 경우 미생물 오염이 우려되고, 있어 보이는 포장 용기 덕에 비싼 가격이 가능한 화장품을 대용량으로 구해야 하는 일이 남아 있었다. 


어렵게 300킬로그램 단위의 화장품을 구하고 망하면 자기 용기를 가져온 사람들에게 화장품을 퍼주고 문을 닫자는 마음이었다. 


가게를 차려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가 아니라 제로웨이스트가 사람들의 삶에 파고드는 것을 보고 싶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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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국내 최초의 리필스테이션이 탄생하기까지의 좌충우돌과 고군분투를 낱낱이 기록한 <알맹이만 팔아요, 알맹상점>(고금숙 외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은 읽는 이에게는 ‘나도 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은 한번 해봐야겠다’는 결심을 다져주고, 제로웨이스트 가게를 창업하고 싶은 수많은 미래 창업자에게 도움이 되겠다.


알맹상점의 특별한 점은 또 있다. 손님들에게 종이팩, 병뚜껑, 말린 커피 찌꺼기 등 쓰레기를 받아 모은다.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해 택배로는 받지 않는다. 


무엇보다 쓰레기가 될 수 있는 것을 신경 써서 관리한다면 자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서다. 


품목이 조금씩 상이하지만 다른 제로웨이스트 가게에서도 자발적으로 거점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이렇게 모인 자원들은 필요한 곳과 재활용이나 재사용이 가능한 곳으로 보낸다. 혜택도 지원도 없고, 품이 많이 들고 공간을 차지하며, 때로는 오히려 마이너스가 나는 일을 계속하는 이유는 재활용이 어려운 쓰레기를 어떻게든 활용해 자원으로 순환시키고 싶은 간절함, 쓰레기에 진심인 마음 때문이다.


상점은 브리타라는 글로벌 대기업의 변화를 이끌어낸 ‘브리타 필터 어택’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했다. 


그 외에도 알맹상점은 플라스틱 프리를 위한 비닐아웃, 카페에서 빨대 없애기 캠페인, ‘용기 내’ 당근몹, 무포장 네트워크 조사단, ‘멸.종.위기’ 캠페인까지, 시민의 행동과 목소리를 모으는 캠페인과 어택의 거점이 되어왔다. 


화장품 포장재 어택을 진행하며 기업과 국가 제도를 바꾸는 데 앞장섰고, 국내 리필스테이션 활성화를 위해 노력했다.


이 책에서는 우리도 언제든 참여할 수 있는 쓰레기 줄이기 활동과 다양한 캠페인과 어택을 소개한다. 


개인의 목소리에는 기업의 방향을 변화시키고 국가의 제도를 올바르게 만드는 무한한 힘이 있다. 우리가 세상을 조금 더 나은 곳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믿고, 같이 목소리를 내자고 말한다.


또한 이 책에서는 상점 일이라면 타협이 절대 없는 세 명의 대표가 깐깐한 기준에 맞춰 고른 친환경-제로웨이스트 물건을 소개한다. 


유통 중 쓰레기가 적게 나오는 제품, 소재를 재활용하거나 재사용한 수명 연장 제품, 만들어지고 버려지는 과정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한 제품, 탄소 배출을 줄이려고 노력한 제품, 만드는 사람을 존중하고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제품, 동물성 성분과 동물실험을 배제한 비건 지향 제품 등 기준은 크게 여섯 가지로 세웠다.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물건들을 바꾸고 가치 소비 제품을 선물하는 것만으로도 환경 문제 개선에 보탬이 된다.


책에서 내내 세 대표는 연대의 힘을 이야기한다. 알맹이만 사려고 ‘용기 낸’ 사람들이 없었으면, 쓰레기와 목소리를 모아준 시민들이 없었으면, 이만큼의 변화를 만들어낼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책에서의 희망의 목소리는 작아도, 완벽하지 않아도, 서로 응원하며 같이 더 나은 현실을 만들어가자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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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웨이스트 살림법>(살림스케치(김향숙) 지음, 21세기북스 펴냄)은 평범한 주부인 저자가 일상에서 실천하던 제로웨이스트 살림법을 모아 그 과정과 노하우를 알려주는 책이다. 


제로웨이스트 살림이라고 해서 무언가 특별한 게 아니다.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약간의 수고로움을 감수하는 모습부터 버리면 쓰레기가 되는 것들을 새롭게 활용하는 법 등 아주 사소하고 간단하지만 환경을 생각해서 하는 일들이 모두 제로웨이스트 실천 방법이 된다. 


이 책은 평범한 개인의 눈높이에서 바라본 제로웨이스트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하며, 무엇이든 넘치는 세상에서 버리지 않고 가볍게 사는 삶에 대해서 말한다.


최근 사회적으로 ‘제로웨이스트’에 대한 관심이 높다. 우리가 건강하게 살아갈 지구를 위해 제로웨이스트가 꼭 필요하다는 건 알겠는데, 막상 실생활에서 어떻게 실천해야 할지는 막막한 경우가 많다. 


많은 사람이 제로웨이스트에 동참해야 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고 거창해 보여서 시작하지 못한다.


저자 ‘살림스케치’는 제로웨이스트는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최소화하고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이미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고 있다고 말한다. 


쓰레기 발생이 ‘제로’가 될 수는 없겠지만 노력해서 발생을 최소화할 수는 있다. 이 책에서는 이처럼 아주 작은 것부터 일상에서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방법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 책에서는 버릴 것이라 생각했던 물건들의 다른 쓰임을 찾아 새롭게 쓰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전면 책꽂이를 플레이팅 접시꽂이로 활용하기도 하고, 병뚜껑으로 비누 받침을 만들어 사용하기도 한다. 버렸으면 쓰레기가 됐을 물건을 새롭게 사용하도록 알려준다.


무엇보다 끊임없이 물건의 새 쓰임을 생각하며 살림을 꾸려나가는 경험이 쌓이면 자신만의 살림 자아를 만들 수 있다. 저자 역시 버리지 않고 응용하는 습관을 통해 친환경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신중한 소비로 늘어나는 물건을 최소화하고, 있는 물건의 쓰임 변경으로 버림받는 물건을 소생시킨다. 이것이 바로 쓰레기도 줄이고 소비도 줄이는 일석이조의 친환경 미니멀 라이프다. 

 

이 책에는 있는 물건을 버리지 않아 좋고, 필요한 물건을 새로 살 필요도 없어 좋은 친환경 미니멀 라이프 노하우가 담겨 있다.


저자는 제로웨이스트 살림법 덕분에 살림이 더 재밌고 새로워졌다고 말한다. 버리지 않고, 사지 않고, 새롭게 쓰는 살림을 통해 사소한 것에 의미를 부여하게 되고 진정한 삶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는 쓰레기와 소비를 줄이는 제로웨이스트 살림법에 관한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과, 사람과 자연이 건강하게 공생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 


특별히 사명감을 가지지 않고도 일상생활에서 약간의 관심만으로도 따라 할 수 있는 방법들이라 어렵지 않게 친환경 살림을 시작할 수 있다.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의 제로웨이스트 살림을 꾸리는 데 도움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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