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BOOK돋움] '음식물쓰레기 vs 플라스틱' 탄소발자국 계산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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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BOOK돋움] '음식물쓰레기 vs 플라스틱' 탄소발자국 계산해보니?

  • 이은진 press9437@gmail.com
  • 등록 2022.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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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데일리] 온라인 쇼핑을 하는 게 나을까, 차를 타고 가서 물건을 사 오는 게 나을까. 빌트인과 단독 가전제품, 어느 쪽이 전기 효율이 높을까. 겨울에 근교에서 재배한 토마토가 나을까, 멀지만 따뜻한 지역에서 가져온 토마토가 나을까.

 

일상을 살아가며 우리는 때때로 이런 환경적 딜레마에 빠진다. 어느 쪽이 더 탄소 발자국이 작은지, 환경에 더 도움이 되는 쪽으로 행동하고 싶어도, 습관적으로 해 오던 대로 행동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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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xabay

 

<오늘의 에코 라이프>(테사 워들리 지음, 양철북 펴냄)에 따르면 음식물 쓰레기의 탄소 발자국은 플라스틱 용기의 탄소 발자국보다 열 배나 높기 때문에 포장재를 쓰더라도 나중에 다 먹는 편이 낫다. 


목욕할 때는 물을 80리터까지도 쓸 수 있으니 10분 미만으로 샤워를 마치는 편이 좋다. 온라인 쇼핑의 탄소 비용은 매우 크지만, 혼자 차를 타고 가서 물건을 한두 개 사 온다면 온라인에서 여러 물건을 함께 사는 편이 더 낫다. 

 

빌트인 가전 제품은 제품을 단독으로 세워 둘 때보다 열을 발산시킬 공간이 적어 에너지 효율이 떨어진다. 제철에 나는 지역 먹거리는 언제나 좋은 선택이지만, 제철이 아닐 때 비닐하우스에서 난방하며 키웠다면 따뜻한 지역에서 키워서 배로 운송해 온 식재료가 탄소 발자국이 더 작다.


이 책은 이처럼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꼼꼼하게 검증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에코 실천법을 담았다. 


집에서, 야외에서, 이동할 때, 일터나 학교에서, 휴가 갔을 때, 식사하고 쇼핑할 때로 나누어 각각의 상황과 장소에서 생각해 볼 문제 57가지와 실질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한다. 


저마다 가능한 것들을 골라 상황에 맞추어 일상에 적용하면, 우리 삶도 지구에도 이롭다.


환경 문제가 심각해 지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점차 확산되면서 친환경 상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조금 비싸더라도 그런 상품을 구매하면 환경에 더 좋으리라 기대한다. 


그런데 ‘친환경’ 꼬리표를 달고 나오는 제품 모두 정말로 환경에 이로울까. 테사 워들리는 각각의 사례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며, 그런 제품들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얼마나 미치는지, 기대하는 만큼의 효과를 내고 있는지 검증한다.


예를 들어 전기차는 차를 사용하는 동안 배기가스를 배출하지 않지만, 현재로서는 전기차로 바꾸더라도 기대만큼 탄소 균형에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 생산된 전력은 아직 전력 수요를 모두 충족시키기에 부족하기 때문이다.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 만든 전력으로 전기차를 충전한다면 다른 사람들은 화석 연료로 생산한 전력을 사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또 엔진을 만들 때 희소 금속을 써야 한다. 테슬라는 2050년 무렵 이 금속들이 전 세계적으로 품귀 현상이 일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 점점 바꾸고 전기차 효율이 오르면, 탄소 균형 측면에서 전기차가 더 나은 시점이 올 것이다. 그러니 그전까지는 전기차로 바꾸기보다 지금 가진 차를 쓰는 편이 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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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분해 플라스틱은 일반 쓰레기로 버리지 않고 재활용하면, 재활용 시스템에 혼란을 더하게 된다. 더군다나 생분해 플라스틱은 실제로 짧은 시간 안에 분해되는지, 정말로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분해되는지 아직 확실히 입증되지 않았다.


식물성 우유는 기존 우유와 비교하면 온실가스 배출량은 3분의 1이고 토지는 9분의 1만 사용해도 되지만, 동물성 우유와 영양가가 비슷한 것은 두유뿐이다. 


대두 농장과 코코넛 농장 때문에 열대 지방 숲이 줄고 있고, 아몬드밭에는 물을 엄청나게 대고 살충제도 많이 뿌려야 한다. 쌀은 주요 곡물 가운데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높다. 그나마 헤이즐넛 우유나 귀리 우유가 환경 측면에서 나은 대체품이다.


이처럼 환경을 위해 ‘올바른 선택’으로 여겨지는 것들도 정답이 아닐 수 있다. 우리가 관련 정보를 주기적으로 찾아보고, 가장 나은 선택지가 무엇인지 계속해서 고민해야 하는 까닭이다. 


저자는 이밖에도 지속 가능하게 생선을 먹는 방법이나 스마트 계량기의 이점, 이탄 비료의 문제점, 달걀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낭비를 줄이는 법처럼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주제들도 다룬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이 책에서 저자는 지금 당장이라도 시도해 볼 수 있는 방법부터 주변 사람들과 함께 힘을 합할 방법까지 다양한 환경 실천법을 제시한다. 


온라인 쇼핑을 할 때는 생각날 때마다 주문하는 대신 온라인 쇼핑을 하는 요일이나 날짜를 정해 충동 구매를 줄이자거나 당일이나 익일 배송보다는 표준 배송을 이용하는 게 좋다고 제안하는 식이다. 


표준 배송을 하면 업체에서 효율적으로 배송할 계획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바질 같은 식재료는 비닐이나 플라스틱 용기에 소포장된 제품을 구매하는 것보다는 직접 키우는 편이 경제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좋다. 


창가에 화분을 들이고 싶다면, 로즈메리나 라벤더 다년생 꽃 화분이 키우기 쉽다는 팁도 준다.


저자는 적극적으로 주변 사람들과 함께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친구들과 옷을 바꿔 입어 보자거나 여러 사람을 만날 때 많은 사람에게 울림을 줄 환경 다큐멘터리를 함께 보는 것 같은 제안에서부터 시민 과학에 동참하는 방법이나 환경 단체를 찾아가서 봉사활동을 하는 방법까지 다양하다. 


길에서 쓰레기를 줍는 활동을 효과적으로 하는 법에 대해서도 말한다. 쓰레기를 그냥 줍는 것도 좋지만, 주로 버려지는 포장재의 가게를 찾아가 재활용 쓰레기통을 설치하고 쓰레기 투기를 금하는 캠페인을 하라고 요구해 보자는 것이다. 


또 단골 식당에 채식 메뉴를 넣자고 제안한다거나, 식재료를 근처 지역에서 직거래로 구매해 온다면 유통망을 메뉴판에 작게 적어 넣어 공급망을 홍보하고 제안해 보자고 말한다. 


이밖에도 온라인 후기를 적어 환경 인플루언서 되는 법, 나무 심기 같은 의미 있는 캠페인에 동참하는 법 등 이 책에는 여러 사람과 함께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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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리티 디자인>(사와다 도모히로 지음, 다다서재 펴냄)은 거대 광고회사의 카피라이터가 아들의 장애를 계기로 사회복지의 세계에 뛰어들어 착안한 새로운 ‘일의 방식’, 그리고 ‘더 좋은 사회를 만드는 법’을 담았다.

 

저자는 일본 최대 광고회사의 카피라이터. 8000만 명에게 도달한 광고를 만들고, 만화 연재와 록밴드 기획 같은 기존에 없던 마케팅을 시도하는 등 전도유망한 광고인이었다. 


하지만 어느 날 생후 3개월인 아들의 시각장애가 판명된다. ‘내가 아무리 멋진 광고를 만들어도 아이는 볼 수 없다.’ 저자는 일할 동력을 잃어버린다. 


아들의 미래를 상상할 수 없던 저자는 희망을 찾기 위해 200명이 넘는 장애 당사자와 그 주변인을 찾아 만난다. 


그들의 매력에 매료된 저자는 장애인 같은 소수자야말로 광고회사에서 한 번도 주목한 적 없는 잠재 고객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소수자는 사회의 불완전한 부분을 발견하게 한다. 소수자가 발견한 구멍을 메우면 세계는 더 나은 방향으로 나갈 수 있다. 


누군가의 약점이야말로 이 사회를 살리는 기회가 된다. 저자는 그때부터 대중에만 신경 쓰고 강점만 돋보이게 하는 주류 광고에서 손을 떼고, 자신의 능력이 필요한 곳에서 새로운 방식, 즉 ‘마이너리티 디자인’으로 일하겠다고 결심한다.


저자는 시각장애인 축구 세계선수권 대회 홍보 작업을 맡으면서 처음으로 광고를 만드는 능력의 새로운 가능성을 깨닫는다. 


보이지 않는 불특정한 ‘타깃’ 대중이 아니라 눈앞에 있는 한 사람을 기쁘게 하는 일. 한순간 소비되고 사라지는 패스트 아이디어가 아니라 오랫동안 회자될 지속 가능한 아이디어. 강자의 논리에서 벗어나 약자도 승리할 수 있는 새로운 규칙. 저자는 ‘마이너리티 디자인’의 기본 방침을 세우고 다양한 분야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이 일들은 모두 ‘한 사람의 소수자’가 지닌 ‘약점’에서 비롯된 것이다. 다만 저자는 마이너리티 디자인이 단순히 장애인과 고령자 등 이른바 사회적 약자들을 구제하기 위한 것이 아님을 강조한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이 자기만의 약점을 지닌 소수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운동신경이 빵점’이라는 저자 자신의 소수자성에서 시작해 만들어진 것이 ‘운동 약자를 이 세상에서 없애겠다.’는 목표를 내건 ‘유루스포츠’다.


마이너리티 디자인은 ‘모든 사람은 자기만의 약점을 지닌 소수자다. 모든 약점은 이 사회의 가능성이다.’라는 전제 아래 이뤄진다. 극복의 대상이던 약점을 새로운 강점으로 파악하는 마이너리티 디자인의 사고방식은 다양성의 시대에 맞춰 사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가능성을 품고 있다.


이 책은 ‘마이너리티 디자인’의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는 한편, 어떻게 해야 ‘마이너리티 디자인’을 실현할 수 있을지 구체적인 방법도 소개한다.


‘마이너리티 디자인’은 소중한 한 사람의 위기를 파악했을 때 비로소 시작될 수 있다. 단, 당장 소중한 사람을 떠올리라고 해도 막연할 때가 많기 때문에 저자는 일단 ‘자기 자신’부터 바라볼 것을 제안한다. ‘자신’ 역시 약점을 지닌 소수자이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이 바로 ‘자기 자신에게 쓰는 기획서’다.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정확히 파악함으로써 새로운 미래를 그리게 하는 방법으로 일뿐 아니라 삶의 방향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저자는 ‘마이너리티 디자인’은 최종적으로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발하고 폭발력 있는 캠페인 또는 이벤트가 아니라 시작은 소규모라도 천천히 사람들을 끌어들이며 성장하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5년 시작된 유루스포츠는 ‘새로운 스포츠’라는 생태계가 되어 꾸준히 성장하며 해외에도 진출하고 있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 구체적인 방법론을 이야기한다.


‘마이너리티 디자인’이 만들어내는 생태계는 모든 사람이 약점을 당당히 내보이며 공존할 수 있는 느슨한 사회, 그리고 일을 하는 모든 사람이 소중한 사람을 위해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여 진정 ‘보람 있는 일’을 하는 사회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