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놀라운 곤충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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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놀라운 곤충이라니?

[미-친-책 365] 본지가 2022년 독서문화 진흥 캠페인 '미-친-책 365'를 진행합니다. 베스트셀러나 신간 도서에 밀려 독자들과 '미처 친해지지 못한 책'을 찾아 소개하고 일독을 권장함으로써 다채로운 독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함입니다. 나아가 다양한 콘텐츠와 온라인 플랫폼이 넘쳐나는 시대에도 책을 찾는 이유를 생각해보고 편독 없이 다양한 주제의 책을 제안해보는 시간을 마련합니다. <편집자 주>

  • 이종은 sailing25@naver.com
  • 등록 2022.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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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데일리] 한때 중국에 특별한 공장이 지어졌다. 이른바 ‘바퀴벌레 공장’이라 이름붙여진 이곳은 놀라움을 주기에 충분했는데, 가장 흥미로운 점은 이 바퀴벌레들이 하는 일이었다. 

 

바퀴벌레는 맵든 짜든 음식이라면 가리지 않는 왕성한 식욕을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 바퀴벌레 공장은 바로 이 점을 적극 활용, 바퀴벌레 10억여 마리로 하루에 55톤의 음식물 쓰레기를 먹어치웠는데, 이는 우리나라 중소도시에서 발생하는 일일 음식물 쓰레기 양과 수준이 같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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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곤충이 동식물 사체와 배설물을 유기물로 분해함으로써 토양의 순환과 건강을 돕는 역할을 한다. 그런가 하면 식물의 수분을 매개하고 종자를 퍼뜨리고, 스스로 먹이가 되거나 다른 생물의 개체 수를 조절해 생태계에 균형을 유지하기도 한다. ⓒpixabay

 

 

곤충은 숲이나 초원은 물론 도시에도 존재한다. 미국 맨해튼의 개미가 1년에 처리하는 정크 푸드 쓰레기는 핫도그 6만개 분량에 이른다. 아메리카동애등에 구더기는 자기 몸무게의 네 배나 되는 음식물 쓰레기를 하루 만에 없애는 '능력자'다. 

 

갈색거저리 유충인 밀웜이나 꿀벌부채명나방은 자연 상태에서 분해되는 데 500년이 걸리는 플라스틱을 신속하게 먹어 치운다. 도시 종으로서의 인간이 누려온 복지와 안녕은 사실 도시재생과 환경미화를 위해 '열일'하고 있는 곤충 덕분이라 하겠다.


이처럼 많은 곤충이 동식물 사체와 배설물을 유기물로 분해함으로써 토양의 순환과 건강을 돕는 역할을 한다. 그런가 하면 식물의 수분을 매개하고 종자를 퍼뜨리고, 스스로 먹이가 되거나 다른 생물의 개체 수를 조절해 생태계에 균형을 유지하기도 한다. 

 

아울러 인간에게 초콜릿과 꿀, 비단과 잉크, 항생제와 방부제, 광택제와 접착제 등을 제공하는가 하면, 곤충에서 시작한 생체 모방은 드론 비행, 열 추적 감지, 위조지폐 방지, 우주여행 등 미래 첨단 산업에 이르기까지 그 영향이 매우 크다 할 수 있다.

 

무엇보다 곤충이 인간에게 주는 오래되고 일상적인 혜택은 식물의 수분을 매개하고 종자를 퍼뜨리며 토양의 재생과 유기물의 분해를 돕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전 세계 꽃가루받이 곤충의 기여 가치는 무려 677조원으로 추산되는데, 토양 형성과 분해 가치는 그 4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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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자생 딱정벌레는 마르고 단단한 유대류의 똥만 먹고 자라는 특성이 있는데, 지난 1788년 현지에 처음 상륙해 급속도로 퍼져나간 소들의 똥을 치울 수가 없었다고 한다. 당시 소똥은 땅에 단단하게 말라붙었고 집파리는 엄청나게 늘어나 사람과 동물을 불편하게 했지만, 이 심각한 똥밭 문제를 해결해준 게 바로 쇠똥구리였다.

 

 

대표적으로 우리가 호주산 소고기를 먹을수 있는 것은 바로 쇠똥구리의 역할에 있다. 호주 자생 딱정벌레는 마르고 단단한 유대류의 똥만 먹고 자라는 특성이 있는데, 지난 1788년 현지에 처음 상륙해 급속도로 퍼져나간 소들의 똥을 치울 수가 없었다고 한다. 

 

당시 소똥은 땅에 단단하게 말라붙었고 집파리는 엄청나게 늘어나 사람과 동물을 불편하게 했지만, 이 심각한 똥밭 문제를 해결해준 게 바로 쇠똥구리였다.

 

인간이 보는 자연의 외형은 평온해 보이난 그 안엔 생존과 번식을 위한 다양함이 있는데, 이는 곤충의 세계에도 적용된다. 

 

자식을 위한 곤충의 모성은 극단적이고 야만적이기까지 한데, 무당벌레를 좀비 베이비시터로 만들어 자기 새끼가 장기를 파먹게 하거나, 바퀴벌레를 독으로 마비시킨 뒤 개처럼 끌고 가서 자기 새끼한테 던져버리는 말벌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곤충은 인간이 생각하는 것처럼 하찮거나 쓸모없는 생물이 아니다. 안네 스베르드루프-튀게손의 <세상에 나쁜 곤충은 없다>는 곤충의 독특한 생활사와 다방면에서의 놀라운 활약상을 생생하게 다루면서, 곤충과 인간이 상호작용하는 공생의 세계를 다각도로 서술하며 곤충의 존재 이유를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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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은 보이지 않게 세계를 움직인다. 인류의 미래는 지속가능성을 중심으로 문명을 재조직할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는데, 곤충에 대한 감정적이고 단편적인 이해를 넘어 지구 생태계의 동반자로 바라봐야 하는 이유다.

 


인간이 지구상에 등장한 지는 20만년 정도인데 반해 곤충은 무려 4억7900만년이나 된다고 한다. 곤충은 공룡도 피해가지 못한 대멸종을 무려 다섯 번이나 거치며 생존했는데, 현재 지구 생물 가운데 절반 이상에 달한다. 그야말로 곤충은 지구에서 '가장 성공한 동물'이라 할 수 있다.


근래 들어 곤충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이익과 가치에 관심이 커지면서 애완이나 산업, 식량과 같은 다양한 분야에서 곤충의 무궁한 잠재력이 재평가받고 있는 양상이다. 

 

수억 년 시간 동안 진화를 통해 흰개미가 만들어낸 영리한 구조물은 친환경 고층 건물에 응용되는가 하면, 검정파리 유충은 상처 주변의 죽은 조직과 고름을 먹어치우며 치유를 촉진한다.

 

아프리카깔따구는 건조 상태에서 최대 17년을 견디다 약간의 물만으로 다시 정상적인 생명 활동을 이어나가는데, 이 메커니즘이 밝혀지면 성간 여행 중 장시간 동면이 가능해질 수도 있을 전망이다. 아울러 노화 과정을 제어하는 수시렁이나 꿀벌은 치매 예방 연구에 새로운 단초를 주며 ‘회춘 약’ 연구에 도움을 주고 있다. 


때로는 작고 이상하고 때로는 복잡하고 웃기고 희한한 존재들이 보이지 않게 세계를 움직인다. 인류의 미래는 지속가능성을 중심으로 문명을 재조직할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는데, 곤충에 대한 감정적이고 단편적인 이해를 넘어 지구 생태계의 동반자로 바라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