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BOOK돋움] 리틀 포레스트 '집'을 곱씹다
  • 해당된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주의 BOOK돋움] 리틀 포레스트 '집'을 곱씹다

본지가 코로나19 장기화로 지친 심신을 회복하기 위해 독서로써 마음을 힐링하는 '책 읽는 힘, BOOK돋움' 캠페인을 전개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일상생활이 멈춘 상황에서 마음의 양식을 얻을 수 있는 독서 생활이 최고의 기회라 여겨집니다. 독서를 통해 마음의 안정을 취하고 부모와 자녀 세대가 소통하는 새로운 경험을 기대하며, 책 읽는 분위기가 잔잔한 물결처럼 번져 코로나 블루가 슬기롭게 극복되기를 바랍니다. <편집자주>

  • 이은진 press9437@gmail.com
  • 등록 2022.06.15
  • 댓글 0
3.jpg
ⓒpixabay

 

 

'이 집에는 요일을 모르고 사는 사람이 셋이 있다. 월요병과 불금의 개념이 없고, 주말이란 것이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는 사람들. 나의 출근을 통해 오늘이 주중이라는 것을 가름하고, 행여나 휴가라도 쓰는 날에는 주말인지 혼동하는 사람들. 나는 그런 사람들과 사는 평범한 회사원이다.'

 

봄에는 집 앞 작은 텃밭에서 기른 작물로 바질 페스토와 홀토마토를 만든다. 여름이면 마당에 작은 풀장을 만든다. 선선한 바람이 불면 바비큐 파티도 연다. 가을이 되면 감나무에 열린 감을 따다 곶감을 만든다. 늦가을엔 둘러앉아 만두를 빚고 겨울이 오기 전에 김장도 한다. 

 

지하, 1층, 2층, 옥탑이 있는 오래된 단독주택을 리모델링한 정자매 하우스에서는 홈가드닝쯤은 일상과 다름없다. 옥탑을 개조해 화실로 이용하고, 2층은 소셜 공간, 1층은 심리상담소와 독서모임, 지하는 메이크업 작업실로도 쓴다. 


직업관도, 연애관도, 결혼관도 이전 세대와는 큰 차이가 있는 MZ세대는 기존의 룰을 따르지 않는 이들이다. ‘세상이 정한 기준이 아닌 나만의 길을 간다’를 외치며 예전에는 그게 정답이라 여겼던 모든 일들을 선택이라 이야기한다. 


이들은 무조건 열심히 일해야 한다가 아닌 워라밸을 외치고, 나이가 차 연애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이 곧 결혼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판단하지 않는다. ‘나 혼자 산다’를 외치는가 하면, 사랑하는 사람과 동거를 하거나, 가족이 아닌 타인과 집을 공유하며 함께 살아가기도 한다.


이러한 변화에 정부도 지난해 1월 비혼과 동거, 조립식 가족 등 가족으로 인정되지 않았던 다양한 가족 구성을 법 제도 안의 가족으로 인정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는 이른바 새로운 가족의 개념이 탄생한 것인데 정자매 하우스도 그 가운데 하나다. 30대 언니와 동생은 결혼 자금으로 모아두었던 돈으로 서울 한복판에 오래된 단독주택을 사들였다. 

 

1.jpg


 

'단독주택이라고 하면 으레 연상되는 풍경이 있다. 그 풍경의 중심에는 작지만 아기자기한 정원을 품고 있는 마당이 있다. 바비큐 그릴에는 꼬치가 올려져 있고, 커다란 테이블에 사람들이 느슨하게 둘러앉아 웃고 떠드는 그런 마당 말이다. 단독주택 살이 6년 차, 우리 마당에서도 비슷한 시도들이 있었다.'

 

아파트를 구입하기엔 턱없이 비쌌고 그렇다고 딱히 원하는 집의 형태도 아니었다. 결국 그들은 아파트로 둘러싼 동네에 작고 오래된 단독주택들이 모여 있는 곳에 보금자리를 마련했고 사람들을 하나둘 집으로 불러모았다.


정자매가 활동하는 독서모임 장을 시작으로 모임의 멤버, 지인, 폭우에 구출한 길고양이까지. 정자매 하우스에는 여자 셋, 남자 둘, 그리고 고양이 한 마리가 살고 있는 곳이다. 그들은 끈끈한 혈연관계는 아니지만, 서로를 인정하고 배려하며 ‘따로 또 같이’의 삶을 실천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 모든 일을 기획하고 진행한 장본인인 동생이었다. 그에게 집이란 잠을 자는 공간이었다.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해서 잠시 몸을 누이는 곳, 주말이면 주중의 피로를 풀기 위해 여전히 누워만 있는 곳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와 유사한 생활을 할 것이다. 때문에 예기치 않은 코로나19 사태로 의도치 않은 재택생활이 시작됐을 때 우리는 모두 혼란에 휩싸였다. 시간이 흘러 인테리어에 열을 올리고 홈카페, 홈파티, 홈가드닝 등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섰다.

 

도시 생활을 영위하면서도 집에서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힐링할 수 있는 방법, 온전히 혼자이면서도 혼자가 아닌, 타인과 느슨한 연대를 이루는 방법 등을 이야기한다. 정자매의 <정자매 하우스 오늘도 열렸습니다>에서는 굳이 나만의 ‘리틀 포레스트’를 찾아 떠나지 않아도 된다. 그들에게 리틀 포레스트는 곧 집이다. ‘집에서 더 많은 즐거움을 함께 누리는 방법’을 보여준다. 


2.jpg

 

 

“남편이 집에 돌아올 즈음에는 가장 쾌적한 상태로 온도와 환기를 조절해 놓고 기다렸다. 식사를 마친 남편의 그릇에 다른 그릇을 겹쳐 올려서 옮기거나 치우지 않았다. 가족들이 먹는 음식은 영혼을 먹는 것이라고 생각해 늘 내가 직접 만들었다. 우리 아이들은 열쇠를 가져본 적이 없다. 아이들이 돌아오면 제일 먼저 봐야 되는 게 내 얼굴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리송은 지난 1973년 24살에 결혼해 70세가 될 때까지 전업주부였다. 약사 면허가 있었으나 주부를 직업으로 선택했고 최선을 다해 프로 아내, 프로 엄마의 삶을 살았던 인물이다. 남편과 자녀가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 최고가 되도록 ‘존중과 배려’를 식탁과 집안에 구현하는데 힘썼다.


남편은 글로벌 비료 유통 전문가가 됐고, 큰딸은 미국 대학 음악과 교수이자 오케스트라 지휘자, 둘째 딸은 연극배우이자 극장 대표, 막내아들은 e커머스 전문가로 자리잡았다. 아내, 엄마, 할머니의 역할을 충실하게 마쳤다고 자신을 평가하고 돌아본 때가 그녀의 나이 70세였다.


어느날 신문에 난 시니어 모델 기사를 보고, 아카데미를 찾아간 날 바로 워킹 수업을 받았다. 그녀는 “모델을 하기엔 키가 작고, 나이가 많고, 전업주부라 사회 경험이 적다는 등의 이유를 자신에게 들이대며 머뭇거렸다면 오늘의 기쁨은 없었을 것”이라고 한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옷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직접 디자인해서 입기도 하고, 평범한 옷을 자신만의 색깔로 스타일리시하게 입고, 믹스 & 매치 코디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능력이 뛰어났다.

 

이제 73세이지만 모델은 옷을 입고 순간에 자신의 이미지를 표현하는 일이라 흥미를 느껴 새벽부터 열심히 몸과 마음을 단련해왔다. 보그 잡지 화보 촬영, 앙드레김 패션쇼, 사랑 가득나눔 시니어모델 자선패션쇼, 엑스와이 패션쇼, 캐나다 밴쿠버 패션위크 패션쇼 참가 등 다양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지난 4월에는 한국모델협회(KMA) 시니어 모델 초대 분과위원장으로 선임되기도 했다.


리송은 스스로를 ‘할머니’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나이의 숫자와 주름을 보면 할머니라고 부르겠지만 리송은 그냥 ‘리송’이다. <리송, 내가 나의 이름을 불러주었다>에서는 프로 전업주부로 긴 시간을 살아왔기에 아이들을 키우고, 남편을 존중하고 살아온 얘기, 시니어 모델이 되면서 달라진 마음가짐, 세상과 소통하며 따뜻하게 사는 이야기 등 평소의 자신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리송은 자신에게 한계를 두지 않는다. 73세 청춘, 인생의 어떤 기간보다 활기차게 매일매일을 설렘으로 맞는다. 이 세상에 수많은 꽃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것은 나라는 꽃이라 생각하면서, 나는 내가 소중하게 가꾸고 피워내야 하는 우주에서 유일한 꽃이라고 말한다. 


그 어느 누구도 나만큼 나를 사랑할 수 없고. 나 대신 나를 아름답게 피어나게 할 수 없다. ‘나’라는 꽃은 내가 이름을 불러주어야 나답게 피어난다는 생각에서다.


리송은 "내가 꿈꾸는, 나의 모습에 맞는 이름을 짓고 날마다 불러줄 때 그 꿈에 맞게 살게 되고, 그 꿈의 최종 목적지에 이르게 된다"며 "내가 나에게 자유인의 이름을 불러줘야 기적 같은 순간들이 찾아온다. 자신에게 치열하고 타인을 존중하는 자유인이 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꿈을 꾸지 않는 한 꿈은 시작되지 않는다.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고 주저앉아 있다면 함께 시작해 보자고 말하고 싶다"며 "남은 시간은 ‘나’를 위해 살자. 나의 얘기를 듣고 그런 용기를 냈으면 하는 작은 소망을 가져본다”고 강조한다.


‘빈둥지증후군’을 겪고 있는 여성들이 많다. 자신이 아니라 아내, 엄마, 며느리로 살다 보니 나를 위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 자녀도 손주도 서서히 내 손을 떠난 후 나를 돌아보니 나를 위해서는 뭘 하고 살았나 허무함이 남게 된다.


리송처럼 모델을 해도 좋고, 그림을 그려도 좋고, 악기를 배워도 좋다. 봉사활동을 할 수 있다면 더욱 좋다. 내가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깊이 생각하고 남은 인생은 나를 위해 살아보자. 내 행복은 내가 찾아야지 누구도 찾아주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평범한 일상을 기적으로, 실수와 실패를 성공으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을 일러준다. 남편과의 역할 분담과 서로에 대한 존중과 지지가 50년의 결혼생활을 지탱해 줬고, 자녀에 대한 배려와 믿음이 자녀들의 비범한 능력을 키우고 성공하도록 이끌어줬다.


1950년생인 그녀가 50년 동안 남편과 자녀와 살아오면서 발생한 수많은 문제들을 자신의 성격대로 피하지 않고 맞서서 싸우고 선택하는 순도 100% 체험담이어서 잔잔한 감동과 묵직한 울림을 준다.

 


당신이 관심 가질 만한 이야기

G-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