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BOOK돋움] 홍수같이 쏟아지는 '공간'에서 가치를 찾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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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BOOK돋움] 홍수같이 쏟아지는 '공간'에서 가치를 찾는 법

본지가 코로나19 장기화로 지친 심신을 회복하기 위해 독서로써 마음을 힐링하는 '책 읽는 힘, BOOK돋움' 캠페인을 전개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일상생활이 멈춘 상황에서 마음의 양식을 얻을 수 있는 독서 생활이 최고의 기회라 여겨집니다. 독서를 통해 마음의 안정을 취하고 부모와 자녀 세대가 소통하는 새로운 경험을 기대하며, 책 읽는 분위기가 잔잔한 물결처럼 번져 코로나 블루가 슬기롭게 극복되기를 바랍니다. <편집자주>

  • 이은진 press9437@gmail.com
  • 등록 2022.06.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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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xabay

 

 

'공간은 그 결과물이 유형의 건물로 나타날 뿐 무형의 산물로 봐야 한다. 평면도니, 단면도니 하는 것도 공간가가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 만들어둔 수단에 불과하다. 공간은 실제로 찾아갔을 때에야 비로소 정확하게 알 수 있다. 넓은지 좁은지, 바닥과 천장의 색은 어떤지, 어떤 재료로 지었는지, 어떤 느낌이 드는지, 어떤 장면을 만나게 되는지, 어떤 사람과 함께인지.'


때로는 홍수같이 쏟아지는 공간을 보고 살면서 여기만큼은 한 번쯤 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나 가지 않으면 어쩐지 시류에 뒤처진 것 같은 조급함이 밀려오기도 한다. 하지만 시간 내어 찾아간 곳에서 사람들은 ‘인증샷’과 ‘인생샷’을 건지기 위해 카메라만 들고 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현대사회에서 우리가 손쉽고 재빠르게 공간에 대한 정보를 접할 수 있게 된 게 이 SNS 덕분임을 부정할 수 없다. 단 찍었으면 느낀는 것도 중요하다 할 수 있겠다. 찍고 올리는 행위에 그치는 게 아니라 방문한 공간을 보다 더 풍부하게 감상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복합문화공간과 관련해선 기업의 공간 브랜딩으로 출발한다. 서울 명동이라는 노른자 땅에 공유공간을 만든 금융기관, 20년 만에 책을 빌리는 기능을 넘어 주민의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한 동네 도서관, 사람들에게 외면받던 화학공장에 새 옷을 입혀준 업사이클링 프로젝트가 눈에 들어온다.

 

현재 국내에서 그 어떤 곳보다 많이 발견할 수 있는 카페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해방촌이라는 비좁은 도시 조직에 수직의 미학을 뽐낸 곳, 넓은 제주 땅에 그대로 들여온 바다의 전경, 이름은 달고 있으나 그 기능을 온전히 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한국의 광장 등이 이에 해당한다.


다이닝과 와인바와 호텔은 공간의 기능적 요소뿐 아니라 각 공간의 메뉴나 일하는 사람들의 접객 서비스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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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증샷 바깥의 공간'  문형근 지음, 궁리

 


저자가 홍익공간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학창 시절에 겪은 한 일화 때문이다. 친한 동기로부터 “클라이언트가 건축가에게 그저 비싸게 팔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더라”는 말을 전해 듣고 우리나라에서 건축에 대한 사람들의 이해가 부족한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꼈다고 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 일상의 중심이 온라인으로 옮겨온 상황에서도 저자가 이 프로젝트를 묵묵히 이어오고 있는 이유는 하나다. 

 

어떤 공간이든 직접 가보아야만 그 본모습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SNS에서 멋져 보였던 곳이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던 일을 우리는 자주 경험했다.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곳이 인생에서 기억에 남을 만한 근사한 공간이 되기도 한다.


저자는 우리가 계속해서 좋은 공간을 경험해야 요구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앞으로 기업이 더 많은 공공공간을 마련하고, 지자체에서 더 수준 높은 문화공간을 지을 수 있도록, 아울러 공간을 경험하는 데 정답이 없다고 역설한다. 

 

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하고 건축디자이너로 지내는 저자는 지난 2016년부터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좋은_공간을_널리_이롭게’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수천 곳의 공간을 선보였다. 난해하고 어려운 건축 언어 대신 모두가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표현으로 7년 가까이 기록해온 공간의 가치를 담았다는 평가다.

 

그의 인스타그램에는 공간 안팎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일회성과 휘발성이 강한 SNS에서 100년 이상 바라봄직한 건축물과 공간을 소개한다는 게 어쩐지 무모해 보이기까지 하다. 그러나 이제 그의 인스타그램은 1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찾는 창작 놀이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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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이 모조리 사라진다면' 리처드 파워스 지음, RHK

 

'로빈의 두 번째 소아과 의사는 로빈을 자폐 ‘스펙트럼’에 넣고 싶어 열심이었다. 나는 그 남자에게 이 우연한 작은 행성에 살아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떤 스펙트럼에 속해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스펙트럼이라는 게 그런 것이니까. 인생 자체가 스펙트럼으로 이루어진 무질서이고, 우리 모두가 연속적인 무지개 속 특정 주파수로 진동할 뿐이라고 그 남자에게 말해 주고 싶었다.'

 

외계 생명체를 찾는 우주생물학자 시오는 아내 얼리사의 갑작스러운 죽음 뒤 아홉 살 아들을 혼자 키운다.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를 가진 아들 로빈은 사랑했던 엄마와 반려견을 차례로 잃은 후 그 증세가 더 심해졌다. 


어느날 로빈은 학교에서 친구의 얼굴을 보온병으로 때려 다치게 한 일로 정학을 당하게 된다. 엄마의 죽음이 단순 사고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친구의 말에 물리적으로 대응한 것이다. 

 

이후 조류학자가 꿈인 로빈은 동물권활동가였던 엄마가 생전에 하고자 했던 일을 돕고 싶어 파머스 마켓에 나가 판매할 그림 그리기에 나선다. 


이후 지구상에서 멸종된 생명체들이 아이의 손끝에서 마법처럼 정교하게 되살아나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로빈은 점점 그림에 몰두하는 것과 달리 학업에서는 멀어져간다.


어느날 학교에서는 로빈에게 향정신성 약물치료를 권하지만 시오는 이를 반대한다. 아홉 살 어린아이에게 약물이 어떤 효과를 미칠지 두렵고 그게 해결책이라는 생각도 들지 않으며 아들의 별난 모습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서다.


시오는 아내의 친구였던 신경과학자 마틴 커리어에게 조언을 구한다. 그는 로빈에게 실험 단계에 있는 ‘디코디드 뉴로피드백’ 치료를 받아보길 당부한다. AI를 이용해 타인의 감정 지문을 그대로 경험하도록 훈련하는 이 기술은 실제로 나와 있지만, 소설은 한 발자국을 더 나아가 상상의 영역으로 확장하기에 이른다. 


이 기술이 사람을 고통에서 해방시킬 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질문으로, 로빈은 이 훈련을 통해 어머니의 생전 두뇌 활동 패턴과 자신을 일치시키는 방법을 배우게 되고 차츰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을 찾게 된다.


이 책은 외계 생명체의 흔적을 찾는 우주생물학자 ‘시오’와 지구상의 모든 존재를 사랑한 동물권활동가 ‘얼리사’, 그들에게서 태어난 “슬프고 특별하며 갓 아홉 살이 된, 이 세상과 잘 맞지 않는” 아들 ‘로빈’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좇아 나간다. 


세상으로부터 상처받은 연약한 소년이 자신만의 언어로 펼쳐 나가는 무해한 사랑과 순수한 저항의 여정이 타자의 고통에 무감각해진 혐오의 시대를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천문학과 뇌과학, 지구 환경 문제를 폭넓게 아우르며 생명과 죽음에 대한 성찰을 담아내 리처드 파워스의 또 다른 역작으로 길이 남을 만한 작품이다.


이 책은 힘없는 개인을 통해 아득한 우주로까지 확장되는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아버지와 아들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지구 생태계와 인류의 미래에 대한 작가의 메시지를 한층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다.

 

인간과 비인간 존재의 관계에 대한 통찰을 특유의 시적인 문체로 녹여낸 작품들을 꾸준히 발표한 리처드 파워스의 이번 소설은 기후위기에 직면한 근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파괴된 행성에서 살아가는 가족과 미래 세대의 불안을 그려낸 이 책은 유수의 매체들의 집중 조명을 받았으며 전 세계 독자들의 감동적인 후기가 쏟아지면서 영화 제작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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