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BOOK돋움] 같은 사실, 다른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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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BOOK돋움] 같은 사실, 다른 결과

본지가 코로나19 장기화로 지친 심신을 회복하기 위해 독서로써 마음을 힐링하는 '책 읽는 힘, BOOK돋움' 캠페인을 전개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일상생활이 멈춘 상황에서 마음의 양식을 얻을 수 있는 독서 생활이 최고의 기회라 여겨집니다. 독서를 통해 마음의 안정을 취하고 부모와 자녀 세대가 소통하는 새로운 경험을 기대하며, 책 읽는 분위기가 잔잔한 물결처럼 번져 코로나 블루가 슬기롭게 극복되기를 바랍니다. <편집자주>

  • 이은진 press9437@gmail.com
  • 등록 2022.06.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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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xabay

 

 

“사람들은 당신이 한 말을 잊고, 당신이 한 행동을 잊지만, 당신으로 인해 어떤 기분을 느꼈는지는 절대 잊지 않는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감정이 들어가서 좋을 게 없다’거나 ‘감정이 앞선 결정은 후회만 남는다’고 배웠다. 감정에 따라 행동하고 싶다가도 정작 사회가 감정을 꺼리다 보니 우리는 그 요구에 따라야 할 때가 많은 것이다. 

 

현대인은 콘텐츠의 바다에서 허덕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노벨 경제학 수상자 허버트 사이먼은 “정보의 풍요는 관심의 결핍을 낳는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제는 바야흐로 ‘콘텐츠 전쟁’의 시대다가 된 것이다. 


책과 TV를 넘어 인스타그램, 유튜브,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 등 매체 선택의 폭까지 넓어진 시대에 고객과 관객, 독자의 마음을 얻기는 너무나 어려워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남는 콘텐츠가 있다. 


세계적인 스토리 컨설턴트인 리사 크론은 <스토리만이 살길>에서 전쟁의 성패를 가를 경쟁력은 오직 ‘스토리’에 있다고 단언한다. 우리는 남에게 설명을 들은 것보다 스토리를 통해 깨우친 것을 22배 더 잘 기억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같은 사실도 스토리를 통하면 주목하는 이유 역시 우리 뇌에는 스토리를 갈구하는 ‘본능’이 있어서다. 어떤 것이 ‘이상하게 끌린다’는 느낌은 알고 보면 과학적인 사실이라고 하겠다. 그 안에 담긴 스토리가 사람을 끌어당긴 셈이다. 다시 말해 대체 불가능한 힘, 스토리를 활용해 이 전쟁에서 살아남는 법을 알려 주는 것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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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어떤 사실이나 숫자나 통계가 그 자체만으로는 의미가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누군가에게 선택받기 위해선 상대의 입장에서 중요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으로, 지극히 당연한 말 같지만 잊기 쉬운 것이기도 하다.


개인의 경험이든, 집단이 향유하는 문화든 변화를 일으킬 잠재력이 있는 '상대의 서사’와 맞물리는 스토리가 필요함을 기억해야 한다. 사실과 숫자와 통계는 그 자체로는 힘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 행동하게 하는 힘은 바로 스토리에서 나오는 것이다.


감정의 누명을 벗길 필요가 있다. 우리의 생각과는 달리 신경 과학 연구를 통해 밝혀진 사실에 의하면 거의 모든 결정은 다름 아닌 감정에 따라 이뤄지는 경향을 보인다. 


무엇이 안전하고 위험한지, 무엇이 나에게 중요한지를 찰나에 알려 주기 위해서 감정이 진화했다. 이뿐만 아니라 감정이 전달될 때 감정에 깔린 사고도 같이 전해진다. 감정과 이성은 양자택일이 아니라 공존하는 만큼, 일단 느끼고 그다음에 생각하는 것이다.


스토리텔링의 성패는 상대방의 교감을 이끌어 내는 데 달려 있다. 누군가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면 스토리에 감정을 담을 필요가 있다.


누구에게나 가슴속 깊숙이 간직한 두려움, 아무에게도 내보이고 싶지 않은 약점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스스로 취약해지는 느낌이 드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스토리를 만들 때 이 점을 유의해야 하는데, 모든 것이 너무나 명확해 보인다면 어딘가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바로 이 취약성을 파고드는 것이야말로 스토리를 통해 상대를 변화하게 만드는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이는 때로 막힌 스토리에 돌파구를 가져다주기도 한다. 같은 사실, 다른 결과의 차이는 그 접점에서 발생한다. 상대의 세계에 계속해서 발을 들여놓으려고, 감춰진 이면을 알아내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과정이 곧 스토리가 살아남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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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듭제곱의 효과로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는 현상은 우리 주변에도 많이 있다. 그리고 이 변화의 정도에 놀라곤 한다. 그러나 그러한 극적인 변화를 지수함수라는 복잡하지 않은 초등함수(실제로 고등학교에서 문과 계열 선택자도 배우는 함수다)로 기술할 수 있다는 사실은 감동적이지 않은가?’

 

세상에는 아인슈타인, 히로나카 헤이스케와 같이 음악을 사랑한 수학자, 물리학자, 의학이나 수학 교수와 지휘자를 겸하며 활약하는 사람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수학과 음악은 공통적으로 아름다운 논리와 탁월한 감성을 필요로 하는 분야로 꼽힌다. 수학은 복잡한 과학 법칙을 한 줄의 수식으로 설명해내는 매력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학이 가르쳐주는 여러 사고방식은 인생을 사는 데 지침이 된다고 한다.


나가노 히로유키는 <어마어마한 수학>에서 수학과 상관없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할 현대사회에서 살아가려면 수학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에, 개별 지도는 물론 방송과 글쓰기를 통해 사람들에게 수학의 커다란 가치와 매력을 이야기한다.


논리적 사고의 바탕이 되는 수학, 차가운 수식에 감춰진 천재 수학자들의 뜨거운 드라마, 감성에 호소하는 아름다움, 현대사회의 테크놀로지를 지탱하는 편리함, 역사를 바꾼 영향력, 우주를 설명하는 신비한 수식과 흥미로운 계산법 등 다양한 각도에서 수학의 가치와 매력을 전한다.


시험 성적에 연연하며 좁은 시야로 수학을 대했던 경험 때문에, 우리 자신의 지성을 과소평가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의문이 든다. 저자가 소개하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수학은 인류가 끊임없이 이어온 ‘뛰어난 지혜의 결정’임을 깨닫게 되는 동시에 차가운 수식에 감춰진 뜨거운 드라마를 만날 수 있다.


아울러 ‘대칭성, 합리성, 의외성, 간결성’이라는 수학이 지닌 특성이 우리의 감성을 어떻게 자극하는지 알 수 있고, 마방진·만능천칭과 같은 두뇌 게임이 주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는 설명이 흥미롭다.


특히 시작부터 수학에 대해 즐거움을 가지며 몰두하기를 바라며 언급한 부분이 인상적이다. 저자는 난데없이 ‘요코하마에 머리카락의 가닥수가 정확히 같은 사람이 있을까?’라는 알쏭달쏭한 던진다. 또 숫자를 셀 걱정과 모호한 직관에 머물러 있는 우리의 사고를, 수학의 논리성을 이용하여 합리적으로 추론하는 단계로 끌어올리는 방식을 취한다.


대학생 때 친구와 잡담을 하다가 청바지 시장의 규모를 추정해 본 일화부터 시작해 자연스럽게 ‘페르미 추정’을 소개한다. 물리학자 엔리코 페르미가 대학 신입생들에게 낸 문제인 ‘시카고의 피아노 조율사는 몇 명인가’를 함께 풀면서 수학의 감각과 문제해결력을 익힐 수 있겠다.


도라에몽의 비밀 도구를 예로 들어 일대일대응과 함수를 설명하고, 숫자 사기를 막아주는 방법, 이상적인 파트너를 만날 확률을 최대화하는 법, 프레젠테이션의 달인이 되는 법 등 생활 속 흥미로운 사례들을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