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계 질서 다룬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베스트셀러 등극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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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계 질서 다룬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베스트셀러 등극 비결

[그린컬처]
우리가 얕잡아봤던 것들 속에서 구원 찾아
삶의 혼돈 상황에서 숨어있는 질서 찾아내
코로나 팬데믹 위기 '일어날 수 있는 힘'으로

  • 이은진 press9437@gmail.com
  • 등록 2022.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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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데일리] 예상치 못한 전개, 하나로 규정할 수 없는 장르, 놀라운 반전 등 책을 읽은 이들 사이에서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며 입으로 전해져 베스트셀러가 된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책은 과학 에세이의 새로운 전형을 보여줬다는 평가와 함께 인구에 회자되며 수많은 이야기를 낳기도 했다. 미국 방송계의 퓰리처상이라 불리는 피버디상(Peabody Awards)을 수상한 저자 룰루 밀러의 첫 책으로 자연계에 질서를 부여하려 한 19세기 과학자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삶을 흥미롭게 좇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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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방식으로 들려주는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과학에 관한 고군분투이자 사랑과 상실, 혼돈에 관한 이야기라 할 수 있는데, 특히 신념이 어떻게 우리를 지탱해주며 그 신념이 어떻게 유해한 것으로 변질될 수 있는지를 일깨워준다. ⓒpixabay

 

 

미국에서는 워싱턴포스트, 북라이엇, 내셔널퍼블릭라디오NPR, 시카고 트리뷴, 스미소니언 선정 2020년 최고의 책으로 꼽힌 바 있는데, 국내에는 지난해 12월 출간돼 서점과 언론이 주목을 받은 후 한 유튜브 채널에 소개되며 급상승을 하기도 했다. 최근엔 알라딘 상반기 국내도서 판매량에서 상반기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알라딘에 따르면 책을 읽은 이들의 입소문을 타고 판매량이 지속 증가했는데, 지속적으로 판매량이 유지돼 상반기 전체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아울러 해당 도서의 주 구매층은 20~30대로 전체 구매자의 61.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몇 년 동안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속에서 우울과 허무가 일상을 지배했는데, 해당 도서에서는 삶의 모든 것이 무너졌다고 생각했을 때 비로소 펼쳐지는 자유롭고 아름다운 세계를 보여준다. 이로 인해 지친 마음과 무력감을 딛고 일어설 수 있도록 하는 힘이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줬다는 평이다. 


저자는 우리가 믿고 있던 삶의 질서에 관해 한 가지 의문을 제기한다.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엄연한 하나의 사실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또 무엇을 잘못 알고 있을까?”라는 말이다. 

 

책은 세계라는 거대한 구조 속에서 ‘물고기는(그리고 우리는) 어떤 존재인가’에 관해 우리의 관념을 뒤집어엎으며 자유분방한 여정을 그려나간다는 내용이다. 사랑을 잃고 삶이 끝났다고 생각한 그 순간 ‘데이비드 스탄 조던’을 우연히 알게 된 저자는 그가 혼돈에 맞서 싸우는 것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에 매혹돼 그의 삶을 추적하기에 이른다. 

 

저자도 이 세계에서 “혼돈이란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의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 일어나는가’의 시기의 문제”라면서, 어느 누구도 이 진리를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조던의 이야기는 독자들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으로 이끌며, 결국 커다란 충격으로 우리를 이끈다. 

 

저자가 독특한 방식으로 들려주는 이 책은 과학에 관한 고군분투이자 사랑과 상실, 혼돈에 관한 이야기라 할 수 있는데, 특히 신념이 어떻게 우리를 지탱해주며 그 신념이 어떻게 유해한 것으로 변질될 수 있는지를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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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퍼드대학 총장을 역임한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19세기에 활동한 생물학자인데 그는 거대한 생명의 나무, 즉 나뭇가지 형태로 뻗어나가는 모든 생명체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그 관계를 밝혀내는 데 일생을 집중했다. 

 

그가 발견해서 직접 이름 붙인 물고기의 수는 당시 인류에 알려진 어류 가운데 무려 5분의 1에 이르지만 감춰져 있던 생명의 나무에서 그가 밝혀낸 부분이 많아질수록 우주는 더 그의 일을 막는다. 

 

그가 수집한 수많은 표본들은 순간 벼락으로 인한 화재로 한 차례 파괴된 데 이어 1906년 샌프란시스코 대지진은 유리단지에 보관해둔 1000여종의 물고기를 바닥에 버려지게 한다. 그야말로 그동안 하나하나 일궈왔던 업적이 한순간에 사라져버린 것이다.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이같은 절망에 굴복하고 포기했을 법한데, 그는 자기 발치에 널브러진 파괴의 잔해들을 살펴보고는 거기서 식별할 수 있는 물고기를 집어올린 뒤 다시 자신의 컬렉션을 구축해나가기 시작했다. 

 

저자에게 그는 무모한 인간이 아닌 역경의 시간을 헤치고 결국 이겨내는 방법을 알려주는 교훈과 다름이 없었다. 이른바 우리가 얕잡아봤던 것들 속에 구원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는데, 책은 파괴와 상실 이면에도 좋은 것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희망에 대한 처방을 제시한다. 


책은 과학이라는 렌즈를 통해 이 세계를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바라보게 해주는데, 특히 독창적이고 정교한 삽화는 19세기 과학 텍스트를 손에 들고 있는 것 같은 신비로우면서도 그로테스크한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혼돈이 항상 승리하는 세계에서 묵묵히 버텨내는 삶에 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