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힐링] 여름, 밤하늘을 바라봐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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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힐링] 여름, 밤하늘을 바라봐야 하는 이유

[미-친-책 365] 본지가 2022년 독서문화 진흥 캠페인 '미-친-책 365'를 진행합니다. 베스트셀러나 신간 도서에 밀려 독자들과 '미처 친해지지 못한 책'을 찾아 소개하고 일독을 권장함으로써 다채로운 독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함입니다. 나아가 다양한 콘텐츠와 온라인 플랫폼이 넘쳐나는 시대에도 책을 찾는 이유를 생각해보고 편독 없이 다양한 주제의 책을 제안해보는 시간을 마련합니다. <편집자 주>

  • 한주연 82blue@hanmail.net
  • 등록 2022.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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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데일리] 좀 더 잘 보이고 안 보이고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별은 날마다 떠 있다. 밤하늘도 매일같이 볼 수 있다. 물론 별을 보는 것이 쉽지 않고, 밤하늘을 매일 보는 사람은 드물다. 심지어 늘 떠 있는 그것들을 보는 일이 이제는 특별한 이벤트처럼 취급되기도 한다. 

 

고대로부터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이 밤하늘에서 본 것을 바탕으로 지구와 인류의 탄생에 관한 이야기를 지어냈다. 밤하늘은 단지 우주의 비밀만 숨어 있는 공간이 아닌 것이다. 별을 해석한 신화, 행성이 떠 있는 우주에 대한 지식 등을 고루 발견할 수 있는 광대한 영역이 바로 밤하늘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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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캄한 밤하늘, 별이 떠 있는 밤하늘은 한낮의 하늘과는 또 다르다. 밤하늘은 낭만과 호기심을 낳기에 충분하다.

 

 

밤하늘을 조금 더 가깝게 느끼기는 결코 어렵지 않은 일이다. 통상 생각하듯 밤하늘을 관측하기 위해 반드시 고가의 장비가 필요하지도 않은 것이다. 밤하늘을 그저 바라보고, 살펴보고, 즐기면 된다.


혹자는 단순히 날씨를 확인하기 위해서 또 다른 혹자는 피로에 지친 눈을 쉬게 하고 싶어 하늘을 본다. 아울러 세상을 떠난 누군가를 추억하고 싶을 때 하늘을 본다는 이들도 있다. 그런가 하면 대체 뭘 위해 이렇게 살고 있나 싶을 때 가끔씩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는 사람도 있다.


캄캄한 밤하늘, 별이 떠 있는 밤하늘은 한낮의 하늘과는 또 다르다. 밤하늘은 낭만과 호기심을 낳기에 충분하다. 별빛이 가득한 하늘을 올려다보고 미소지어 본 적 있는 이들은 알 수 있다. 별밤만이 전해주는 특별한 정서와 힘이 있다. 이러한 밤하늘을 더 풍성하게 빛내 주는 게 있으니 바로 ‘이야기’다. 밤하늘이 품은 과학, 역사, 신화 등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를 알고 관측하는 천체는 한층 더 재미날 수 있다.


낭만적인 밤하늘을 더욱더 신비롭고 과학적이며 역사적인 것으로 만들어줄 이야기를 <십대에게 들려주고 싶은 밤하늘 이야기>에서 발견할 수 있다. 저자 에밀리 윈터번은 밤하늘에서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고 또 그것들은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더 넓은 공간과 더 멀리 있는 것들에 대해 다양한 궁금증을 지녀본 이들, 특히 청소년들에게 이 책은 충실하고 재미있는 길잡이가 돼준다.


월별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각 달과 관련 있는 주제를 바탕으로 일 년 동안의 밤하늘을 살펴보는 방식이다. 시작은 4월부터다. 저자는 “천체 관측과 그 유산을 다루는 책이므로 북반구에서 춘분이 막 지난 시점인 4월을 일 년의 시작으로 잡는 게 적절해 보인다”고 말한다. 

 

이에 4월의 밤하늘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큰곰자리와 북극성에 대한 이야기부터 펼쳐 보인다. 4월에 잘 보이는 별들을 언급하며 별의 실시등급, 별의 생애, 핵융합 반응 등에 대한 상식도 짚고 넘어간다. ‘5월, 헤르쿨레스자리’에서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헤라클레스의 열두 가지 과제와 관련이 있는 별자리를 소개하며 성운과 성단에 대한 정보도 보다 자세히 설명한다.


‘6월, 태양’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유일하게 낮에 볼 수 있는 별인 태양에 대해 자세히 다루고 있다. 아울러 흑점 주기, 일식 등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한다. ‘7월, 바이어의 동물원’에서는 남반구에서 잘 보이는 별자리에 대해 말한다. 오스트레일리아,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등지에서는 밤하늘을 어떻게 관측하고 해석했는지 알아볼 수 있다. 

 

‘8월, 라카유의 산’에서는 별들의 목록의 만들고 새로운 별자리를 만들기도 했던 프랑스의 천문학자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근대과학기술, 미술 등이 별자리와 맺은 관계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9월, 은하수’에서는 그리스 신화는 물론 다양한 문화의 유산에서 특별하게 해석되어온 은하수에 대한 내용이 와닿는다.

 

큰곰자리와 함께 북반구에서 쉽게 알아볼 수 있는 별자리인 오리온자리에 얽힌 이야기는 ‘10월, 오리온자리’에서, 특별한 소원과 관계있을 것만 같은 유성에 대한 내용은 ‘11월, 유성’에서 알 수 있다. ‘12월, 카시오페이아 왕비’에서는 카시오페이아자리와 같은 별자리에 얽힌 신화뿐만 아니라, 천체와 관련해 이슬람교, 기독교, 유대교 등의 종교에서 발견되거나 추측할 수 있는 정보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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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곰자리와 함께 북반구에서 쉽게 알아볼 수 있는 별자리인 오리온자리

 

 

‘1월, 차와 별’에서는 특히 ‘관측’에 관한 역사를 엿본다. 1830년대에 영국의 천문학자 존 허셜이 손님들과 함께 차를 마시며 천체를 관측했던 모임은 과연 오늘날의 천체 관측 동아리와 어떻게 달랐는지 알아보는 재미도 있을 터다. ‘2월, 이아손과 아르고호 원정대’에서는 천체 관측에 필요한 천체망원경의 제작에 관한 역사 등을 이야기한다. 별자리란 말을 들었을 때 별자리 운세부터 떠올리는 독자라면 ‘3월, 점성술과 황도대’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천문학과 점성술이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함께 발전해온 역사를 자못 신선하게 기술하는 방식이다.


저자는 별을 보는 것이 힘들고 특별한 일이 아님을 강조한다. 별을 보기 위해 누군가는 어둠이 깔린 시각에 공부나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하늘을 올려다볼 수도 있고, 혹은 집에서조용하게 창밖을 내다볼 수 있다는 것이다. 꼭 청정한 환경을 자랑하는 벽지에서나 가능한 일이 아니다. 

 

혼잡하고 오염된 도시에서도 자세히 살펴본다면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는 별이 있다. 일례로 때와 날씨를 잘 맞춘다면 북반구에서는 큰곰자리, 남반구에서는 남십자자리 같은 별자리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것이다. 

 

별이 태어나는 성운인 오리온성운마저도 대개는 아주 흐릿한 반점처럼 보일지언정 맨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은하수, 일식, 유성우 등 관측 가능 시기만 미리 알아둔다면 맨눈으로 볼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우리는 이미 꽤 알고 있지만, 이에 대한 더욱 깊이 있는 설명을 읽다 보면 천체를 두 눈으로 보는 일에 아마 더 큰 호기심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맨눈으로도 잘 보이는 천체에 대해 설명하며 저자는 실용적인 조언도 챙긴다. 8월에 볼 수 있는 페르세우스 유성우의 관측 계획을 세울 때에는 날씨라는 변수를 명심해 소풍이나 야영 등의 다른 계획을 세워둘 만하다고 언급하거나 태양 관측용 필터를 구입할 때 확인해야 할 점에 대해 세심하게 설명한다. 


저자는 천체 관측이 눈으로 보는 역사와 비슷한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별자리는 최근의 연구가 아닌 고대 사람들이 만든 이야기에서 나온 것이며, 별을 보는 행위는 그 자체로 인류의 역사에서 큰 의미를 지녀 왔다는 설명이다. 고대의 사람들은 별과 행성이 뜨고 지는 것을 보고 시간을 읽고 계절 변화를 감지했으며 홍수를 예측하기도 했는데, 이는 별 보기가 중요한 일상적 행위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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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별이 물질을 중심으로 끌어당기는 중력 때문에 수축하면서 뜨거워지면 마침내 중심부에서 핵융합 반응이 발생한다. 원시별은 핵융합 반응을 거치면서 주계열성, 적색 거성, 초거성 등으로 변화한다.

 

 

특히 망망대해나 사막, 황야 등에 있는 사람들에게 별은 거의 유일한 표지였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관측 대상이었다고 한다. 18세기에는 전문 천문학이 곧 항해에 도움을 주는 실용적인 천문학을 의미했다. 신대륙 탐험의 역사는 천체 관측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고 전해진다. 

 

일례로 18세기에 하와이제도와 오스트레일리아 동해안, 뉴질랜드 등을 탐험한 제임스 쿡(James Cook)이 태평양 탐험의 항해에 나선 공식적 이유도 바로 ‘금성의 일면 통과 관측’이었다고 알려졌다. 새로운 땅을 발견하기 위해 나선 유럽의 탐험가들 중에 별자리를 기록하고 성도나 천구의를 제작한 이들도 있었던 사실을 봐도 별 관측은 그 자체로 세계사에서 큰 의미를 가져 왔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지금도 농사를 위해, 날씨를 예측하기 위해, 배의 항로를 읽기 위해 별을 본다는 사람은 별로 없을 터다. 하지만 오늘날에도 별을 보는 것, 별에 대한 역사를 아는 것은 여전히 즐거운 일이다. 저자는 “별을 보는 것은 마치 우리와 함께 돌아다니는, 살아 있는 박물관을 가진 것과 같다"면서 "그곳에 전시된 작품들은 인간이자 세계 일부인 우리 자신에 대해 소중한 비밀을 알려준다”고 이야기한다. 


가령 밤하늘에서 비교적 찾기 쉬운 별인 목동자리의 아르크투루스에 대한 설명은 자연스럽게 실시 등급과 별의 생애, 그리고 별을 분류하는 방법에 대한 정보와 연계된다. 우주 공간에 먼지와 가스가 모여 구름과 같은 형태를 하고 있는 성운 속에서 물질들이 중력에 끌려 밀도가 높은 덩어리로 뭉치면 별이 생겨난다. 

 

원시별이 물질을 중심으로 끌어당기는 중력 때문에 수축하면서 뜨거워지면 마침내 중심부에서 핵융합 반응이 발생한다. 원시별은 핵융합 반응을 거치면서 주계열성, 적색 거성, 초거성 등으로 바뀐다. 생애의 마지막에 이른 별은 바깥층이 우주 공간으로 날아가는데 퍼져 나간 물질들은 결국 성운이 되며 그 성운에서 다시 별들이 거듭난다. 

 

이러한 별의 생애에 대한 설명을 접하고 나면 독자들은 다시 아르크투루스 근처의 큰곰자리와 작은곰자리에 있는 두 곰이 제우스의 바람기 때문에 하늘로 올라가게 되었다는 그리스 신화를 만날 수 있다. 이렇게 우주의 비밀을 말해주는 천문학 지식을 접하다가 어느새 신화나 역사적 사실을 읽을 수 있도록 한 구성은 특히 문과와 이과의 감성을 넘나들며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취하고 싶은 독자들의 욕구를 만족시켜 줄 만하다 하겠다.


은하수를 다루는 장에서는 각 문화권에서 은하수를 어떻게 해석했는지를 알아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고대 그리스인의 이야기나 메소포타미아 신화, 중국의 전설 등에서는 은하수가 어떻게 나타나는지, 또 서구 지성사에서 갈릴레이, 칸트, 윌리엄 허셜 등이 은하수를 어떻게 해석했는지도 알 수 있다. 

 

별들은 항상 다른 별들과 함께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움직이는 쪽은 별이 아니라, 지구와 우리 자신이다. 혜성은 몇 개월 동안 나타났다가 다시 사라지고 위성은 수십 분 간격으로 나타났다 사라진다. 오리온성운에서 별들뿐만 아니라 외부 태양계까지도 태어나고 있다. 우주의 비밀에 대해 새로이 읽다 보면 맑은 날 밤하늘을 좀 더 기다릴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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