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리는 도시생활] 철제산업 중심지서 문화생활 성지로 변신, 그곳에 무슨 일이?
  • 해당된 기사를 공유합니다

[되살리는 도시생활] 철제산업 중심지서 문화생활 성지로 변신, 그곳에 무슨 일이?

오래된 산업과 새로운 예술이 조화롭게 공존하고 있는 곳 문래
고철음 속 녹아들어가며 예술적 풍경과 소음 창작하는 예술가들
지역 산업과 예술 공존하며 각자의 삶 속 창조성 발현하는 주민들
도시재생 화두 속 "지속가능한 문래동의 가치 존중해야" 목소리도

  • 이은진 press9437@gmail.com
  • 등록 2022.06.27
  • 댓글 0

[지데일리]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철강골목을 걷다보면 철을 비롯한 다양한 재질들이 주는 색과 질감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가까이는 80년대부터 멀게는 1950년대 또는 그 이전의 흔적들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크기변환]5.jpg
문래동에서 펼쳐진 아트페스타 헬로우 문래 현장 모습 ⓒ지데일리 DB

 

 

언제부터인가 문래동은 예술가들의 마을로 불린다. 주말마다 무거운 카메라를 메고 무엇인가 독특한 풍경을 찾아 문래동에 걸음 하는 이들도 눈길을 끈다. 

 

문래동은 오래된 산업과 새로운 예술이 조화롭게 공존하고 있는 곳이다. 문래동은 일제 강점기 때부터 공업 지역으로 발달했다. 1980~90년대 개발 정책에 따라 그 모습이 많이 변화했으나 공장이 빠져나가고 아파트 단지와 주상 복합 오피스텔이 들어선 주변에도 아직 과거의 철재상가는 남아있다. 

 

이곳에 예술가들이 이주해오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반. 정부의 산업 시설 이전 정책으로 인해 생겨난 철재상가 단지의 빈 공간에 저렴한 작업 공간을 찾고 있던 예술가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제 예술마을로 거듭난 문래동의 새로운 주민인 예술가들은 고철음 속에 서서히 녹아들어가며 새로운 풍경과 소음을 만들어낸다.

 

[크기변환]3.jpg

문래예술공장에서 펼쳐진 '문래동 날다'(작가명 프로젝트 날다) 공연 모습 ⓒ지데일리 DB

 

 

문래동 주민들이 서로 만나 친해질 수 있는 공간도 차츰 만들어졌다. 공정무역 커피하우스 골다방에서는 매일 커피 볶는 고소한 냄새가 풍겨온다. 

 

예술가들과 지역 주민들은 자율부엌 ‘소식’에서 함께 요리하고 밥 먹으며 일상을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독립영화 정기상영회가 열리는 ‘주말의 독립명화’에서는 극장에서 만나보기 힘든 영화를 보며 맥주와 수다를 곁들일 수 있다.


문래동 창작촌의 이같은 에너지는 문래동 밖의 사람들하고도 활발하게 소통한다. 미대생들이 문래동을 찾아 이곳의 풍경에 한 땀 보태기도 하고, 일본의 문화 활동가 아마미야 카린과 공공 미술의 창시자 수전 레이시 등 여러 나라 친구들이 문래동과 조우하고 있다. 

 

문래동도 철공 단지의 장인들과 예술가들이 만나면서 새로운 실천이 벌어지고 있는 창작촌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창작촌에서 벌어지는 소통은 단순히 예술가들의 교류에 머무르지 않는다. 지역 주민들을 적극적으로 예술 활동의 참여자이자 생산자로 끌어들이는 동시에 지역의 특성과 만나 서로 영향을 주거니 받거니 한다. 

 

[크기변환]2.jpg
주민들은 정부와 공공 기관들이 문래동의 가치를 인정하고 지키고 싶다면 지금의 문래동을 가능하게 한 역사와 맥락을 먼저 존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편으로는 현대적 도시계획과 재개발의 열풍에서 문래동도 자유롭지 않은 실정이다. 재개발 소식과 치솟는 임대료는 문래동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공공 기관에서 발표한 육성계획에는 특별한 구체성도, 실효성도 없는 상태로, 이는 창작촌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예술을 통한 도시재생이 화두이지만, 그것은 작품 몇 개를 설치하고 예술적인 건축물을 세운다고 달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역 산업과 예술이 공존하며 생겨나는 역동성, 지역 주민들이 각자의 삶 속에서 창조성을 발현하게 하는 게 창작촌의 참 의미여서다. 

 

이곳 지역 주민들은 정부와 공공 기관들이 문래동의 가치를 인정하고 지키고 싶다면 지금의 문래동을 가능하게 한 역사와 맥락을 먼저 존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