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BOOK돋움] 가족이 없는 노후가 비참할 뿐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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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BOOK돋움] 가족이 없는 노후가 비참할 뿐이라고요?

  • 이은진 press9437@gmail.com
  • 등록 2022.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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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혼자 죽기를 권하다 

우에노 지즈코 지음, 이주희 옮김,동양북스(동양문고) 펴냄

 

'가장 외로운 사람은 마음이 통하지 않는 가족과 함께 사는 고령자다. 사실 고령자의 자살률은 예상과 달리 독거 고령자보다 동거 고령자 쪽이 더 높다.'

 

혼자 죽게 될까 봐 걱정인 사람들. 그들을 위해 해법을 제시하는 인문서이다. 원제를 그대로 우리말로 직역한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다. 집에서 혼자 죽으라니, 도대체 무슨 말일까.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에 보도되는 ‘고독사’(혼자 사는 사람이 사망한 후 늦게 발견되는 사건)를 권하기라도 한단 말인가.


일본에서는 매년 발생하는 ‘고독사’ 건수가 약 3만 건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해마다 늘고 있다. 2021년 9월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17년에 835명이었던 무연고 사망자가 2020년에는 1385명으로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에 가까워지면서 드러나는 사회현상 중 하나다.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총 인구의 20% 이상인 사회를 초고령사회라고 하는데 2026년으로 예상된다. 이는 1인 가구수의 증가 역시 이와 무관치 않다. 


2000년에 15.6%였던 1인 가구의 비율은 점점 늘어나더니 2020년 31.7%로 두 배 이상이 되었고 지금 이 순간에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사회적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혼자 죽게 될까 봐 걱정이다. 


특히 1인 가구인 사람들은 ‘내가 죽으면 시신은 누가 처리해주지?’가 큰 고민거리다. 저자 우에노 지즈코는 “살아 있는 동안 고립되지 않는다면 고독사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며 최근 10년 동안 노후에 대한 상식이 180도 바뀌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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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자녀와 함께 사는 것이 당연한 것’이었지만 지금은 ‘함께 살지 않는 것이 현명한 것’이라고 사고관이 180도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혼자 사는 노인에 대한 시선도 ‘불쌍하다’에서 ‘편해 보인다’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 그녀의 주장이다. 


오히려 가장 불행한 사람은 ‘혼자 사는 사람’이 아니라 ‘마음이 맞지 않는 사람과 같이 사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특히 60대 이상 여성의 경우 혼자 살 때 오히려 행복지수가 수직 상승한다.


저자는 1인 가구의 행복지수(생활 만족도)가 2인 가구의 그것보다 훨씬 높다는 것, 자살률도 1인 가구보다 오히려 2인 가구가 높다는 것, 노후의 행복지수는 자녀의 유무와는 관계없다는 것, 요양 시설이나 병원에서 죽기 원하는 사람은 의외로 없다는 것 등등을 각종 통계 자료와 설문 조사 결과를 통해 증명해 보인다. 


자신이 살던 집에서 편안하게 죽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는 결론이다. 그렇다면 병에 걸리거나 돌봐줄 사람이 필요 불가결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때 이용해야 할 것이 바로 국가에서 운영하는 간병 보험(우리나라의 장기요양보험) 제도다. 


저자는 간병 보험이 생긴 이후 ‘돌봄 노동’이 무료가 아니라는 것이 상식으로 자리 잡았다면서 이미 70~80% 이상의 노인이 간병 보험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한다. 간병이 필요하다는 인정만 받으면 케어 매니저(우리나라의 경우 요양보호사)가 일주일에 두 번이라도 방문 간병을 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고독사’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혼자 살던 노인이 집에서 혼자 죽었다’라고 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뭘까. 외로움, 고독, 인생무상, 인간관계 단절 등이다. 하지만 저자가 제시하는 데이터에 의하면 전혀 다른 단어가 떠오를 수 있다. 


편안함, 자기만족, 자유, 간병 보험 등등이다. 저자는 자녀가 없는 싱글의 경우 고민은 적고 자식들 눈치 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오히려 행복지수(생활 만족도)가 높고 외로움과 불안도 훨씬 덜 느낀다는 것을 여러 데이터를 통해 제시한다. 


또한 만족스런 노후를 보내기 위해 첫째 살던 집에서 계속 살기, 둘째 돈 부자보다 사람 부자 되기, 셋째 타인에게 신세 지지 않고 자유롭게 살기 이상 세 가지 원칙을 실천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가족이 없는 노후가 비참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 과거의 고정관념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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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안목 

신기율 지음, 더퀘스트 펴냄

 

'공감을 잘한다는 건 시소를 잘 타는 것이다. 시소를 잘 타려면 한쪽으로 시소가 기울어져 멈추지 않고 번갈아 가며 오르내리도록 양쪽의 무게를 잘 조절해야 한다. 상대에게 잘해주고 상처받는 것은 상대가 나를 알아주지 않아서가 아니라 내가 시소를 잘 타지 못했기 때문이다. 상대에게만 공감하느라 내 욕망을 외면한 대가를 치르는 것이다.'

 

정해진 답이 없는 관계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좀 더 깊이 있고 전체적으로 볼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다. 여기서 안목이란 자신에게 이로운 사람과 해로운 사람을 구분하고 잘잘못을 가리는 ‘분별의 눈’이 아니다. 


곁에 있는 ‘그’가 내 인생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를 아는 ‘통찰의 눈’이다. 그런 안목을 갖출 때야말로 관계의 고통과 괴로움을 해소할 실마리를, 나아가 상대를 포용하고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공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이 책은 삶을 둘러싼 관계와 사람을 이해하는 안목을 기를 수 있는 우리 주변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관계를 맺고 끊음이 쉽고 또 빠른 요즘에는 사람 때문에 골치 아프거나 상처받을 상황이 생길 것 같으면 거리를 두고 소통을 줄이고 관계를 끊는다. ‘


말이 통하지 않아서’, ‘태도가 불순해서’, ‘왠지 기분이 나빠서’, ‘불편해서’, ‘취향이 달라서’ 등 크고 작은 이유로 못마땅한 ‘상대’를 인생에서 빼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고민거리였던 ‘상대’가 사라지면 당장은 앓던 이를 뺀 것처럼 통쾌하고 홀가분한 마음이 든다. 하지만 조금 더 시간이 지난 후 뒤돌아보면 마냥 행복한 상황이 펼쳐지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내가 누릴 수 있던 ‘어떤 경험과 기회, 시간’ 들을 순간의 판단으로 놓친 것은 아닌가 하는 후회를 하게 된다. 


왜 뒤늦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될까? 인생의 긴 시간 속에서 그 상대를 반추해볼 때야말로 그 상대가 내 곁에 존재했던 의미를 알게 되기 때문이다. 


‘상대’가 있었기에 만날 수 있던 사건과 인연을 뒤늦게 깨닫는 것이다. 이 책은 이렇듯 누군가와의 만남, 그 사람과 돈독하게 쌓아가는 인연의 깊이, 그로 인해 배우게 되는 관계 맺기에 대한 현명한 지혜를 다룬 책이다.


저자는 관계에 대해 유구한 역사를 담고 있는 마음과 마음이 만나는 과정이라고. 긴 호흡으로 역사를 바라보듯, 좀 더 깊고 넓은 관점에서 자신과 상대를 볼 수 있을 때, 우리를 둘러싼 관계와 사람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된다고 말이다. 


이 책은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관계로부터 오는 괴로움을 풀어주는 따듯한 공감과 위로, 우리 삶에 ‘그들’의 존재 의미를 찾는 인사이트를 전해준다.


사람은 혼자 ‘잘 살 수’는 있어도 혼자 ‘행복하게 살 수’ 없다. 우리는 모두 연결돼 있다. 그래서 인간관계는 영원한 숙제처럼 어렵다. 


살면서 숱하게 겪고 또 잘해보려 하는데도 다음번에 잘한다는 보장도 없고 어렸을 땐 서툴러서, 성인이 되어서는 그 중요성을 너무 잘 알고 조심스러워서 어렵다. 


하지만 좀 더 넓은 시야로 따듯한 시선으로 우리를 둘러싼 사람과 관계를 바라볼 수 있게 되면 상대와 나의 차이를 깨닫고,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공생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친밀하고 행복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것이다.


불편해도 지속해야 하는 관계로 고민하는 사람, 가까운 사이지만 때때로 큰 충돌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 평온한 관계를 만들어가고 싶은 사람, 좋은 사람들을 곁에 오래 두고 싶은 사람 등 관계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문제로부터 벗어나 더 좋은 관계를 만들어가는 방법, 나아가 단단한 관계를 통해 더 행복한 삶을 살아갈 지혜를 얻게 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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