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사립짝을 밀고 들어섰다.
새끼 노루 눈과 내 눈이 마주쳤다.
대추나무 옆 담벼락 쪽에서다.
후다닥 튄다, 방향 잃고 후다닥.
나도 놀라, 그 자리에서 석상이 되었다.
놀란 새끼 노루 똥꾸를 본 석상도 노루 가슴이 되고 말았다.
새끼 노루 그 말간 눈, 튈 방향을 파란 하늘의 눈짓으로 느꼈나.
마당 풀숲 속, 발굽을 내보이며, 파르티잔 되어 튄다.
나도 한 마리 길 잃은 새끼 노루 되었다.
그 맑은 눈을 마주친 죄를 짓고 할 바를 잃었다.
- 오덕렬 시집 <여름밤 별 이야기>(풍백미디어)에서 교감交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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