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술 읽히는, 스토리의 힘은 어디서 올까 [새로 나온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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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히는, 스토리의 힘은 어디서 올까 [새로 나온 책]

  • 이은진 press9437@gmail.com
  • 등록 2022.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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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꼭 그래야 할까? 

양혜석·문아름 지음, 시공아트 펴냄


‘연재형 콘텐츠는 정말 흥미로운 존재입니다. 전체를 합쳐야 하나가 되지만 그것의 부분(연재분) 또한 작은 하나를 이루어야 합니다. 영화의 일부를 떼어 내면 부분에 불과하지만 웹툰이나 웹소설의 한 화는 독립 콘텐츠로도 가치를 갖습니다. 그러니 그 안에도 독자를 붙잡을 ‘구조’가 있어야 합니다. 시나리오 작법이 설명하는 이야기 구조는 ‘한 화’, 혹은 ‘한 에피소드’의 플롯을 짜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2막을 커다란 한 덩어리로 간주하는 대신 작지만 완결성 있는 여러 3막의 연쇄 형태로 구조를 잡길 권합니다.‘


스토리의 시대에 내 손에 쏙 들어오는 핸드폰부터 아이맥스 스크린까지 우리는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스토리를 즐긴다. 독자의 수가 늘어난 만큼 창작을 꿈꾸거나 실제로 스토리 쓰기에 도전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이 책은 막연히 쓰고 싶다 열망하는 작가들이 아니라 쓰기 단계에 진입하여 고민 중인 작가들을 위한 책이다. 그러나 기존 작법서들처럼 공식을 알려 주고, 무조건 이것을 하고 저것을 피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남들과 다르게 쓰고 싶지만 독자의 마음도 사로잡고 싶은 예비 작가와 초보 작가는 물론 중견 작가까지 고민을 나누고 해법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이야기를 완성시킬 수 있겠다는 위안과 자신감까지 나누는 책이다.


웹툰과 웹소설 창작에 알맞은 작법서가 될 수 있겠다. 한번에 결말까지 보는 영화와 달리 연재형 콘텐츠는 ‘연재’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독자들이 스토리를 나눠서 본다는 것을 전제한다. 


또 100화 이상의 장편 연재가 대부분이라 기존 작법서가 이야기하는 3막 구조 등을 적용하기에 무리가 따른다.


저자들은 여러 연재형 콘텐츠를 창작해 본 경험이 있고, 현재 대학에서 강의도 하고 있어 여기 관한 직․간접적인 경험이 풍부하다. 이들은 기존 작법서의 장점은 고스란히 가져오고, 맞지 않는 부분은 연재형 콘텐츠에 맞춰 다시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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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연재형 콘텐츠 스토리텔링 맞춤 가이드라고 할 수 있다. ‘기존 작법서가 하라는 대로 했는데 왜 내 작품은 진전되지 않지?’ 하며 고민하는 작가들에게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해결법을 제시한다.


창작자들은 보통 두 가지 상황에서 작법서를 펼친다. 먼저 작품 기획에 들어가기 전으로, 정확한 구상을 하지 않은 채로 읽는다. 작법서는 작법의 여러 요소를 상세히 짚어주고 관련 이론을 설명한다. 


읽다 보면 어떤 작품이든 잘 쓸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차오를 수 있다. 그러나 막상 작품 기획에 들어가면 패닉에 빠지고 만다. 


3막 구조를 열심히 공부했어도 1막을 웹툰 몇 화분으로 만들어야 할지 모르겠고, 주인공은 공감 가는 인물이어야 한다지만 나는 사이코패스를 주인공으로 삼고 싶기 때문이다. 이것이 다시금 작법서를 집어 드는 두 번째 이유지만 정작 궁금한 내용은 없다.


이럴 때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작품에 대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주는 책. 내가 잘못한 게 아닐까 자책하는 대신 곧바로 펼쳐 볼 수 있는 책. 두 저자는 드넓은 이야기 세계의 무수히 많은 갈림길에서 방황하는 이들을 위해 성실하고 실질적인 해결법을 제시한다. 


작가의 스타일과 아이디어를 유지하면서도 스토리를 완성시킬 수 있는 답변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주인공은 죽지만 해피엔딩을 쓰고 싶은, 무기력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삼고 싶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장르를 쓰고 싶은 이들은 주목해야 한다.


작가들은 아이디어를 얻고, 구조를 잡고, 장르를 의식하며, 캐릭터를 설정한다. 웹툰 스토리 작가는 글 콘티나 그림 콘티 형태로 이야기를 실체화하고, 웹소설 작가는 공모전이나 투고용 원고를 집필한다. 


집필이 끝나면 에이전시나 플랫폼의 검토를 통해 연재가 결정되고, 마침내 실전 연재가 시작된다. 이 모든 창작 단계에서 겪어 보지 않고는 예상하기 힘든 다양한 난관이 나타나 창작자의 발목을 붙잡는다.


책에 실린 58가지 질문과 답은 아이디어 구하기부터 실전 연재 후 멘탈 관리까지 창작의 전 과정을 총망라한다. 저자들이 연재형 콘텐츠 스토리텔링을 강의하면서 받은, 또 여러 작품의 스토리를 구성하면서 가졌던 것들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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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는 철학

김대근 지음, 믹스커피 펴냄


아무것도 가지지 않고 또 가지려 하지 않으며 오히려 자신을 부족하다고 여기는 사람, 그가 ‘바로 무위를 행하고 도를 깨치며 세상의 군주가 될 수 있는 사람이다. 자신을 내세우기보다 타인을 높이고, 권력을 강화하기보다 백성이 스스로 잘살 수 있게 만들며, 자신의 희생을 통해 세상이 안정될 수 있도록 한다.’


한 번쯤 들어봤을 이름들 공자·맹자·노자·장자·묵자 등, 하지만 정작 그들이 어떤 연유로 무슨 말을 했는지는 잘 생각나지 않는다. 설혹 기억해낸다고 해도 그 뜻을 잘 알지 못한다. 그런데 어째서 잘 알지도 못하고 낡을 대로 낡은 제자백가 철학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하다는 것인가.

 

제자백가 철학자들이 살았던 중국의 춘추전국시대를 들여다보자. 계속되는 전쟁으로 백성의 삶은 피폐해졌지만 지배층은 권력 유지에 급급할 뿐 백성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와중에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경제’와 ‘정치’ 양면에서 산적한 문제들이 시시각각 옭아맸다.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 닥친 문제와 2,500여 년 전 중국의 그들에게 닥친 문제가 다르지 않은 것이다.


보이지 않지만 근본적인 문제들은 눈앞에 닥친 현실적인 문제들 앞에서 빛을 잃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문제들을 풀어내지 않고선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그때 필요한 게 고전이다. 고전은 보다 넓은 시야로 깊이 있게 사고해 근본적인 문제를 풀 수 있게 한다. 제자백가 철학이야말로 고전 중의 고전이라고 할 것이다. 아울러 제자백가는 당면한 현실 문제의 해답을 제시하기도 한다.


제자백가 철학은 동양철학의 시작점이자 서양철학의 대들보라고 할 수 있는 아테네 철학의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위대한 제자백가 철학자 12인은 각자의 삶뿐만 아니라 백성의 삶을 위해 애썼는데, 크게 세 가지 방향을 나눠볼 수 있다. 


유가와 법가, 도가의 노자는 지배층의 생각 자체를 바꾸고자 했고, 도가의 장자는 속세를 완전히 떠나고자 했으며, 묵자는 지배층에 맞서 싸우고자 했다. 논리학으로 유명한 명가는 예외로 둘 수 있겠다.


프로타고라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데카르트, 칸트, 마르크스, 콩트, 소로, 보드리야르, 아렌트 등 서양철학사를 수놓은 쟁쟁한 철학자들이 등장해 제자백가와 대담을 나누는 게 이 책의 특장점이라고 할 만하다. 


동양철학뿐만 아니라 동서고금 철학의 대향연 속에서 제자백가만의 문제의식을 드러낼 뿐 아니라 현대적 의미로 재탄생하게끔 하고자 했다.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는 동양철학의 정수 제자백가의 이야기는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바꿔가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제자백가 철학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도 또 모든 문제에 답을 주지도 못하겠지만, 이 책에서 소개하는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 세상을 바라보면 조금씩이나마 시야를 넓힐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넓어진 시야는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데 납득할 만한 방향과 실마리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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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빈틈을 채워주는 교양 콘서트 

김도균·이용주 지음, 믹스커피 펴냄


‘포퓰리즘을 표현하는 대표적인 단어 두 가지를 먼저 짚고 넘어가려 합니다. 바로 ‘카리스마’와 ‘혐오’입니다. 민주주의와 거리가 멀다고 느껴지는 이 두 단어는 포퓰리즘이 함께하는 순간 부활하게 됩니다. 


카리스마를 가진 권위주의적 지도자는 사회적, 문화적 약자를 혐오하기 위해 자신을 지지하는 유권자를 동원한다. 21세기 민주주의에 이런 이야기가 가능할까 싶기도 하지만 아마 제가 들고 올 몇 가지 예시를 보게 된다면 독자 여러분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구나 한 번쯤 사람들 앞에서 아는 척하고 싶은 순간이 있다. 친구들과 대화 중에, 직장 동료와 식사를 하며, 김 부장님 앞에서 발표를 할 때. 바로 그 순간 내가 아는 지식을 뽐낸다면 당신은 다른 누구보다 더욱 빛나게 될 것이다. 


복잡한 교양상식을 쉽고 명료하게 풀어낸 이 책은 그런 열망을 가진 당신에게 무기가 될 수 있다.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각종 매체를 통해 수많은 정보를 접한다. 그런데 그중에서 정작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은 얼마나 되는가?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 살지만, 지식의 빈틈이 많아지고 있다. 


포퓰리즘, 페미니즘, 기후위기, 존엄사, 메타버스 등은 우리가 여러 매체에서 수없이 들으며 익숙해진 주제들이다. 그러나 정작 마음먹고 사람들 앞에서 설명하려고 하면,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이는 파편화된 지식만이 머릿속에 엉성하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지식의 빈틈을 어떻게 메워야 할까.


저자는 민주주의부터 메타버스, 인구 감소까지 총 24개의 키워드로 이 시대에 필요한 최소한의 교양을 정리했다. 저자는 이 24개의 키워드가 민주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교양이라고 말한다.


글을 시작하며 저자는 말한다. “잘못된 지식을 갖는 건 자각 없이 돌을 던지는 것과 같다.” 내가 던진 돌에 누군가 맞는다면, 그 사람은 죽거나 다칠 것이다. 내가 갖고 있는 잘못된 지식은 사람들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저자는 ‘지팡이의 지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지팡이는 사람들이 길을 걸을 때 땅을 짚는 역할을 한다. 이로써 사람들은 장애물을 피할 수 있고, 혹시 모를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이처럼 제대로 된 지식은 잘못된 길을 피하게 하고 우리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끈다. 


‘지팡이의 지식’은 타인에게 상처를 남기지 않으며, 우리가 미지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게 도와준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이 ‘지팡이의 지식’으로 자신의 빈틈을 메우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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