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est-Hows] 팬데믹은 인간에게 어떤 '울림'을 주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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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est-Hows] 팬데믹은 인간에게 어떤 '울림'을 주었나

  • 이종은 sailing25@naver.com
  • 등록 2022.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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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데일리] 인구 천만의 나라 스웨덴에서 120만 부 이상 팔리는 기록을 세우며 일약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요나스 요나손. 

 

그는 1996년 OTW라는 미디어 회사를 설립해 성공적인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그러나 심한 스트레스로 건강을 망치고 있다는 의사의 말에 돌연 회사를 매각하고 20여 년간 일해 온 업계를 떠나 스위스로 이주한 뒤 오랫동안 구상해 온 소설을 집필하기로 마음먹었다.

 

2009년 그렇게 탄생한 작품이 바로 세계적으로 1000만 부가 넘게 판매된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다. 세계사의 주요 순간마다 우연히 끼어들게 된 주인공의 파란만장한 노정을 그린 이 소설은 가벼운 재미와 묵직한 감동을 한꺼번에 안긴다.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돼 세계적으로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장난스러운 윙크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하는 스웨덴 출신의 소설가 요나스 요나손은 이제 베스트셀러의 보증 수표로 불린다. 신작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의 출간을 계기로 그와 예술과 자유, 아프리카, 코로나19 등에 관한 생각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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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수는 이 소설의 핵심 장치다. 개인적으로 복수를 좋아하는지


▲ 아니다. 복수는 나쁜 것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복수심이 어느 정도 잠복해 있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복수에는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이고 치료적인 효과도 있다. 당신이 만일 나한테 나쁜 짓을 저질렀다면 나는 다양한 형태의 복수를 고민하게 될 것이다.


- 실행은 하지 않고 고민만 한다는 건가


▲ 맞다. 그건 남의 악행을 처리하는 중요한 방법일 수 있다. 게다가 복수의 개념에는 유머러스한 요소도 상당히 많다. 내 이야기에 복수를 집어넣은 것도 그 때문이다.


- 스웨덴과 아프리카의 문화 충돌은 당신 이야기의 또 다른 측면이다. 케냐가 배경인데, 어떻게 구상하게 되었는가


▲ 나는 자연 경관을 보존하고, 숲이 농업용으로 개간되는 것을 막는 일을 하는 케냐 사파리 로지의 공동 소유주다다. 또한 성기 절단 의식인 할례로부터 소녀들을 보호하기 위해 그곳의 학교도 지원하고 있다.


- 소설 속 주인공을 통해 진정한 마사이족 전사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는가


▲ 아마 부분적으로는 그럴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아니다. 요즘에는 전통 의상을 입고 염소를 치는 젊은 마사이족도 죄다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있다. 그게 오늘날의 마사이족 문화다. 오랜 전통과 최신 기술의 결합이다. 소설 속 마사이족은 내 이야기의 맥락을 위해 휴대전화를 가질 수가 없었다. 부족민에게 전기와 인터넷을 금지한 늙은 추장을 등장시킨 것도 그 때문이다.


- 어떤 방식으로 글을 쓰는가. 플롯을 명확하게 정해 놓은 다음 캐릭터를 집어넣나, 아니면 갑자기 멋대로 움직이는 주인공들에게 깜짝깜짝 놀라는 스타일인가


▲ 글을 쓰기 전에 항상 시작과 끝을 정해 놓는다. 시작과 끝 사이에는 정류장이 열 개 정도 있다. 이야기를 버스 노선에 비유하자면 말이다. 아무튼 각 정류장은 매우 분명하게 정해져 있다. 그런 다음 캐릭터를 거기다 풀어놓고 쓰기 시작한다. 소설 쓰기의 진정한 묘미가 거기 있다. 버스를 타고 가는 것처럼 항상 도중에 내 캐릭터를 조금씩 알아 나가니까. 그러다 보면 140페이지쯤 썼을 때 10페이지나 15페이지 혹은 20페이지로 돌아가야 하는 일이 생긴다. 등장인물의 이런저런 발언이나 반응을 수정하기 위해서다. 이제 나는 그 등장인물을 이전보다 더 잘 알게 된다.


- 이 소설에서는 독일 유대계 혈통의 남아프리카 예술가 이르마 스턴의 그림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어떻게 구상했는가


▲ 이르마 스턴은 내 이야기의 버스 정류장에 처음부터 있었던 건 아니다. 내가 스톡홀름의 부코스키 미술품 경매 회사에서 자료 조사를 할 때 불쑥 나타났다. 나는 그곳 큐레이터에게, 혹시 미술품 사기 사건에 대해 구체적인 정보를 줄 수 있는지 물었다. 그 뒤 우리는 함께 아프리카 화가들을 쭉 훑었다. 그러다 큐레이터가 내 앞에 이르마 스턴을 내놓았다. 나도 들은 적이 있는 화가였다. 케이프타운의 미술관에서 그녀의 그림을 본 적도 있다. 아무튼 그 이름을 듣는 순간, 나는 이르마 스턴이 내 이야기에 적합한 인물임을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나의 아프리카와 나의 유럽을 이어 줄 다리를 찾은 느낌이었다.


- 그뿐만이 아니지 않나


▲ 그렇다. 스턴은 이 작품에서 내가 우리의 미래와 민주주의의 지속적 발전에 대해 갖고 있던 우려를 표현하는 계기가 돼 주었다. 예술의 자유는 표현의 자유나 언론의 자유와 무척 가깝다. 그런데 오늘날 그와 관련해서 우리는 일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던 차에 문득 떠올랐다. 이르마 스턴이 30대 초반에 창작력의 절정에 달했을 때는 그런 어려움이 훨씬 더 컸을 것이다.

 


- 사람들이 과거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는 것 같아 걱정되는가


▲ 당연히 걱정이 크다. 나는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에서 이미 내 방식대로 사람들에게, 적어도 전쟁과 분쟁의 희생자 수에서는 우리가 역사상 가장 끔찍한 세기를 살았음을 상기시키고 싶었다. 이 책은 천만 권 넘게 팔렸다. 그러나 세상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당신은 아주 자신 있게 말해도 된다. 내가 실패했다고. 그럼에도 나는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 지난 5월 당신과 당신 부인이 코로나에 감염됐다. 지금은 어떤지


▲ 좋다. 아주 건강하다. 다만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있다면 자신이 어떤 것에도 무릎을 꿇지 않는 무적처럼 굴어서는 안 된다. 그건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


- 팬데믹에 대처하는 스웨덴의 방법이 올바른 접근 방식이었다고 생각하나


▲ 10년 안에는 그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다만 현재까지 스웨덴의 접근 방식이 틀렸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 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팬데믹으로 인해 우리 사회, 그러니까 스웨덴 사회의 시스템 결함이 발견됐다. 우리의 양로원이 얼마나 열악하게 조직화돼 있고,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극도의 저임금에 시달리는지 여실히 드러났다. 그런 점에서 코로나는 우리에게 경종을 울렸다. 무언가를 바꿔야 한다는 점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