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과학책] 중력에 대한 관심은 결국 인간에 대한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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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과학책] 중력에 대한 관심은 결국 인간에 대한 관심

  • 이은진 press9437@gmail.com
  • 등록 2022.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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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데일리] '아인슈타인은 낙하 속도를 늦출 공기도 바람도 없는 곳에서 떨어지는 상황을 상상했다. 시간과 공간, 항성과 하늘, 그밖에 모든 것의 중간 지점에서 떨어진다고 상상했다. 결국 자기 자신이 떨어지고 있음을 잊을 때까지 떨어지는 상황을 상상했다.그러다 갑자기 번개처럼 깨달음이 찾아왔다. 아인슈타인은 벌떡 일어났고 의자는 뒤로 내동댕이쳐졌다. 그는 자신이 새로운 실재를 구축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아인슈타인은 바로 이 순간을 자기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라고 부르게 된다.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아인슈타인은 크게 웃었을 것이다. 정말로 큰소리로 웃었을 것이다. 떨어지는 사람은 자기 몸무게를 느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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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은 이상한 힘이다. 이 힘 덕분에 걸어 다닐 수 있지만 정작 그 힘을 느끼지는 못한다. 지구에 작용하는 중력은 근육의 힘도 이기지 못해서 우리는 쉽게 손을 위로 뻗을 수 있지만, 대규모로 작용하는 중력에는 저항조차 할 수 없다. 

 

중력은 인간이 인지하고 기록한 첫 번째 힘으로, 요약하자면 일상에서 가장 약한 힘이지만 동시에 우주에서 가장 강한 힘이다. 

 

중력은 오랫동안 인류의 진화와 문명 전체를 통제해왔다. 이 힘 덕분에 인간은 발을 땅에 대고 걸어 다닐 수 있고, 많은 발견과 발명들이 중력을 고려하고 나서야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얼마 전 발사에 성공한 누리호 역시 중력을 극복함으로써 궤도에 진입할 수 있었고, 중력을 거스른다는 것이 인류에게 얼마나 큰 도전인지를 보여주는 일이었다.

 

공간이란 무엇인가. 시간이란 무엇인가. 우주는 무엇인가. 나아가 그 모든 것이 어디에서 왔는가. 이런 거대한 질문에 대한 답을 알아보기 전에 우리는 물리학이 어떻게 지금에 이르게 됐는지, 그리고 현재 다다른 곳은 어디인지를 알아야 한다. 

 

<중력에 대한 거의 모든 것>(마커스 초운 지음, 현암사 펴냄)의 이야기는 아이작 뉴턴이라는 스물두 살의 청년에게서 시작한다. 페스트가 기승을 부리던 1666년 한 청년에게서 말이다. 

 

저자는 1666년 처음 인지된 중력의 힘부터 2015년 중력파 발견까지 중력의 본질을 깨달아가는 인류의 흥미로운 여정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뉴턴과 아인슈타인이라는 시대의 천재들을 거쳐 현대 양자물리학에 이르는 흐름은 물리학의 발전, 우주라는 존재를 알아가는 인류의 발전 과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많은 물리학자들의 삶과 그들의 연구, 그 연구를 뒤엎는 새로운 이론이 탄생하는 과정은 마치 인간과 우주와 물리학 그 모든 것을 담은 긴 여행과 같다.


이 책의 모험은 1600년대에 뉴턴이 중력을 발견한 것에서 시작한다. 뉴턴은 어떻게 모든 장소, 모든 시간, 모든 사과에 적용할 수 있는 첫 번째 보편 법칙을 찾아냈을까. 

 

뉴턴은 지구의 일상 활동과 천체의 움직임을 하나의 보편적인 힘으로 통합해 정리한 최초의 사람이었다. 하지만 의심할 수 없는 명제라고 생각했던 그의 가설은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등장으로 변화를 맞이한다.

 

아인슈타인은 일반 상대성 이론과 함께 등장해 "중력이 힘이 아니라 단순히 거대한 물체에 의한 공간 왜곡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면서 뉴턴 이론의 일부가 잘못됐음을 증명한다. 그것이 당시로서는 얼마나 전복적인 생각이었는지 그 누구도 뉴턴에게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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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아인슈타인은 시간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놀라운 가설을 제기하며 일반 상대성 이론이라는, 물리학 역사상 가장 강력한 도구를 손에 쥐었다. 

 

다만 그의 이론에도 결점이 있었다. 책에서는 그 이후 지금까지의 이론들, 뉴턴과 아인슈타인을 지나 다다른 양자 이론과 끈 이론, 중력파 등 최신 우주과학 이야기가 펼쳐진다. 물리학이 보여줄 미지의 세계에 대한 열린 가능성을 말하며 마무리된다.

 

중력은 완전히 고립된 질량들을 이어주며, 자연의 외로운 존재들을 한데 묶어 주는 힘이다. “물리학의 고민은 우리가 자연에 관해 어떤 말을 할 수 있는가에 있다”는 닐스 보어의 말처럼 물리학은 자연의 일부를 알아가는 일에 불과하다. 

 

뉴턴과 아인슈타인을 비롯한 뛰어난 물리학자들은 본능적으로 이 진리를 알고 있었다. 그들에게 있어 물리학을 연구하는 일은 거대한 자연과 우주라는 거대한 책을 한 장씩 넘겨가는 일이었다.

 

저자의 말처럼 전기 시대가 되기 전까지는 그 누구도 텔레비전이나 스마트폰, 인터넷을 예측하지 못했던 것처럼, 아인슈타인을 뛰어넘는 이론이 펼쳐질 세상의 모습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공간과 시간을 다스리고, 웜 홀을 생성하고, 항성 간 우주선과 타임머신을 만드는 일이 가능할지 누가 알 수 있을까.

 

어쩌면 지금 이 순간, 또 다른 뉴턴이나 아인슈타인이 적절한 때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인슈타인을 넘어서 나타날 더 깊은 이론이 불러올 파급 효과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날 수도 있다. 미지의 세계에서 무엇을 찾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 책을 통해 지평선 너머의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마법의 세계를 엿볼 준비를 할 수 있겠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인류의 오랜 수수께기인 중력이라는 힘에 관한 재미있는 안내서이지만 저자는 이 이야기들을 한 편의 긴 소설처럼 흥미롭게 펼쳐낸다. 오랜 시간 우주의 운명을 통제해온 이 놀라운 힘의 정체를 물리학 입문자에게도 쉽게 알려준다.

 

저자는 ‘영국에서 물리학과 천문학에 대해 가장 잘 쓰는 작가’라는 평을 받는 과학 작가다. 특유의 위트와 유쾌함으로 과학지식들을 풀어내 일반대중들에게 사랑을 받던 그는 ‘중력’이라는 너무나도 익숙한 주제로 돌아간다. 

 

저자는 무엇보다 중력이라는 이상한 수수께끼에 파고들어야 과학의 가장 큰 질문에 다다를 수 있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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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인생에서 첫 9개월을 어머니의 배 속에서 어머니가 섭취한 음식을 통해 성장한다. 그 음식 원자들은 지구에서 왔으며, 이 지구는 오래전에 죽은 항성의 잔해로 만들어졌다. 수소를 제외한 우리 몸속 모든 원자는 항성의 중심에서 태어났고, 과거에 칼 세이건이 관찰했듯이 항성 물질로 이루어졌다. 밤하늘을 수놓은 별들은 아리스토텔레스가 믿었던 것처럼 에테르로 이루어진 초월적 존재가 아니다. 그 별들도 우리와 같은 물질로 만들어진다. 그들은 우리의 먼 친척이며, 우리는 죽은 뒤 그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지구가 불에 휩싸이면서 종말을 맞이하면 우리를 구성하는 원자는 우주로 퍼져나간다. 그리고 다른 행성 혹은 다른 살아 있는 존재의 일부가 될 것이다. 별을 숭배한 고대인들은 현명하게 그들의 신을 선택했다.'

 

임신한 여성이 9개월 동안 먹은 음식은 원자로 분해돼 태아를 형성한다. 우유 속의 칼슘(원자번호 20번)은 뼈를 만들고, 감자 성분인 질소(원자번호 7번)는 피부를 구성하며, 소금에 함유된 소듐(원자번호 11번)은 뇌를 이룬다. 한마디로 ‘우리가 먹는 것이 곧 우리 자신’인 것이다.

 

이는 동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식물은 주기율표상 12번 원자인 마그네슘으로 햇빛을 흡수하고, 23번 바나듐과 42번 몰리브데넘을 이용해 성장에 중요한 영양분인 질소를 토양에서 얻는다.

 

영국의 과학 교사로 과학의 대중화에 힘쓰고 있는 팀 제임스. 그는 우리가 어렵게만 생각해 꺼리는 원소 주기율표를 통해 이 세상의 원리를 과학적으로 매우 쉽고 재밌게 풀어 <원소 이야기>(한빛비즈 펴냄)에 담아냈다.


저자는 인류 최초로 원자론을 제시한 데모크리토스부터 오늘날의 주기율표를 완성한 미국 화학자 글렌 시보그까지 원소를 규명하기 노력했던 수많은 과학자들과 함께, 우주와 별의 탄생, 불의 발견부터 내연기관의 발명과 현재의 반도체 산업에 이르기까지 지구와 인류 역사의 이정표를 118개 원소를 통해 설명한다. 

 

우리가 먹지 않으면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물과 소금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알다시피 물은 수소 원자 2개와 산소 원자 1개로 이루어져 있으며, 소금은 염소와 소듐(나트륨)으로 결합된 화합물이다.

 

생물학적 체계가 어떠한지에 상관없이 생명을 이루는 모든 원소가 주기율표에 있으며, 이 신비로운 구성의 비밀 또한 주기율표 속에 있다. 그렇다면 원소는 어떻게 발견되었고, 원소 하나하나가 정렬된 주기율표는 어떻게 완성됐을까.


기원전 5세기에 살았던 고대 그리스 철학자 데모크리토스. 그는 만물은 더 이상 쪼개지지 않는 작은 단위로 만들어졌으며 그것들이 결합해 우리가 사는 세계를 구성한다고 믿었다. 그리스어로 ‘쪼개지지 않는’이란 의미의 단어는 우리가 이미 아는 원자(atom)다. 하지만 인류가 이 원자론을 과학적으로 규명한 것은 2000년이 훌쩍 지나서였다.

 

17세기 후반 독일의 헤니히 브란트가 소변을 가열, 정제하여 원자번호 15번 ‘인’을 발견했다. 이어서 프랑스의 앙투안 라부아지에가 공기는 질소와 산소의 혼합물이며 물은 수소와 산소의 화합물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 뒤 과학자들은 고대의 4원소설(물, 불, 공기, 흙)을 폐기하고 진짜 원소를 얻기 위해 닥치는 대로 태우거나 녹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브란트의 발견은 화학계에 기념할 만한 순간으로 남았는데, 원소가 어딘가 멀리 있는 상상의 물질이 아니라 바로 우리 주변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때 비로소 연금술이라 치부되며 미신으로 외면당했던 화학이 이성적인 과학의 영역으로 들어오게 됐다.


이같이 발견된 원소들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원소들마다 주기적 특성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원소 주기율표의 역사는 독일 화학자 요한 되베라이너의 세쌍원소설에서 시작된다. 이어 존 뉴랜즈의 옥타브설을 거쳐, 러시아의 천재 화학자 드미트리 멘델레예프에 이르러 정립된다. 

 

멘델레예프가 주기율표의 아버지로 불리는 것은 그가 현대 주기율표의 기준인 원자량 순서대로 원소를 나열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빈자리를 두어 언젠가는 빈칸을 채울 원소가 발견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미국의 글렌 시보그를 비롯한 현대 화학자들이 그 빈칸을 채움으로써 멘델레예프의 예언은 고스란히 적중했다.

 

이 밖에 조지프 톰슨, 어니스트 러더퍼드, 에르빈 슈뢰딩거 등 원자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화학의 역사가 곧 인류 문명의 발전사와 궤를 같이함을 알 수 있다.


인류의 문화, 정치, 기술에 가장 핵심 역할을 한 원소는 무엇일까. 어떤 원소가 인류 문명 발전에 결정적 역할을 했을까. 어떤 원소가 세상의 외형을 바꾸었고, 어떤 원소가 암암리에 우리 일상을 바꾸어놓았을까. 또 어떤 원소가 지구 환경을 파괴했고, 어떤 원소가 인류의 실험에 가장 막강한 영향을 끼쳤을까.

 

지금 자신의 방을 둘러보라. 눈에 띄는 사물의 90퍼센트는 탄소로 구성됐을 것이다. 탄소는 인간에게 금속을 제련할 능력을 줬으며, 19세기에 이르서는 탄소를 연료로 태우는 연소기관을 발명하게 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은 지구 기후의 평형을 깨뜨리는 주범이 되고 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인류 역사의 흐름을 가장 크게 바꾼 원소는 탄소다.

 

주기율표에는 탄소와 마찬가지로 다채로운 사연을 가진 원소들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주석은 우리가 음식을 오래 보존할 수 있는 통조림을 만들게 해주었으며, 지구에 고작 17톤가량 매장된 금은 인류사 내내 정복과 쟁탈전을 유발시켰다. 

 

총알의 재료로 쓰인 납은 인류를 고통으로 몰아넣은가 하면,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술에 쓰여 수많은 사람들을 문맹에서 탈출시켜 줬다. 염소 역시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질병을 막는 소독제가 되기도 하고, 사람을 질식시키는 독가스가 되기도 한다. 

 

천왕성(Uranus)의 이름에서 유래한 우라늄은 오늘날 세계 패권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으며, 반도체의 대표 소재인 실리콘은 샌프란시스코 남부의 지명인 산타클라라밸리를 실리콘밸리로 바꿔버렸다. 이처럼 원소에 얽힌 이야기는 곧 우리 자신의 이야기다.


이제 그동안 꺼려왔던 주기율표를 다시 펼쳐볼 시간이다. 이 책의 페이지를 하나하나 넘기다 보면 세상의 수없이 다채로운 형상들이 원소 주기율표라는 이름의 베틀에서 직조되는 신비한 지적 체험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