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여, 이제 어디로 가시나이까 [이주의 경제경영 신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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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여, 이제 어디로 가시나이까 [이주의 경제경영 신간]

  • 이은진 press9437@gmail.com
  • 등록 2022.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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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xabay

 

대이동의 시대  

파라그 카나 지음, 박홍경 옮김, 비즈니스맵 펴냄


‘오늘날 글로벌 이주를 둘러싼 거대한 모순은 대규모 노동력 부족을 겪는 국가에서 적대적인 반이주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포퓰리즘은 노년층과 청년층 인구 사이의 엄청난 불균형, 사회와 경제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 채워져야 할 노동력 부족을 고려하면 일시적인 주장에 지나지 않는다. 포퓰리즘과 팬데믹 때문에 일부 국가에서 한때 국경의 문턱을 높였지만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유입될 수 있도록 완화하는 모양새다.’


수 세기 동안 우리는 이동(성)이 인간의 본능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그것을 비정상으로 취급했다. 하지만 이는 착각이다. 이동은 기후 변화에 대한 오래된 대응이자 필수적인 생물학적 원칙이다. 


조상들의 이주 때문에 우리는 오늘날 사회의 밑바탕이 되는 생물학적, 문화적, 사회적 다양성을 향유하고 있다. 즉, 이동성은 지금까지 인류가 이룩한 문화의 핵심 요소인 것이다.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에서도 농지가 사막화되고 경제가 파탄상태에 빠지면서 북쪽으로 이주하는 인구가 크게 증가할 것이다.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 남아시아에서는 해수면이 상승하고 하천이 마르면서 더 많은 인구가 탈출에 나설 것이며 한편으로는 자동화로 인해 잉여 노동력이 발생하고 정부가 안정성과 복지를 제공하는 데 실패할 것이다. 


수십 년에 걸쳐 캐나다의 북극과 그린란드부터 러시아의 시베리아와 중앙아시아 스텝 지대에 이르기까지 이전에는 사람이 살지 않던 지역에 수십 개의 새로운 도시가 조성될 전망이다. 주민들과 함께 이동하는 마을도 생길 것으로 보인다. 


산업, 생태, 인구 구조, 기술 등의 요소에서 복잡한 연쇄 반응이 진행되면서 급격한 변화가 끊임없이 일어난다. 


우리가 사는 동안 훨씬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찾거나 기후 변화의 영향에서 도피하거나 더 나은 정치 체계를 찾아가거나 다른 동기에서 이주하는 등 다양한 이유에서 여러 곳으로 빈번하게 이동할 것이다.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자원, 국경, 산업, 사람 간 심각한 불일치를 바로잡으려는 시도가 일어나는 가운데 끊임없는 순환이 발생할 것이다.


인류가 각 대륙에 뿌리를 내린 뒤 6만 년 동안 인류 문명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난 특징이 이동이다. 자원과 안정적인 환경을 찾아 인류는 끊임없이 길을 나섰다. 


전쟁, 집단 학살, 혁명, 팬데믹 등 전 지구적으로 일어난 거대한 사건은 이동을 더욱 재촉했다. 인류의 지도는 현재뿐 아니라 미래에도 고정되어 있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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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변화가 인류의 존폐를 위협하는 위기로 치닫고 경제가 붕괴하며 정부가 무너지고 파괴적인 기술이 발명되면서 우리는 거대한 이주가 일어나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재산을 빼앗긴 사람이든 부유한 사람이든 예외 없이 이주 행렬에 동참해야 한다. 어떤 지역이 버려지고 어떤 지역이 새로운 정착지가 될까. 어떤 나라가 이주를 받아들이고 어떤 나라가 이주를 거부할까. 40억 명의 혈기왕성한 청년들을 비롯해 현재 세계의 인구는 자신의 의사에 따라 머물 곳을 정하고 있다. 앞으로 인문 지리 지도는 어떤 모양을 할 것인가.


미래학자 파라그 카나는 이 책에서 다음 단계의 인류 문명이 어떤 모습일지를 보여 주는 명쾌하면서도 권위 있는 비전을 제시한다. 


앞으로의 문명은 지속 가능하면서도 이동이 일어나는 모습일 것이며, 앞으로 인류는 자원이 있는 곳으로 몰려들 전망이다. 또 기술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적절한 기술이 제공될 것이기 때문에 유목 본능이 되살아나는 한편 보다 안전한 정착지를 일굴 것으로 예상된다.


저자는 미래에 인류가 맞닥뜨릴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나리오의 토대가 되는 근본 트렌드를 흥미로운 시선으로 살핀다. 무엇보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지도에서 독자들이 가장 적합한 장소를 발견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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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스트 Trust  

벤저민 호 지음, 조용빈 옮김, 한빛비즈 펴냄


‘내가 쓴 신뢰에 관한 이 책을 받기까지 각 단계별로 어떤 신뢰가 작동했는지 돌이켜보자. 당신이 돈을 낼 때는 책방 주인이 돈만 챙겨 도망가지 않고 책을 내줄 거라는 신뢰가 있었다. 인터넷으로 구매했다면, 은행에서 당신의 잔고를 정확히 알고 있거나 비자 또는 마스터카드사에서 당신의 신용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서 책방 주인의 계좌로 합당한 금액을 송금하리라는 믿음이 있었다. 온라인 서점에서 당신의 계좌정보를 도용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도 있어야 했다. 이런 것까지는 생각해보지 않았겠지만, 화폐를 발행하는 중앙은행에서 당신이 지불하는 데 사용한 돈의 가치를 하락시키지 않으리라는 믿음도 깔려 있었다.’


신뢰란 무엇인가. 신뢰의 사전적 의미는 ‘굳게 믿고 의지함’이다. 경제학자가 신뢰를 논한다니,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영어단어 ‘trust’는 경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이 단어에는 신탁은행이라는 뜻도 있고 아이들을 위해 예금하는 신탁기금이라는 뜻도 있다. 회사는 파산하면 피신탁자에게 회사의 운영을 맡긴다.


또한 오늘날 우리가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현대경제의 많은 부분-화폐와 금융, 공유 경제 및 블록체인까지-이 신뢰에 의존한다. 


애초에 화폐라는 개념도 우리가 화폐 제도를 신뢰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SNS 접속부터 공유 경제를 실천하는 우버나 에어비앤비 같은 플랫폼 기업까지 최근에 생겨난 빅테크기업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다.


블록체인은 신뢰를 디지털화한 기술이다. 신뢰는 직장 내의 관계 형성, 브랜드 선택, 투자 결정에도 필수적이다. 이렇듯 자본주의 시장을 움직이는 기반에 신뢰가 자리하고 있다.


경제학은 단지 돈을 버는 것만이 전부인 학문이 아니다. 경제학은 선택에 관한 학문이다. 경제학은 한정된 자원을 다룬다. 이 말은 우리가 하는 모든 선택에는 반드시 얻는 것과 잃는 것이 있음을 알려준다.


때문에 제대로 된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각 선택의 장단점을 이해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택에 따르는 비용과 편익을 고려해서 위험과 보상 간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이 책의 저자를 비롯한 경제학자들은 불확실성 속에서 장단점을 고려하고 비용과 편익을 감안해서,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 오랜 시간 동안 연구해왔다. 주식시장에서 투자 위험성을 평가할 때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 기법을 다른 사람을 신뢰할지 여부를 결정할 때도 사용할 수 있다.


수많은 경제적 불확실성 속에서 더 나은 선택을 하려면 신뢰에 대한 이해는 필수다. 주지하듯 신뢰의 가장 큰 목적은 ‘선택’을 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의 상품가격 결정부터 노동자의 회사 선택, 투자자의 투자 등, 경제활동은 무엇을 신뢰하고 무엇을 신뢰하지 않을지, 그에 따른 선택으로 이루어진다.


한 가지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다각도에서 살펴봐야 한다. 이 책의 저자는 먼저 인류 문명의 역사에서 시작한다. 인류 문명의 역사를 신뢰의 확대라는 면에서 재조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인류의 DNA에는 신뢰가 새겨져 있다. 다시 말해 신뢰를 다지고 주위의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믿을 만하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본능이 내재해 있다.


최초에는 가족이나 부족에게만 이 본능을 표현했다. 범위를 넓혀 보다 많은 사람에게 신뢰를 보여주게 된 것은 수 세기에 걸친 문명의 발전 덕분이었다. 인류는 종교, 시장, 법률 같은 제도를 발전시켜 신뢰의 확장을 가능토록 했다.


시장과 관계없는 제도, 즉 의학에 대한 신뢰부터 기후변화의 과학에 대한 신뢰까지 알아본다. 굳이 저자의 말을 빌리지 않아도 최근 몇십 년간 전문 분야에 대한 신뢰가 감소한 것은 많이 느끼고 있다. 


특히 의학, 언론, 정치 분야의 신뢰 감소가 두드러지는데, 이는 어디에서나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신뢰가 우리의 일상생활과 개인 간의 관계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아본다. 여기에는 사생활과 존엄성에서 나타나는 신뢰의 역할부터 어떻게 비난이 신뢰를 무너트리고 사과가 신뢰를 회복하는지까지 포함된다. 


그리고 때로는 왜 우리 자신조차 믿을 수 없는지 그리고 신뢰이론이 어떻게 더 나은 결정을 하도록 도와주는지도 설명한다. 추락한 신뢰를 회복하고 지속적으로 확장하기 위한 로드맵도 함께 제시한다.


더불어 신뢰에 대한 경제학자의 생각을 살펴본 다음, 현대경제를 구성하는 제도 안에서 화폐와 금융부터 공유경제 및 블록체인까지 신뢰가 작용하는 모든 방식을 살펴본다.


우리가 신탁은행에 돈을 예치하고 피신탁자가 기업을 운영하듯이, 현대경제의 많은 부분은 오늘날 우리가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신뢰에 의존한다. 우리는 중앙은행이 화폐 공급을 적절히 유지하리라 믿는다. 


사실 화폐라는 개념도 우리가 화폐제도를 신뢰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지난 10년간 전자상거래, 공유경제, 블록체인 분야의 가장 큰 숙제는 근본적으로 불신을 극복하는 데 있었고, 신뢰의 이 중심적 역할은 21세기에도 이어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인간의 역사에서 신뢰의 역할을 되짚어보고 미래를 예측해본다. 저자는 어떤 불확실성 속에서도 신뢰가 가져올 미래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갖는 것. 그것이 바로 위기를 돌파할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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