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est-How's] '쓰레기 박사'가 말하는 순환경제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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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est-How's] '쓰레기 박사'가 말하는 순환경제의 미래

  • 이종은 sailing25@naver.com
  • 등록 2022.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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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데일리] 우리가 내놓는 재활용 쓰레기의 실제 재활용률은 불과 40%. 나머지는 쓰레기로 남아 어딘가를 떠돈다. 재난이 된 쓰레기, 어떻게 해야 자원이 될까. 해법은 분리배출에 있다. 아울러 자원화할 수 있는 재활용품이 쓰레기로 처리되는 현실에서 벗어나려면, 배출자가 쓰레기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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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재활용되는 것들만 기준에 맞춰 배출하는 소비자 실천, 재활용되지 않는 것에 대해 생산자에게 책임을 요구하는 소비자 행동, 개인의 실천을 넘어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소비자 저항이 필요한 때라고 역설한다. 


인류의 미래는 바로 집 앞 쓰레기 분리수거장에 있다. 다음은 자타공인 국내 대표적인 ‘쓰레기 전문가'인 홍 소장과의 일문일답.


- 우리가 쓰레기로 버리는 것들이 쓰레기가 아니라고 했는데

 

▲ 아무렇게나 버려지면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하는 의미도 있고, 잘못된 쓰레기 배출 방법을 꼬집는 말이기도 하다. 재사용할 수 있는데 그대로 버리는 것, 재활용되는데 쓰레기로 버리는 것, 쓰레기로 버려야 하는데 분리배출하는 것 모두가 문제다. 특히 분리배출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 재활용될 거라 믿고 열심히 분리해서 내놓는 재활용 쓰레기의 재활용률은 불과 40%다. 분리배출을 정확히 해야 하는 이유다.


- 최근 환경, 그중에서도 쓰레기 문제가 가장 큰 화두가 되고 있는데

 

▲ 쓰레기의 심각성과 환경 문제에 대한 이야기는 많다. 다만 쓰레기 문제가 심각하다는 일반적인 문제 제기에 그치고 있어 아쉬운 점이다. 일상에서 거의 매일 쓰레기를 접하는 개인이 막상 쓰레기 문제 앞에선 어떻게 해야 할지, 분리배출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내용도 부족한 편이다. 쓰레기는 일상생활과 밀접한데,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배출하는 품목도 규정도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다. 쓰레기를 어떻게 내놓아야 하는지 배출자 눈높이에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한국형 분리배출이 필요하다. 

 

- 어떻게 버려야 할지, 분리배출 부분만 콕 집어 알려주는 게 낫지 않나


▲ 기본 개념부터 처리 과정도 알아야 한다. 쓰레기는 자원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분리배출을 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쓰레기를 재활용하기 위해서다. 재활용하지 않으면 소각하거나 매립해야 하는데, 소각장도 매립장도 포화 상태다. 자기 집 근처에 소각장이나 매립장을 짓는다면 다들 반대한다. 지금처럼 끊임없이 자원을 채굴해 쓰고 사용하는 족족 쓰레기를 만드는 방식은 오래 가지 못한다. 땅과 바다가 쓰레기로 뒤덮일 지경인데, 이렇게 무분별한 소비가 지속된다면 지구가 언제까지 견딜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 쓰레기를 자원화하려면 왜 그렇게 버려야 하는지 꼭 알아야 한다고 했는데

 

▲ 지구는 일회용이 아니다. ‘어떻게 버려야 하는지’에 앞서 ‘왜 그렇게 버려야 하는지’ 과정을 아는 것은 그래서 중요다. 정부나 지자체의 지침을 보면 이렇게 배출하라고만 알려준다. 그러니 우리가 재활용될 줄 알고 내놓은 쓰레기의 실제 재활용률은 40%에 밑돌 수밖에 없다. 우유 팩의 경우가 대표적인데 실제 재활용률은 20%밖에 안 된다. 소비자들이 열심히 분리배출하지만 종이류에 내놓는 등 잘못된 방법으로 소중한 자원이 낭비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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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쓰레기 분리수거 수준이 세계 최고라고 하던데, 모두 재활용되는 거 아니었나


▲ 재활용품 분리배출을 다른 나라보다 잘하는 건 사실다. 문제는 다 재활용되는 게 아니라는 데 있다. 어떤 경우엔 오히려 재활용을 방해하기도 한다. 소비자의 잘못이 아니라 생산자, 즉 기업의 탓이 크다. 플라스틱의 예를 보면, 재활용되지 않을 게 뻔한데도 ‘other'로 표시해뒀다. 상황이 이러니 열심히 분리해 배출해도 실제 재활용률은 30%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기업 대부분이 물건을 많이 팔 궁리만 할 뿐 쓰레기를 줄일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래서 소비자 행동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 소비자 실천이 개개인의 분리배출 의지라면 소비자 행동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나


▲ 쓰레기 문제는 단박에 해결될 사안이 아니라서 차분히 문제를 인식하고, 경제 시스템과 소비 습관 전체를 바꾸기 위한 실천이 필요하다. 소비자 실천 중 쓰레기를 분리배출 할 때 마주치는 문제와 제대로 배출하는 방법은 매우 주용하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의 역할은 빛이 난다. 다 쓴 물건을 분리하고 이물질을 제거해서 배출하는 행동은 소비자만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비자만 잘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핵심은 바로 기업이다. 이들이 바뀌지 않으면 쓰레기 문제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생산단계에서 포장재를 줄이고 재활용이 잘 되는 물건을 만들어야 하는데, 바로 이 지점에서 소비자 행동이 필요하다.


- 기업을 변화시키려면 어떠한 해동을 해야 하나


▲ 소비자가 매의 눈으로 감시해야 한다.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이 발달한 지금은 소비자가 할 수 있는 일이 꽤 많다. 기업에 메일을 보내거나 홈페이지에 항의하는 등 여러 방법으로 기업을 압박할 수 있다. 소비자 행동은 요즘 말로 ‘덕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쓰레기 덕질.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다. 소비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실천하고 행동하면 경제와 사회 구조도 차차 변화할 것이다. 변해야 우리 모두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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