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끌리는 책] 누구나 가슴에 담아둔 동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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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끌리는 책] 누구나 가슴에 담아둔 동물이 있다

  • 이은진 press9437@gmail.com
  • 등록 2022.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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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xabay

 

동물의 직업 

마리오 루트비히 지음, 강영옥 옮김, 현암사 펴냄


‘과거에는 중요하게 여겨졌지만 지금은 완전히 사람들의 머리에서 잊힌 동물들도 있다. ‘바다의 금실 잣는 아가씨’라는 별명을 가진 대왕키조개의 족사로 만든 실은 모든 시대에 가장 값비싼 섬유였다.‘


인간은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하기 힘든 일을 하기 위해 동물의 손을 빌린다. 동물을 길들여 그 신체적 특징을 이용하는 사례는 흔히 찾아볼 수 있다. 


높은 야자수 위에 달려 있는 코코넛을 따는 일은 인간에게는 너무나 위험해 부상 위험이 크지만, 몸이 가볍고 날랜 원숭이들은 사람보다 더 수월히 그 일을 해낸다. 그렇기에 태국의 코코넛 농장에서는 원숭이 학교를 세워 일할 원숭이들을 훈련한다. 


냄새를 잘 맡는 동물들을 이용해 땅속의 지뢰나 버섯을 찾아내고, 물속을 자유롭게 헤엄치는 돌고래와 협력해 물고기의 위치를 알아낸다.


노동력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각종 부산물을 만드는 것까지 ‘일’의 범주에 포함한다면 일하는 동물의 범주는 더욱 넓어진다. 고대 로마인은 대왕키조개에게서 실을 채취해 금색 옷을 지었고, 고대 페니키아인은 뿔고둥에게서 염료를 뽑아내 천을 보라색으로 물들였다. 

 

현대에는 사향고양이의 똥에서 고급 커피를 얻고 코끼리 똥으로 종이를 만든다. 이처럼 인간은 다양한 분야에서 동물들의 도움을 받아왔다.

 

인간과 동물이 맺는 관계는 시대와 사회에 따라 변한다.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어떤 일자리는 사라지기도 하지만,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기도 한다. 매사냥은 동아시아부터 유럽까지 전 세계에 널리 퍼졌던, 수천 년 동안 이어진 전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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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총기와 탐색 기술이 발달한 오늘날 인간은 더 이상 사냥에 매를 투입하지 않는다. 이제 대부분의 지역에서 매사냥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전통이 되었다. 


그러나 아랍에서는 사냥매가 여전히 부의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어 호화스러운 매 전문 병원이 생겼으며, 정찰 드론을 제거하기 위해 독수리들을 훈련하기 시작한 나라도 있다. 이 책에는 한때 있었지만 사라진 일, 지금도 있는 일, 새롭게 생겨난 일이 모두 담겨 있다.


이 책에 실린 일하는 동물들의 이야기는 신기하고 흥미롭지만 때때로 불편하다. 이제 많은 ‘동물의 직업’은 동물의 자유와 생존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비판받는다. 옛날에는 당연하게 여겨졌던 일이 사회적 인식이 변하고 환경 문제가 심각해짐에 따라 비판의 대상이 된 것이다. 


정원의 해충을 잡기 위한 오리 대여 서비스는 오리의 습성을 무시하며 진행되고, 어떤 동물은 마약 운반 같은 불법적인 일에 강제로 동원된다. 

 

붉은색 천연 염료를 얻기 위해서는 수백만 마리의 연지벌레를 죽여야 하고, 스펀지로 쓰인 몇몇 종의 해면은 무분별한 남획으로 멸종 위기에 처했다.


동물을 이용하는 산업을 둘러싸고 이익 집단과 동물 보호 단체의 의견이 충돌하기도 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이런 문제들을 깊게 파고들지는 않지만 외면하지도 않는다. 


저자는 “앞으로 우리가 살펴볼 주제에는 부분적으로 복잡한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지만 이런 문제들까지 완벽하게 다룰 수 없음을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양해를 구하면서도 동물의 활동이 어떤 지점에서 비판을 받고 있는지 짚으며 판단을 독자의 몫으로 남겨둔다. 이 책에 실린 수많은 동물들의 이야기는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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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과 함께하다 

이학범 지음, 크레파스북 펴냄


‘동물등록제는 2014년 1월 1일 의무시행된 제도다. 2개월령 이상의 반려견은 반드시 등록해야 한다. 동물등록을 하지 않는 것은 동물보호법 위반(불법)이고 과태료가 부과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동물등록을 외면하고 있다. 사람으로 치면 아이가 태어났을 때 출생신고도 하지 않고 주민등록증도 만들어주지 않는 것이다. 반려동물의 출생신고를 하지 않는 반려인은 동물을 키울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2020년까지 등록된 총반려견 수(누적 동물등록 수)는 232만 1,701마리다. 하지만 정부 통계(2020년 동물보호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반려견은 약 602만 마리로 동물등록을 한 반려견이 절반도 채 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반려동물 양육 문화와 반려산업, 정부의 정책, 현상 등을 다양한 시각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첫 번째 이야기는 반려동물과 동행하는 반려인이라면 꼭 지켜야 할 정보에 관한 것이다.

유기동물 발생을 예방하고 반려동물을 잃어버렸을 때 해결책이 될 반려동물등록제부터 개 물림 사고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펫티켓까지 꼼꼼하게 다루고 있다. 


또한 반려인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오는 동물병원 진료비에 대한 오해를 풀고 진료비를 낮추는 현명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반려동물과의 따뜻한 공존을 위해 연간 13만 마리 이상 발생하는 유기동물을 보호하는 방법, 길고양이 TNR 사업, 입양을 위한 정보 등도 담았다.


두 번째 이야기는 ‘반려동물 양육 가구 1,500만’이라는 정확하지 않은 통계가 불러온 결과를 비롯해 ‘낙후된’ 반려동물에 대한 시각과 생존환경에 대해 다루고 있다.


우리나라 민법은 ‘인간’과 ‘물건’ 이분법적 체계를 가진다. 반려동물은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민법상 물건인 셈이다. 하지만 법적 판결에서 반려동물은 물건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진다. 

 

때문에 반려동물은 ‘물건인 듯 물건 아닌, 물건 같은 동물’로 애매한 위치에 있어 동물의 법적 지위 향상과 ‘비물건화’에 대해 강경한 목소리를 담았다.


또한 촬영장에서 희생당하는 동물이 겪는 현실적인 문제를 다뤘고 이러한 동물 학대를 해결할 수 있는 동물 출연 가이드라인도 언급했다. 최근 늘어난 온라인상에서 자행되는 동물 학대 범죄에 대해서도 강력한 동물보호법에 합당한 양형기준과 처벌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세 번째 이야기는 반려동물과 동반자로서 인생을 보내기 위해 개선되어야 할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합법과 불법 사이 회색지대에 있는 개 식용 논란에 대해 따끔한 일침을 가했고, 사설유기동물보호소의 열악한 환경에 희생당하는 반려동물들의 현주소를 논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대두된 인수공통감염병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반려인과 반려동물이 건강하게 함께 살 수 있는 방안과 감염병에 대응하는 자세에 대해 다뤘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나라 반려동물 산업과 반려동물 양육 문화의 현주소를 짚고, 동물보호복지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누구보다 전문적이고 솔직한 시각으로 풀어낸 이야기가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반려인들과 반려동물 산업에 종사하는 분들, 그리고 반려동물 관련 정책을 만드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늘고 있고 사회적으로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졌지만 아직도 반려동물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편견이 자리하고 있고, 반려동물을 ‘물건’으로 치는 이들도 있다. 반려동물에 대한 법적 규제가 갖춰지고 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저자는 3년 전, ‘펫코노미’라는 그럴싸한 이름 아래 동물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여기며 산업에 뛰어드는 사람들, 기본적인 펫티켓을 지키지 않아 주변에 피해를 주는 반려인들, 동물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과 오해를 가진 사람들의 시각 개선을 위해 이 책을 펴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반려동물 산업과 양육 문화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많이 나아졌을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조금씩 발전하고 있지만,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매우 멀어 보인다.


그래서 더 강하고 직선적인 발언으로 동물 진료비, 동물 촬영, 유기동물 및 사설보호소, 펫티켓, 동물 학대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생각을 이 책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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