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그 때 그 사람들 [새로 나온 책]
  • 해당된 기사를 공유합니다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그 때 그 사람들 [새로 나온 책]

  • 이은진 press9437@gmail.com
  • 등록 2022.08.26
  • 댓글 0
korean-flag-g21d362039_640.jpg
ⓒpixabay

 

무심코 지나쳤던 우리동네 독립운동가 이야기 

유정호 지음, 믹스커피 펴냄


‘드디어 9월 2일 오후 5시 사이토 총독이 남대문역에 대기하던 환영 인파와 인사를 나누고 마차에 오르는 순간, 강우규가 움직였다. 명주 수건에 싸인 폭탄이 강우규의 품을 떠나 사이토 총독에게로 날아갔으나, 마차에서 4m 떨어진 지점에서 폭발하고 말았다. 무라다 소장을 비롯해 마차 주변에 있던 서른일곱 명이 죽거나 다쳤지만, 사이토 총독은 타고 있던 마차에 폭탄 파편 몇 개만 박혔을 뿐 무사히 자리를 옮겼다. 강우규는 의거가 실패한 사실에 분개했지만, 재거사를 위해 자리에서 빠져나왔다. 한편 일본 경찰은 폭탄을 던진 사람이 노인일 거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엉뚱한 곳에서 범인을 찾았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이 있다. 돌이키거나 바꿀 수 없지만 지난 일을 되새기고 공부해야 하는 이유와 맞물려 있다.

 

우리에겐 일제강점기 35년(1910~1945)의 치욕스러운 역사가 존재한다. 일제강점기 당시의 한국독립운동사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건 우리 역사에서 통째로 비어버린 35년을 수습하는 중차대한 일이다.


이 책에는 현직 역사 교사가 들려주는 위대한 독립운동가와 파렴치한 친일반민족행위자(친일파)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들을 오롯이 기억하는 건 올바른 역사 정립에 꼭 필요하다.


35년의 한국독립운동사를 ‘동상’으로 들여다보는 게 이 책만의 특장점이라고 할 만하다. 동상을 주의 깊게 살피지 않는 경우가 많으니, 동상의 모델이 누구인지 또 동상이 세워진 곳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대개 잘 모른다. 

 

그런가 하면, 동상이 세워져야 하는데 세워지지 않은 경우도 있고 동상이 세워지면 안 되는데 세워진 경우도 있다. 

 

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또 역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 있어 ‘동상’의 존재가 부각될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탑골공원에 있는 손병희 선생의 동상을 통해 이곳이 1919년 3월 1일 나라를 되찾고자 수많은 청년이 운집했었던 장소라는 사실을 안다면 탑골공원을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방문해보지 않을까. 


그런가 하면, 서울역 앞에 당당히 서 있는 강우규 의사의 동상을 통해 이곳이 1919년 9월 2일 조선 총독을 향해 망국의 한을 담은 폭탄을 던졌던 장소라는 사실을 안다면 서울역의 이미지가 크게 바뀌지 않을까.

 

1.jpg


이 책이 비록 위대한 독립운동가들의 모든 걸 다루지 못했다고 해도 뜻깊은 의미를 담아 반드시 한 번 짚고 넘어가야 하는 역사와 인물을 보여준 만큼, 독립을 위해 숭고한 희생을 마다하지 않았던 분들을 기억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담겨 있다.


책은 처음에 힘으로 독립을 쟁취한 이들을 소개한다. 조선 총독을 노린 65세 노인 강우규의 폭탄, 일본 경찰 1천 명과 대적한 조선의 총잡이 김상옥 등의 이야기가 우리를 반긴다. 


다음으로 독립운동에 모든 걸 건 이들의 이야기를 들여다본다. 헤이그에서 독립을 외치다가 순국한 이준, 을사늑약에 개탄하며 자결로 사죄한 민영환의 이름이 눈에 띈다. 


또 독립운동을 이끈 이들의 삶을 담았다. 손병희, 서재필, 김구, 안창호 등 익히 아는 이름이 모여 있다. 더불어 독립운동에 제약 따위는 없다고 외친 이들을 소개한다. 반봉건․반침략의 혁명을 주도한 전봉준, 한국의 독립을 위해 한 몸 바친 외국인 베델, 독립운동의 선봉에 선 여성 독립운동가 김마리아 등의 이야기가 이채롭다. 


이와 함께 잊지 말아야 할 친일파의 이야기다. 김성수, 김동인, 안익태, 민영휘의 동상이 존재한다는 게 믿기 힘든 한편 잊지 말아야 할 대상의 물질적 대상화로 적절해 보이기도 한다.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주변의 독립운동가 동상으로 순국선열을 떠올리는 시간을 갖으면 어떨까.


2.jpg


조너선 하이트의 바른 행복 

조너선 하이트 지음, 왕수민 옮김, 부키 펴냄


‘무엇을 해야 할까?’ ‘어떻게 살아야 할까?’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 코로나바이러스와 그 이후 이어진 경제 위기로 불행이 일상화된 지금, 이런 질문을 던지는 우리의 태도는 이전보다 더욱 간절하다. 우리는 삶의 지혜를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그것은 우리의 삶을 더 나은 것으로 만들어 줄까?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바른 마음>, <나쁜 교육>을 쓴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세계적 사상가인 조너선 하이트는 고대의 지혜와 현인들의 말씀에서 삶의 목적과 의미를 찾는다. 

 

현재 우리가 행복에 대해 이야기하는 거의 모든 것은 이미 여러 고전에 잘 정리되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사람들이 자신에게 꼭 필요한 행복의 지표를 제대로 취사선택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긍정심리학자로서 오랫동안 행복의 근원에 대해 탐구해 온 하이트는 그 어떤 진리라 하더라도 그것을 제대로 음미하고, 발전시키고, 우리의 삶과 연결시키지 않는 한 무용지물이라고 말한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열 가지 행복 법칙은 무심결에 우리가 그 가치를 알아보지 못하고 있을 지혜의 말들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다. 행복의 근원과 원리를 이해하고 나만의 행복한 일상을 되찾고 싶은 사람들에게 그 어떤 행복 안내서보다 실질적인 도움을 줄 책이다. 


3.jpg


곽재식의 고전 유람 

곽재식 지음, 북트리거 펴냄


이 책은 저자가 우리 고전 속에서 찾아낸 새롭고 참신한 이야기를 맛깔 나게 들려준다. 소설가인 저자는 무수한 이야기의 보물창고이자 영감의 원천인 한국 고전에서 이무기, 신선, 여우, 귀신, 망조 현상, 지하 세계, 저승 등에 관한 기이한 소재를 포착해 특유의 입담으로 수다스럽게 펼쳐 놓는다. 


‘천예록’, '순오지', '학산한언', '어우야담' 같은 이야기책부터, '조선왕조실록', '삼국사기', '삼국유사' 같은 역사 기록, 그리고 '금오신화'나 「설공찬전」 같은 고전소설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옛 문헌 속에서 발견한 이상하고 신기한 이야깃거리를 박학다식한 소양을 뽐내며 솜씨 좋게 엮어서 보여 준다.


저자는 고전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자는 아니지만, 세상 만사에 대한 왕성한 호기심을 바탕으로 옛사람들의 생각과 그 시대의 역사를 입체적으로 살펴보는가 하면, 자신의 전문 분야인 과학까지 곁들여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엮어 나간다. 


한국 고전문학을 소개하는 책은 수없이 많다. 고전이라고 하면 대개는 고리타분한 이야기쯤으로 여기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읽고 즐길 엄두를 못 내는 게 사실이다. 


한자투성이에, 등장인물은 판에 박힌 듯하고, 이야기는 뻔할 것이라는 선입견 때문이다. 곽재식은 이 책에서 그런 고정관념을 시원하게 날려 버리며 과학이라는 도구를 활용해 독특한 방법으로 옛이야기에 살을 붙여 나간다. 


저자는 “특히 내용이 짤막하고 전후를 알 수 없는 기록일수록 과학의 눈으로 추측하고 상상해 보면 이야기가 풍부해진다”고 강조한다. 


구체적인 면이 부족한 옛 문헌일수록 기록 한 자 한 자를 샅샅이 들여다본다고 한들 많은 의미를 알아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는데, 이때 과학을 활용하면 재미난 이야기가 된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고전은 박제된 옛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소설가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소재가 된다. 역사학자들과 고전문학 연구가들이 수없이 읽어 왔던 하고많은 문헌 속에서 기이한 점을 포착해 새로운 이야기로 연결해 내는 참신한 시선이 단연 돋보인다. 


'천예록'의 이무기 모험담은 공룡 화석 이야기로 이어지는가 하면, '잠곡유고'의 여우 전설은 여우와 인류의 관계사에 대한 고찰로 나아가며, '삼국사기'에 실린 백제 말기의 기이한 자연재해는 적조현상를 비롯한 기후변화 이야기와 엮이고, '학산한언'의 거꾸로 된 지하 세계 전설은 카메라오브스쿠라(cameraobscura)라는 광학 장치에 대한 탐구로 연결되는 흐름이 독특하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 바로 이 ‘종잡을 수 없음’이다. 흔하디흔한 원전 해설에 얽매이지 않기 때문에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예측 불가능한 이야기가 이어지고, 이것이 흥미를 유발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한국의 옛이야기 중에도 이렇게 신기하고 이상한 내용이 많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조선 궁중에서 암암리에 퍼진 사랑의 묘약, 화포를 쏘아 유령을 쫓아내는 총잡이, 괴이한 불온서적으로 낙인찍힌 조선판 〈엑소시스트〉 등 현대인의 궁금증을 유발하는 기묘한 내용이 끝없이 이어진다. 


과연 사랑의 묘약의 효능은 믿을 만했을까. 조선 궁중에서 총과 대포를 이용해 쫓아내고자 한 악령의 정체는 무엇일까. 귀신들림을 소재로 삼은 이야기가 왜 불온서적이 됐을까. 


짤막한 옛이야기 속에서 주변 정황을 따져 가며 등장인물의 정체를 파고들고, 숨은 뜻을 추측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떠올리는 저자의 능청스러운 입담을 따라 가다 보면, 마치 추리소설 속 탐정이 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당신이 관심 가질 만한 이야기

G-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