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BOOK돋움] '회복의 길' 뚜벅뚜벅 걸어가는 이들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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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BOOK돋움] '회복의 길' 뚜벅뚜벅 걸어가는 이들을 위하여

본지가 코로나19 장기화로 지친 심신을 회복하기 위해 독서로써 마음을 힐링하는 '책 읽는 힘, BOOK돋움' 캠페인을 전개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일상생활이 멈춘 상황에서 마음의 양식을 얻을 수 있는 독서 생활이 최고의 기회라 여겨집니다. 독서를 통해 마음의 안정을 취하고 부모와 자녀 세대가 소통하는 새로운 경험을 기대하며, 책 읽는 분위기가 잔잔한 물결처럼 번져 코로나 블루가 슬기롭게 극복되기를 바랍니다. <편집자주>

  • 이은진 press9437@gmail.com
  • 등록 2022.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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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xabay



'음식문화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록될 만큼 프랑스는 자타가 공인하는 식도락의 나라다. 덕분에 프랑스에서 낭비되는 음식물은 연간 100억 톤에 달한다. 먹는 즐거움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이 나라에서 환경에 대한 각성이 음식물에서부터 시작된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법안 시행 2년 후 결과는 ‘대성공’이다. 시행 1년 만에 푸드 뱅크에 수거된 음식물은 지역에 따라 15~50퍼센트까지 늘어났고 평균적으로 28퍼센트가 늘어났다. 400제곱미터 이상의 슈퍼마켓 중 95퍼센트가 시민단체와 파트너십을 맺고, 재고 음식물을 기증했다. 더불어 음식물 재분배를 담당하는 시민단체나 스타트업, 기구도 급속하게 늘어나면서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하게 됐고, 시민들의 의식 변화도 빠르게 이뤄졌다.'


지난 2004년 하버드 대학교 케네디 스쿨의 조지프 나이는 세계 정치에서 성공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소프트 파워’라는 개념을 언급했다. 소프트 파워는 군사력, 경제력 등의 물리적인 힘인 하드 파워에 대응되는 개념이다. 

 

구체적으로는 각 나라의 정신적 가치, 대외정책, 호감도를 지칭하며 대개 국가가 지닌 문화적 힘과 가치관의 확장성, 매력도로 환원돼 사용된다. 그럼 현재 소프트 파워 1위 국가는 어디일까. 미국이라는 예상과 달리 소프트 파워 1위 국가는 바로 프랑스다. 

 

프랑스는 지난 1789년 프랑스대혁명을 통해 자유 민주주의의 외연을 확장하는 데 크게 기여한 나라다로 문학 분야에서 강국으로 유명하다. 프랑스 요리를 비롯해 칸영화제와 앙굴렘만화페스티벌로 비롯되는 문화, UN 공용어와 IOC 공식 언어로 지정된 프랑스어까지, 전 세계에 퍼진 프랑스의 영향력을 짐작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재불작가이자 생활좌파로 불리는 목수정는 <시끄러울수록 풍요로워진다>에서 소란이 벌어진 자리마다 새로운 풍요가 싹튼다는 철학으로 노인부터 아이까지 모두가 주체가 된 생명력 넘치는 사회를 만드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우선 자본주의의 허점을 극복한 공공영화관, 한국의 폐지 줍는 노인들의 대안이 될 수 있는 마을장터와 재능기부로 운영되는 재활용가게부터 분배를 통한 음식쓰레기의 해법까지, 소통과 상생이 있는 소비가 무엇인지 설명한다. 생의 주인이고자 하는 사람들이 자본과 벌이는 일상의 결투들이 소개된다.

 

'하여 쓰레기에 대한 가장 현명한 고민은 어떻게 하면 재활용할 수 있도록 잘 버릴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쓰레기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찾을 것인가에 있다. 프랑스에서 그 제도적인 첫 시도는 2016년 통과된 ‘음식물 낭비와의 전쟁 관련 법’으로 사회당의 기욤 갸로(Guilaume Garot) 의원이 제안한 후, 하원과 상원에서 각각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 법안의 요지는 400제곱미터(121평) 이상의 면적을 가진 슈퍼마켓은 팔리지 않는 재고 식품을 폐기하는 대신 유통기한 최소 48시간 이전에 수거해 필요한 사람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관련 구호 단체들과 파트너십을 맺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를 위반할 시에는 위반 건수마다 3750유로(약 5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지금까지 ‘푸드 뱅크’라는 이름으로 시민운동 차원에서 행하던 일을, 국가가 유통기업의 사회적 책무로 부여하겠다는 선언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음을 전하는 프랑스 언론은 “세계 최초”라는 사실을 힘주어 강조했다.'


자본에 잠식당하지 않는 문화환경이 사람과 사회를 어떻게 바꾸어내는지 증명한 스크린 독점 없고 티켓값이 절반인 공공영화관, 재능과 삶을 나누는 데서 자본주의의 대안을 찾을 수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활기 넘치는 마을장터, 인간이 인간을 만나 소통하는 기쁨을 알게 해주는 직거래 채소 바구니와 마을의 사랑방이 된 동네 서점이 인상적을 다가온다.

 

또 30년마다 재건축하는 게 아니라 백여 년 잘 보존하며 오래 쓰는 프랑스 주택의 비결, 음식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세계 최초 법안과 기발한 어플리케이션들, 지구를 위해 파업한 아이들 등 시민 한 명 한 명이 깊이 뿌리 내리며 사는 건강한 삶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다음으로 프랑스가 출산대국이 될 수 있었던 비법부터 99%가 공립인 유치원 등 누구의 희생도 없이 행복한 가정과 학교를 만들 수 있는 방법들을 다양하게 알려준다. 프랑스가 유럽 국가 가운데서도 출산대국이 된 비결부터 가정과 학교에서 누구의 희생도 없이 모두가 행복하려면 어떠한 제도와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지 소개한다.  


이는 여성의 선택권이 확보돼야 더 많이 출산함을 증명해낸 일련의 제도적 변화들을 비롯해 저자가 임신 일곱 달은 한국에서, 세 달은 프랑스에서 보내며 겪은 너무나 다른 출산 준비 시스템, 그 이후의 지원과 돌봄 제도들에서 한국의 저출산을 해결할 방법을 제시한다.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대학교까지 교육 전반에 걸친 이야기도 흥미롭다. 매일 모험을 떠나는 것 같다는 엄마 학교 유치원부터 교육 예산을 줄이겠다는 정부에 맞서 거리로 나선 교사와 대학총장, 학생 들의 이야기가 사뭇 진지하다. 

 

바쁜 부모가 채워주지 못하는 문화자본까지 넉넉히 채워주는 공교육 시스템 등 거대 자본의 논리로 사라질 뻔한 다양한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펼쳐온 시민들의 활동과 다채로운 결실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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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서점은 동네 사람들이 마주하고 대화를 나누는 사랑방이 되기도 하고, 화제의 저자와 만나 대화하는 지식의 토론장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서점은 마을 사람들이 온 마음으로 품는, 공동체의 공유 공간이 되어간다. 지자체에서도 이를 모를 리 없다. 서점은 온전히 사적인 상업공간이지만, 그 사회적 기능을 고려한다면, 공적인 기능을 도서관과 분담한다고 할 수 있다. 지자체들도 시민들이 정서적 오아시스를 잃는 것을 원하지 않으므로, 직간접적으로 서점들이 지자체 안에 유지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법을 찾는다.‘  

 

저자는 이어 교육 공공 서비스 예산을 지키기 위해 발 벗고 나선 교사와 학생들부터 프랑스 중년 남성들의 ‘미투’까지 존엄성을 위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투쟁해온 사건들을 자세하게 이야기한다.


날로 급격해지는 빈부격차를 막고자 거리로 나선 노조도 정당도 아닌 30만명의 일반 시민들 이야기가 인상적인데 이른바 '노란 조끼'라고 불리는 이들은 지난 2018년 11월 17일 대통령 집무실과 가까운 샹젤리제에서 시위를 촉발시켰다. 

 

치솟는 물가, 빈부격차를 방관하는 정부, 존엄을 지니고 살 수 없게 돼가는 세상을 거부하며 분연히 일어선 시민들의 운동은 지구적 지지를 받고 벨기에, 네덜란드, 독일 등으로 빠르게 확산했다. 현재도 노란 조끼는 사회에 필요한 고발을 하는 유럽의 활화산 역할을 담당하는 동시에 사회 전반의 용기 있는 다양한 발언을 담고 있다.  


더불어 위력과 불평등한 권력 관계로 인한 성폭력이 남녀 간에만 작동하는 것이 아님을 밝혀낸 프랑스 중년 남성들의 ‘미투’와 저소득자들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을 지을 것을 요구하며 주거권을 위해 싸우는 시민들 등 빼앗긴 민중의 권리를 되찾기 위한 역동적인 거리의 힘도 가감없이 펼쳐진다. 


프랑스와 한국은 같은 팬데믹 시대를 지나면서도 다른 양상을 보였다. 한국 밖에서는 명확히 드러났지만 한국 내에선 가리워졌던 세계보건기구들과 백신회사들에 얽힌 진실, 전과 89범의 화이자와 뒤늦게 양심고백하며 반성문을 낸 과학자, 의학자, 언론인에 대해 폭로한다. 


이와 함께 언제 다시 닥칠지 모르는 각종 팬데믹 속에서 공포에 잠식당하지 않는 방법은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가려낼 만한 충분하고 다양한 정보와 발언일 것이라고 피력한다 그러면서 지혜로운 사고로 최고의 방법을 찾아왔던 현생 인류 본질을 회복해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이에 더해 언론과 기업, 공공보건기구들의 올바른 역할이 무엇이며 앞으로 반복될 이러한 위기들에 우리는 현생 인류의 본질을 어떻게 회복해 헤쳐나가야 하는지 진단한다. 저자는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의 구절을 빌어 힘주어 말한다. “의심을 금지하는 시대는 이성의 작동을 마비시키는 시대이다. 페스트에 맞서 싸우는 유일한 방법은 정직이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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