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어린이 환경책] 꿀벌을 살핀다는 건 나를 구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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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어린이 환경책] 꿀벌을 살핀다는 건 나를 구하는 일

환경이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그에 관련한 환경 도서가 출간돼 왔다. 그러나 그간 환경 도서들은 지엽적이고 단편적인 지식만 담아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아이들의 요구를 충족시켜 주지 못한 게 사실이다. '이주의 어린이 환경책'은 이러한 아쉬움에서 출발한다. 어린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관심을 기울이고 알아야 할 다양한 환경 지식을 깊고도 풍요롭게 설명한 도서들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 이은진 press9437@gmail.com
  • 등록 2022.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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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데일리] 사람들은 돈이 되는 작물을 키우기 위해 꿀벌들에게 한 가지 꽃꿀만을 먹이며 꽃가루받이를 하는 환경을 만든다. 이렇게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 뿌리는 살충제와 제초제는 꿀벌의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아울러 사람들은 꿀벌의 건강한 먹이가 되는 밀원식물(벌이 꿀을 빨아 오는 원천이 되는 식물)이 자라는 땅을 갈아엎어 건물을 짓거나 농지로 바꿔 버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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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xabay

 


전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주요 농작물 100가지 가운데 70가지 이상이 꿀벌의 꽃가루받이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근래 들어 꿀벌들이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2006년 가을부터 2007년 여름까지에는 북반구 꿀벌의 25%가 사라져 버리기도 했다. 당시 세계의 식량 가격은 37%나 올랐다.


꿀벌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곤충이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사람들은 꿀벌에 대해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꿀벌 덕분에 많은 것들을 얻고 있었으면서 말이다.


홍기운의 <꿀벌들아, 돌아와!>는 우리 인간들의 이기적인 모습을 지적하면서 꿀벌이 사라지면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것은 바로 우리들이라고 경고한다.

 

이 책을 통해 지구라는 공간이 우리 인간만이 살아가는 곳이 아니라 꿀벌 같은 작은 곤충들도 함께 더불어 사는 공간이라는 것을 깨닫고 더 나아가 모든 생명이 함께 하는 곳이라는 것을 배울 수 있다.

 

오늘날 어린이들은 도시화, 산업화된 환경 속에서 자연과 동떨어진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점차 환경에 대한 감수성이 메말라가는가 하면 다른 생명체에게 사랑을 느끼거나 모든 생명체들과 조화롭게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잊곤 한다. 


지금처럼 무관심하게 둔다면 인간과 자연을 분리해 생각하고 자연을 인간의 생활을 위한 수단으로만 여기는 어른으로 자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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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문제가 더 심각해지기 전에 어린이들에게 환경에 대한 바른 생각과 태도를 심어줘야 할  필요가 있다. 환경교육은 단순한 지식의 습득이 아니라 태도와 가치관의 교육인 동시에 기능이나 기술의 습득이 아니라 행동의 교육이어야 한다는 게 이 책의 핵심이라 하겠다. 


무엇보다 꿀벌을 살리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힘을 모아야 할 필요가 있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지우처럼 페트병 화분을 만들어 씨앗을 심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는데, 아파트 단지나 학교 화단에 심어져 있는 꽃과 나무를 소중히 여기는 것도 방법 가운데 하나다.

 

세 사람이 꿀벌이 돼 꿀벌 세계에서 벌어지는 실상을 직접 보고 듣고 느끼면서 꿀벌을 지키기 위해 행동하는 과정이 흥미로운데, 그러면서 꿀벌이 사라진다면 앞으로 우리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일침을 가한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사랑하는 사람은 스스로 자연을 존중하고 아끼게 되지만,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환경문제에 대해 기계적인 태도를 가지게 된다고 한다. 환경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식의 전달보다 자연에 대한 감수성을 키우는 것이라 하겠다.


이 책은 과학적 사실, 자연환경에서 일어나는 현상, 생활환경 속에서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일들을 문학적으로 풀어내면서 상상력과 판단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이 저지른 생태계의 파괴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며, 배려와 양보를 하면 상생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는 해결 과정을 친절하게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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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마을은 학교에서 배우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들을 가르쳐 준 또 하나의 교실이다. 여름방학을 맞아 가까운 양봉 농가로 일자리 체험을 다녀온 뒤로 한 여고생이 학교에서 꿀벌을 키워 보자며 양봉 동아리를 만드는 데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렇게 산골 고등학생 몇몇이 모인 가운데 학교 뒤뜰에 벌통을 놓고 꿀벌을 치며 벌꿀을 따기 시작했다. 날마다 아이들은 벌을 만나며 조금씩 배우고 자란다. 꿀벌에서 가지 쳐 나간 여러 일들도 마음을 다해 해 나가는 것이다. 


아이들은 배움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찾아 나선다. 꿀벌과 함께 길 찾기를 시작한 열일곱 살 아이들의 놀라운 변화가 모리야마 아미의 <꿀벌과 시작한 열일곱>에서 생생하고 풍성하게 전대된다.

 

하나의 동아리가 아이들을 살리고, 마을과 자연을 종횡무진하는 고등학생들의 양봉 동아리가 다시 작은 시골 마을을 살리게 된다. 그렇게 서로를 돕는 바퀴가 굴러가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시작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아이들은 스스로 길을 찾았다. 아이들은 학교 밖으로 나가 가까이에서 벌을 쳐 온 사람들, 숲을 가꾸는 이들, 마을의 농부들, 대학에서 벌을 연구하는 연구자들, 벌과 함께 사는 길을 찾고자 하는 시민단체 사람들, 지역의 농산물로 음식을 만드는 요리사까지, 누구든 만나고 이야기를 듣고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뚝딱뚝딱 나무 벌통을 힘 모아 만들고, 벌을 무서워하는 이들에게 보여 줄 연극을 만들어 올리기도 하고, 꿀벌의 천적 말벌을 쫓아 보겠다고 머리를 맞대고, 벌꿀을 넣은 맛있는 먹을거리를 만들어 경연대회에 나가 보기도 하고, 꿀벌이 찾아드는 마을을 만들겠다며 '벌들의 뜰'을 가꾸기도 한다. 

 

아이들은 벌을 통해 자연과 만나고, 지역의 면면을 발견하고, 마을 사람들의 삶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간다. 입학할 때만 해도 무엇을 하고 싶은지, 뭘 해야 할지 잘 모르던 아이들이지만 양봉부에 들어와 벌을 치기 시작하면서 저마다 제 길을 찾았다. 

 

아이들은 자연에서, 마을에서, 사람들 사이에서  스스로 배우고 깨쳤다. 이후 대부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도 태어나 자라온 고장에 남아 따뜻한 이들과 함께 지역을 가꾸고 지키는 삶을 살아가기로 한다.


나날이 훌쩍 자라는 아이들을 이끈 것은 꿀벌만이 아니었다. 호기심 많은 열혈소녀 치하루와 함께 양봉부를 시작한 기타하라 선생님이 있었다. 선생님은 “중요한 건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는 거란다"라며 "조금이라도 흥미가 있는 세계에 몸을 두고 다양한 경험을 해 보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이 조언은 등산로 나뭇가지에 매인 길 안내 매듭처럼 친절하지는 않지만 아이들이 막막한 순간 꺼내 든 나침반처럼 큰 방향을 가늠할 수 있게 도와준다. 걱정스러울 때도 아이들이 택한 길을 막아서지 않고 응원하며 함께 걸어준다. 

 

선생님이 양봉부 아이들과 함께한 시간들은 마을 공동체를 성장시키고 변화시키는 힘으로 차차 커진다. 아이 스스로 길을 열 수 있도록 기다려주면서 아이들이 필요로 하는 순간 표 나지 않게 거드는 선생님의 행보는 조용하면서도 강하다. 미래를 막막해하는 청소년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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