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BOOK돋움] '지역순환경제', 선택 아닌 유일한 대안인 이유
  • 해당된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주의 BOOK돋움] '지역순환경제', 선택 아닌 유일한 대안인 이유

본지가 코로나19 장기화로 지친 심신을 회복하기 위해 독서로써 마음을 힐링하는 '책 읽는 힘, BOOK돋움' 캠페인을 전개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일상생활이 멈춘 상황에서 마음의 양식을 얻을 수 있는 독서 생활이 최고의 기회라 여겨집니다. 독서를 통해 마음의 안정을 취하고 부모와 자녀 세대가 소통하는 새로운 경험을 기대하며, 책 읽는 분위기가 잔잔한 물결처럼 번져 코로나 블루가 슬기롭게 극복되기를 바랍니다. <편집자주>

  • 이은진 press9437@gmail.com
  • 등록 2022.09.07
  • 댓글 0

money-gaa5d95695_640.jpg

 

 

'지역경제의 위기, 이는 지역의 성장 동력으로 작용해야 할 소득·자금·민간과 앵커기관의 조달, 그리고 인재가 지역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지 못하기 때문에 상황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바로 이 점을 지자체는 인식해야 한다. 여기서 연유한 지역경제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그 성장 동력들이 지역 안에서 ‘돌고 또 돌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정책의 무게중심을 옮겨야 한다. 지역의 경제를 살려내는 것은 투자와 사업의 과실을 밖으로 챙겨나가는 지역 밖의 자본이나 대기업이 아니라 지역 안에 착근되어 있는 시민과 사업체 그리고 앵커기관들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들의 지역 안에서의 소비와 재투자, 그리고 부(Wealth)의 공유를 담보해 내는 것, 바로 이것이 앞으로 지자체가 올인해야 할 정책 목표다. ‘지역순환경제’는 그 유력한 방법론이지 않을 수 없다.'


서울을 제외한 우리나라 지역경제는 성장 동력을 잃어버린 지 오래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경제를 이끌던 지역민들의 소득이 외부로 유출되는가 하면, 지역의 은행 자금은 지역 밖으로 투융자된다. 지역경제의 성장을 담보할 지역 기업과 앵커기관의 조달력은 지역 밖으로 물러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인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시장주의 경제체제는 지역에도 스며들어 공동체를 파괴하고 주민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기에 이르렀다. 외부 자본이 주도한 경제성장과 지역개발은 지역 불균형 발전에 대한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주변 나라 가운데 일본에선 이같은 지역문제, 특히 지역경제 문제에 관한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인 운동이 큰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역의 변혁적 혁신을 지향하는 일본 각 지역의 주민운동은 크게 진보적인 정치조직이나 협동조합 등의 사회적경제 조직과 깊은 연관을 맺으며 펼쳐진다. 특히 주민운동, 다시말해 주민공동체 단위의 운동들은 지역경제를 순환형으로 작동시키고자 하는 데 최대한 집중하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우리나라 지자체들은 대기업 유치를 지역경제가 살아날 긴급 처방으로 인식해 왔고 이를 위해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왔다. 


하지만 재정 지원과 세금 감면 등 정책을 통해 유치한 자본은 대개 분공장이나 자회사가 상당한 만큼 이익이 지역으로 재투자되기 것이 아닌 그들의 본사나 모기업으로 유출되는 식이었다. 지역에서 발생한 부가가치는 지적재산권이나 특허권 사용료 등을 명분으로 그 모체에 고스란히 이전되곤 했다. 


상황에 따라 지역 주민들과의 소통 없이 진행된 국책사업이나 공공사업의 경우 이해관계가 얽히고섥혀 지역 주민들 간의 갈등을 불러온 동시에 지역공동체를 요동치게 함으로써 지역민의 삶의 질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이같은 지역경제의 위기 속에서 그 대안으로 시민이 주도하는 지역순환경제가 지목되고 있다. 지역의 생산품을 지역에서 소비하는 동시에 축적한 자금은 지역에서 순환하며 원자재를 지역 내 업체에서 조달하는 방식이다. 다시 말해 지역 안에서 동력을 구하는 지역순환경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양준호의 <시민이 주도하는 지역순환경제>는 지역경제 전문가들 또한 지역소멸과 지역경제의 위기를 타파할 방법으로 지역순환경제를 주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마을만들기와 지역화폐, 앵커 네트워킹과 ‘CWB(지역 공동체 부의 구축)’ 방안 등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방법은 속속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이제 유일한 대안이 돼버린 지역순환경제에서 해법을 찾는 가운데, 지역순환경제의 배경과 기본적인 개념, 지역문제의 대안으로 지역순환경제가 요구되는 이유를 알 필요가 있다.


지역경제와 지역공동체의 피폐화와 관련해서는 지역 불균형 발전에 대해 알아가는 동시에 지역 간 불평등 격차를 실증분석하고 지역에 나타난 지역소멸과 지역공동체 피폐화 문제를 찾아야 한다.


지역공동체가 주도하는 지역순환경제 만들기도 중요하다. 임실 치즈마을을 중심으로 한 공동체 주도의 순환형 지역경제가 대표적인데 치즈마을의 존재 배경과 특징, 마을만들기, 공동체 문화 등과 임실군 순환경제가 주는 교훈도 흥미롭다.

 

임실군 치즈마을은 농촌문제를 해결하려는 젊은 청년들이 모여서 탄생시킨 곳인데, 이곳에는 종교적 성격을 띤 예가원이라는 결사체 조직을 만들고 다양한 실패를 경험하며 치즈마을이 자리 잡기까지의 여정이 녹아 있다. 

 

그 일련의 과정은 주로 마을을 나갔던 젊은 사람들이 귀향해 ‘공동생산 공동분배’를 원칙으로 농촌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내려는 실천적인 농민 활동이었는데 농촌문제를 직접 해결하고자 하는 운동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은 농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산자와 소비자단체를 조직해 유통하는 ‘전북살림’을 조직했고 유기농 퇴비 제조사업 등 농민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업을 펼쳤다. 다만 이런 다양한 실험은 모두 시도에 그쳤으나 실패로만 끝난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1.jpg



‘지난 2018년 5월에 있었던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는 이러한 현상을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당시 공장 폐쇄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이 다른 일자리를 찾아 떠나면서 인구 유출뿐만 아니라 지역의 요식업체 중 20%가 휴폐업을 하는 등 그 피해가 적지 않았다. 이는 지역이 자기 완결적인 경제 시스템을 갖지 못한 채 신자유주의 체제에 편입되어 자본의 이윤에 종속되어 버린 사후적 결과를 교훈으로 보여주는 하나의 단면이라 할 수 있다.’

 

실패의 경험은 축적돼 이후 정부 정책사업에 대응하는 기반이 된 것이다. 더욱이 이러한 무수한 시행착오는 임실군 농민운동의 원동력이 됐으며 임실 치즈마을이 탄생하는 초석이 됐다는 평가다.


지역순환경제와 사회적경제는 불가분의 관계가 아니다. 미국 클리블랜드나 영국 프레스턴을 중심으로 ‘CWB(지역 공동체 부의 구축)’를 통한 지역순환경제가 활발히 추진되고 있는데, 이같은 해외 사례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면서 지역순환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으로서의 사회적경제를 알아볼 필요가 있겠다.


지역순환경제는 지역화폐를 통해 돌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국 브리스톨의 지역화폐인 브리스틀파운드와 인천의 인천e음이 대표적인데, 최근 부산의 지역화폐 동백전의 한계와 문제점, 동백전과 지역화폐가 나아가야 할 방향도 가늠해야 한다.

 

인천e음, 특히 서구의 서로e음은 동백전에 시사하는 바가 지대하다 할 수 있다. 중앙정부의 파격적 지원이 있을 때 이를 마중물로 활용해 사용자와 가맹점에 다양한 편익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구축했고 그 서비스는 하나의 지역화폐 플랫폼 안에서 일원화 돼 있다. 

 

인천 서구의 시즌 2~3에서 시행되는 모든 서비스가 지역화폐 플랫폼 안에서 구현되고 결제되느넫, 서구에서는 서로e음을 안 써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써본 사람은 없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지역화폐가 일상화된 서구에서 캐시백이 중단된다면 사용 자체를 줄이는 일이 벌어질 지 의문이 들게 마련이다. 그러나 동백전은 매우 단조로우며 관련된 소상공인 정책은 하나의 플랫폼으로 일원화되지 않고 분리적·독립적으로 이뤄졌다.

 

동백전의 대표적 부가서비스인 온라인쇼핑몰 동백몰은 오픈 이후 거래액이 4500만원으로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아울러 전통시장과 음식점의 배달·배송을 지원하는 공공모바일마켓인 동백통은 동백전이 결제 수단 가운데 하나로만 연계돼 동백전 플랫폼과 별도로 운영된다. 부산 동백전은 캐시백 이외에 유인이 거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캐나다의 LETS, 스위스의 WIR, 프랑스의 소낭트 등 세계에서 활용 중인 여러 지역화폐는 우리나라 지역화폐의 가능성과 한계를 비교하는 데 있어 의미가 크다. 이 뿐만 아니라 국내외 지역화폐의 운용 실태와 유형별 특성을 살피는 동시에 지역화폐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실천적 제언도 요구된다.


지역화폐, 공공 금융, 블록체인 지역 재투자 플랫폼도 부상하고 있다. 세계적 유동성과 지방경제에 대한 논의를 출발점으로 순환경제와 지역화폐의 역사, 지역화폐를 지속하기 위한 금융시스템적 조건 등과 함께 지역순환경제를 위한 지역화폐 플랫폼의 비중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 지역순환경제 구축을 위한 지역공동체 부 구축관 관련해서는 지역순환경제에 대한 방법론으로서 ‘CWB’가 주목된다. 영국의 CWB 성공 사례와 영국 지역경제전략센터 CLES의 ‘좋은 지역경제 만들기’ 보고서 “CLES-10”를 살펴보고, 우리 현실에 맞는 CWB를 모색할 때라 할 수 있겠다.


무엇보다 지역경제와 지역이 직면한 현실적 문제에 대한 지자체의 잘못된 대응 외에도 지역순환경제 운동의 진보적 의의와 시도들, 그리고 지역순환경제에 대한 오해와 반론도 중요하다. 지역순환경제가 더 이상 선택지가 아닌 유일한 대안인 이유를 찾아 거슬러 올라갈 필요가 있겠다. 


관련기사


당신이 관심 가질 만한 이야기

G-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