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키드'에게 도시의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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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키드'에게 도시의 의미는

[미-친-책 365] 본지가 2022년 독서문화 진흥 캠페인 '미-친-책 365'를 진행합니다. 베스트셀러나 신간 도서에 밀려 독자들과 '미처 친해지지 못한 책'을 찾아 소개하고 일독을 권장함으로써 다채로운 독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함입니다. 나아가 다양한 콘텐츠와 온라인 플랫폼이 넘쳐나는 시대에도 책을 찾는 이유를 생각해보고 편독 없이 다양한 주제의 책을 제안해보는 시간을 마련합니다. <편집자 주>

  • 이은진 press9437@gmail.com
  • 등록 2022.0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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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편의시설을 갖춘 동네와 집을 갈구하는 과정에서 한국 아파트가 비롯됐는데 그 살만한 집에는 언젠가부터 사람 사는 냄새가 사라져버린 형국이다. 아파트 단지라는 생활공간이 우리의 도시와 일상을 제약한다 공간 구조의 변화를 통해 우리네 삶터를 회복할 수도 있다.

 

 

[지데일리] 공원이나 놀이터, 녹지 등 도시의 공공적인 공간이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간 도시에서 시민사회 구성원들은 공동체를 생각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공간 구조 자체가 사람들 사이의 소통을 제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상의 편의시설을 갖춘 동네와 집을 갈구하는 과정에서 한국 아파트가 비롯됐는데 그 살만한 집에는 언젠가부터 사람 사는 냄새가 사라져버린 형국이다. 아파트 단지라는 생활공간이 우리의 도시와 일상을 제약한다 공간 구조의 변화를 통해 우리네 삶터를 회복할 수도 있다.
 
오늘날 전 인류의 절반 이상이 도시에 모여 살아가고 오는 2050년이 되면 인류의 3분의 2가 도시에서 살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서울과 경기권에 인구 2000만명이 모여 살고 있는데, 이같은 인구 쏠림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렇게 인간은 도시의 지배력 아래 살아갈 수밖에 없는 한편, 도시라는 환경 속에서 문명을 발전시켜왔다. 그러나 역사상 도시는 단 한 번도 완벽한 적이 없었는데 도시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자했던 바람은 오히려 반대의 결과를 불러왔다.
 
오늘날 인간 삶의 터전인 도시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직격탄을 맞았다. 많은 인구가 조밀하게 운집하면서 누릴 수 있었던 대도시의 특권과 관계망이 오히려 인류의 번영과 생명을 위협하는, 역설적인 양상이 된 셈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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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늘 공사 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무언가를 부수고 세우고 바꾸느라 과거의 흔적과 기억을 되새길 시간이 부족한 실정이다. 산업화 시대를 장식했던 고가도로가 단숨에 헐리는가 하면, 낡은 단독주택들이 갑작스레 허물어지고 아파트가 들어서기도 한다. 유행처럼 깔렸던 자전거도로는 느닷없이 하나둘 자취를 감춘기도 하며, 담장이 사라진 자리에 초록의 공원이 들어서기도 하는 세상이다.

 

 
'여러분에게 도시의 길은 어떤 의미가 있는 공간인가요? 대부분이 출발지와 목적지를 연결하는 '통행로'로서의 역할을 떠올릴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우리는 홀로 길을 걸으며 사색에 잠기고, 새와 나무 같은 자연을 만나기도 합니다. 친구와 함께 뛰어놀거나, 이웃과 우연히 만나 인사를 나누고, 전혀 모르는 이들의 행동을 구경하며 사람들과 교류합니다. 어떤 이는 길에서 장사를 하고, 전단지를 나눠 주기도 합니다. 시위, 버스킹, 운동, 산책, 쇼핑 등 다양한 일이 길에서 일어납니다. 길이 이런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도시는 삭막해지고 재미없는 곳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도시의 길에서 최우선시되는 것이 자동차이고, 대다수 사람이 자동차로 이동한다고 생각해 봅시다. 이때의 길은 빨리 지나갈수록 좋은, 통행로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도시를 걷는 사람이 많아지면 길의 의미는 어떻게 바뀔까요?'

우리나라 인구의 90%는 도시에 모여 살고 있는데, 도시민인 우리나라에서 도시는 대다수 사람들이 나고 자란 삶터와 마찬가지다. 이곳에 모여 사는 사람들의 일상은 도시의 모습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 

도시는 늘 공사 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무언가를 부수고 세우고 바꾸느라 과거의 흔적과 기억을 되새길 시간이 부족한 실정이다.  

산업화 시대를 장식했던 고가도로가 단숨에 헐리는가 하면, 낡은 단독주택들이 갑작스레 허물어지고 아파트가 들어서기도 한다. 유행처럼 깔렸던 자전거도로는 느닷없이 하나둘 자취를 감춘기도 하며, 담장이 사라진 자리에 초록의 공원이 들어서기도 하는 세상이다. 

'기회가 있는 곳에 사람들이 모여들게 마련이지요. 이주민이 없다는 것은 그곳의 환경이 살기 어렵다는 사실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도시는 다양성을 먹고삽니다. 다양성을 잃은 도시는 죽은 도시입니다. 언어도, 문화도, 생각도 다른 이주민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두려움은 서로를 잘 모를 때 커지지요. 이제 서로를 더 갈 알기 위해 노력하고, 어떻게 어우러져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합니다. 그들이 가지고 은 다양한 문화를 도시의 자양분으로 삼고, 우리가 애써 만든 사회제도에 그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이주민을 배척하는 일은 옳지도 않고, 가능하지도 않습니다. 함께 살아갈 방법을 찾는 것이 훨씬 생산적입니다.'
 
지난 50년간 압축적인 도시화로 인해 도시 사람들이 먹고 자고 일하고 노는 생활공간은 놀라울 정도로 나아진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 안을 살펴보면 도시민 전체의 삶이 질적으로 풍요로워지지는 않은 실정이다. 양적인 팽창만 거듭해 온 도시는 불평등과 지역 불균형, 자원의 낭비, 사회적 갈등을 초래하기 때문에서다. 

최성용의 <내일의 도시를 생각해>는 국내 도시가 직면한 현안에 대한 이야기로 보행권이나 장애인 이동권, 대안 교통수단 등 시민의 이동과 교통 체계를 살피는가 하면, 쓰레기 처리나 에너지 생산, 도시 하천 관리와 같은 문제에서 환경과 생태적 가치가 정책에 어떻게 반영돼 왔는지 알려준다.

4시간 사회, 다문화 사회, 젠트리피케이션 등 계층이나 이해관계에 따라 입장 차이가 첨예한 도시문제도 대상이 된다. 우리가 그냥 지나쳤던 도시화의 이면을 들여다보면서 피폐해진 도시환경을 보다 인간적으로 만들기 위해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들에 대해 집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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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와 유모차가 잘 다니는 도시, 통유리 외벽에 새들이 부딪혀 죽지 않는 도시, 깨끗한 생태 하천이 흐르는 도시, 건물주와 세입자가 상생하는 도시, 근대 건축물이 잘 보존된 고즈넉한 도시 등 더 행복하고 더 건강하고 더 아름다운 도시에 관한 구상이 이제 중요한 시대가 됐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어찌 보면 도시의 발달 과정에서 나타나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습니다. 변화에 따른 사람들의 교체 또한 자연스러운 일이고요. 사람들은 시장의 흐름에 따라 움직였을 뿐이니까요.그런데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해서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까요? 사람들이 살아가는 도시와 생태계는 많은 측면에서 닮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둘 사이엔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습니다. 도시는 사람의 개입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자연스럽지만 옳지 않은 점들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할 수 있습니다. '변화가 자연스럽다'는 것도 곰곰이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변화 자체는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지금과 같은 방식의 변화가 정말 자연스러운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존재합니다. 모든 도시에서 변화가 일어나지만, 변화의 양상과 변화를 맞이하는 개인의 삶은 그 도시의 구성원이 만들어 놓은 제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앞서 살펴본 상업지역 젠트리피케이션의 가장 큰 문제는 '거리를 활성화시킨 주인공이 변화의 수혜를 입지 못하고 동네 밖으로 내몰린다'는 사실입니다.'

이 책에는 도시환경을 능동적으로 관찰하고 도시문제를 공론화하는 데 관심이 큰 저자의 생생한 고민이 담겨 있다. ‘길이 중요하다’고 단순히 주장하기보단 북촌, 서촌, 행촌 등 서울 3개 마을의 공간 구성을 조사한 끝에 외부 공공 공간에서 길의 비율이 절대적으로 높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저자는 현재의 도시의 풍경이 어쩌다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상기시키며 바람직한 도시환경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교통을 비롯해 주거, 환경, 생태, 복지, 노동, 문화 등의 측면에서 도시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살펴보면서 국내 도시문제에 얽힌 복잡한 이해관계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휠체어와 유모차가 잘 다니는 도시, 통유리 외벽에 새들이 부딪혀 죽지 않는 도시, 깨끗한 생태 하천이 흐르는 도시, 건물주와 세입자가 상생하는 도시, 근대 건축물이 잘 보존된 고즈넉한 도시 등 더 행복하고 더 건강하고 더 아름다운 도시에 관한 구상이 이제 중요한 시대가 됐다. 

결국 도시는 시민들이 살고 있는 장소로 귀결되는데, 시민들 각자가 도시 공간을 구상하고 원하는 대로 바꿔 나갈 권리가 있음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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